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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아이유만 성공했을까

by 민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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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가 술자리만 가면 항상 던지는 질문이 있었다. '아이유는 어째서 성공했는가'에 대한 질문. 보통 나나 다른 친구들은 '그만큼 노력을 많이 했겠지'라고 되받아친다. 그러면 그 친구는 말한다. '그럼 다른 사람들은 그만큼 노력하지 않았는가?'라고.


이쯤 하면 슬슬 다들 울화통이 터질 것 같다며 주제를 바꾸자거나, 술 취한 놈의 헛소리로 넘기려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곤 하지만 실은 나도 그게 궁금했다. 같은 또래의 가수들이 아이유만큼 노력하지 않은 게 아닌데 어째서 아이유만 그렇게 대성했느냐고.


나는 아이돌이나 신인 가수의 삶을 잘 모르지만, 그들이 세상에서 가장 치열한 경쟁 중 하나에 놓인다는 건 분명히 안다. 친구의 말처럼 아이유만큼 피나는 노력을 한 가수들도 많을 것이고, 어쩌면 아이유를 능가하는 음악적 재능을 타고난 친구들도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성공이 노력만으로 이뤄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성공을 위해서는 시류를 읽고 그 흐름에 타는 능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는데, 그건 뛰어난 분석력, 타고난 감, 그리고 무엇보다 '용기'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다.


친구가 '아이유 질문'을 할 때면 나는 '고기잡이 배의 비유'를 들었다. 바다에 떠밀려온 고기만 먹던 사람이 어느 날 뗏목을 만들어 바다에 나갔고, 바다에 나가니 전 세계에서 몰려든 뗏목이 가득했다. 저마다 다양한 방법으로 고기를 잡았는데 어떤 사람은 큰 배를 타고도 몇 마리 잡지 못했고 어떤 사람은 금방 침몰할 것 같은 작은 배에서도 쉴 새 없이 고기를 낚았다. 이때 고기를 많이 잡은 사람은 노력을 많이 해서일까? 아니면 타고난 실력이 좋아서일까? 혹은 남들이 모르는 기발한 고기잡이 도구를 발명해서일까? 정답은 '그 사람이 고기가 많은 곳을 알고 계속 뱃머리를 돌려 고기가 잡힐 만한 곳에 떠 있었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모험에 나선다. 멀리 볼 것도 없이 은퇴 후에 미래를 알 수 없는 창업에 모든 걸 바치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다는 걸 보면 말이다. 그러나 사장님이 된 사람들은 5년 안에 열 집 중 여덟 곳이 문을 닫는다는 걸 간과하곤 한다. 어떤 사람은 많은 자본으로 '큰 배'를 가지고 시작했을 것이고, 어떤 사람은 '작은 배' 위에서도 나름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색다른 방법의 낚시를 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결과는 항상 여덟은 망하고 둘은 살아남는다.


SBS 예능 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식당> 같은 미디어에서 보여주듯 어떤 사람들은 다른 가게보다 더 가혹한 노력을 하는데도 장사에 실패하는 경우도 있다. '노력=성공'의 공식이 맞는다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장사가 잘 될 것 같은데 장사가 안되는 집도 결국 깊이 파고들면 원인이 나오는데, 음식이 좋으면 목이 좋지 않거나, 목이 좋으면 음식이 좋지 않다. 이처럼 실제로는 노력과 크게 상관없는 요소들이 의외로 성공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는 걸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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