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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문학 지원 사업에 대한 소고

by 민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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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이미지는 본문과는 관계없음


오늘은 지역재단의 문학인 간담회에 다녀오는 길이다. 예술지원사업 사업 설명회는 몇 번 다녔지만 간담회 자체를 참석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리고 꼭 이런 비슷한 종류의 행사를 가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광경을 한층 더 심화한 버전으로 지켜볼 수 있었다. 다들 사연 많고 말도 많지만 결론은 '내가 지원금 못 타서 억울하고 지원금 좀 더 많이 나눠달라'는 게 골자였다. 발언자들은 더러 날이 서있고 예민했으며, 또 어떤 이는 지나칠 정도로 공손하고 비굴했다. 담당 직원은 이들의 투정에 시종일관 공손하게 응대했으나 어딘가 질려빠진 표정이 언뜻언뜻 스쳐 지나갔고, 더러 열이 오르는지 반박도 하기 시작했다.


1시간 30분을 그저 듣고만 있었는데 손을 들고 발언하려고 하면 곳곳에서 마이크를 채가 사실 발언할 기회도 없었다. 그러나 나는 어느 쪽 편을 들 수도 없다. 따지고 보면 나 역시 돈 몇 푼이 아쉬워서 이 자리까지 굴러와 앉아있는 것 아닌가. 간담회가 끝나고 담당자가 '이제 점심시간이라 밥 먹으러 가야 해요'라고 말하기 전까지 나도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있었으니 열변을 토한 참석자들과 크게 다를 게 없다. 그렇지만 막무가내로 나를 뽑아달라는 입장에 서 있지도 않으며 '네 말은 참고만 할게'라고 하는 직원들의 편을 들 생각도 없다. 이 난장판을 보다 못한 아무개가 '다들 돈 이야기만 하고 있는데 우리 지역의 문화 창달에 대해서 논의해 보는 자리가 아니던가요?'라고 일침을 가할 때 고개를 끄덕이며 동감을 나타내는 것이 그나마 내가 유일하게 긍정적으로 반응한 부분이었다.


그러나 논의가 어찌 됐건 문제는 따로 있다.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을 지원한다는 취지 안에서도 내가 설 자리는 없다는 점이다. 지역에 청년 문학인이 몇 명 안 된다는 이유로, 또한 영화평론이라는 생소한 장르를 공유하는 사람이 몇 안 된다는 이유로, 이래저래 나는 우리 지역에서 극소수자에 해당한다. 무슨 안건이 통과되더라도 다수의 의견이 관철된다는 담당자의 말에 나는 뭔가를 주장하기를 포기했다. 자리가 나면 감사히 받아야 하는 처지이고, 뭘 만들어달라고는 할 수 없는 포지션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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