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것의 마술
체스판 격자 위에 말을 놓는 방법을 둘러봤다면 이제 그 체스판 위에 놓인 말의 형태를 살펴볼 차례다. 말이 어디쯤에 배치되어 있고 그 의도가 무엇인지를 아는 것 역시 영화 보기의 즐거움 중 하나지만 중요한 건 말이 어떻게 생겼는지, 또한 그 말을 어떻게 볼 것인지다. 피사체의 배치는 결국 피사체가 보여주는 어떤 이미지를 더욱 강화하기 위한 부수적인 효과에 가까우니 말이다.
먼저 우리가 영화 속의 사물이나 인물을 볼 때 무의식적이든 의식적이든 바로 지각하게 되는 게 색깔이다. 색은 단순히 디제시스를 충족하기 위한 현실적인 묘사의 한 축으로 작동할 수 있지만 우리가 이미 눈치채고 있듯이 대부분의 영화는 색을 하나의 표현 수단으로 쓴다. ‘아 이 영화는 유달리 색채가 화려한데?’ 라거나, ‘이상하게 이 영화는 녹색 빛이 진하게 들어간 것 같네’라고 생각한 영화가 저마다 한두 가지쯤은 있을 것이다.
영화 <매트릭스> 시리즈를 생각해 보자. 3부작으로 제작된 이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색깔은 누가 뭐라 해도 녹색이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디지털 신호는 물론 인물들이 대화하는 장면에서도 녹색 빛이 은은하게 들어있는 필터가 사용되었다. 워쇼스키 자매는 왜 굳이 이 작품에서 녹색을 선택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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