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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영화를 채우는 것들 (4)

by 민경민

1부 완벽한 영화는 없다


제1장 영상 편



3. 영화를 채우는 것들 (4)


다음으로 살펴볼 것은 공간 관계다. 어떤 사물이나 인물이 배치되었다는 건 그것이 배치된 여분의 공간도 함께 포함하고 있다는 뜻이다. 감독이 의도적으로 기하학적인 배치를 유도할 수는 있지만, 어쨌든 카메라는 3차원 공간을 주시하고 있다. 앞서 파지티브 스페이스와 네거티브 스페이스의 대한 개념을 살펴봤는데, 주시하고자 하는 영역과 주시하지 않는 비가시 영역의 공존은 영화를 다층적인 예술로 만드는 핵심 장치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모든 영화는 파지티브 스페이스를 강조하고 있지만 네거티브 스페이스 역시 그 못지않게 공들여 만들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관객들은 이따금 영화를 보고 난 뒤에 예상치 못했던 이야기의 근원을 주목받지 못했던 공간에서, 그저 배경이었을 뿐인 인물의 뒤편에서 발견하게 된다.


파지티브와 네거티브 스페이스를 상상만으로 구별하는 것이 힘든 독자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CG 촬영장이나 인터넷 방송 BJ들이 크로마키 기법을 사용할 때 뒤에 걸어두는 녹색 천을 떠올려본다면 이 개념을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녹색 천에 들어갈 배경은 나중에 훌륭한 CG효과일 수도 있고, BJ가 송출하려는 방송의 일부가 될 수도 있지만, 아무것도 넣지 않는다고 해도 어쨌든 앞에 있는 인물의 뒤를 차지하는 배경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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