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청년창업투자지주
정회훈 카이스트 청년창업투자지주 대표는 만나본 VC 대표 중 가장 차분한 축에 속한다. 빠르게 바뀌는 스타트업계에서 중심을 지키기 위해 긍정적 사고 방식과 정신 수양을 강조하는 그에게서 마음가짐이 얼마나 중요한지 배울 수 있다. 내 인생의 빌보드에 한마디를 적어달라는 질문에 절제와 금욕을 강조하던 스토아학파 철학자 세네카의 명언을 선택한 것만 봐도 그의 단단한 심성을 엿볼 수 있다.
성공한 사람이라면 떠오르는 인물보다는 이런 얘기를 하고 싶어요. 하버드대학 클레이 크리슨텐슨이라는 교수가 있는데 파괴적 혁신, 혁신의 딜레마라는 책 저자로 잘 알려져 있어요.
이 사람이 쓴 책 중에 당신의 인생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How will you measure your life)라는 저서가 있는데 이 책은 각자의 성공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를 다룹니다. 각자의 삶은 고유한 성공 기준이 있는 것이고 이 성공 기준은 자신이 직접 세우는 것이라는 얘기가 나와요. 이 기준에 따라 살았는지에 따라 성공한 사람과 실패한 사람이 정해진다는 거죠.
남이 봤을 때 아무리 성공한 삶이라도 실패한 삶이 될 수 있는 것이고 실패한 삶도 성공한 삶이 될 수 있는 거죠. 행복이라는 건 그 사람 고유의 방정식이 있는 것인데 이걸 일반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일이라고 봐요.
가장 행복한 사람은 자기가 원하는 일,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 3가지가 동시에 충족되는 일을 하는 사람인 것 같아요. 이런 사람이 가장 성공한 사람이죠. 그런데 이 세상에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전략적 차원에서 일의 우선순위를 구조화하는 나만의 방법이 있어요. 어떤 일이 닥치면 스스로에게 2가지 질문을 합니다. 먼저 죽느냐 사느냐 문제인지 자문하죠. 생존이 걸린 문제가 정말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먼저 처리해야 할 일로 봅니다.
그 다음에는 누가 결정하고 해결해야 하는 문제인지 생각하죠. 만일 주변에 믿을 수 있는 적임자가 있다면 그 사람에게 일을 맡기는 편입니다. 결국 생사가 달린 문제 중 직접 결정해야 할 일에 우선적으로 시간을 씁니다.
· 남들은 동의하지 않는 나만의 비밀 : 사람의 사고 방식은 변하지 않는다.
· 나만의 원칙 : 전략적인 직감을 믿는다(단 즉흥적인 직감이 아니라 오랫동안 살아오며 해온 분야에 한해서).
· 나만의 루틴 : 매일 아침 10∼20분씩 산책과 저녁 명상
· 나만의 빌보드에 적을 한마디 : 운명은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다. 다만 내가 약하면 운명이 그만큼 강해진다.
· 세상을 떠날 때 듣고 싶은 이야기 : 주어진 삶을 열심히 살았다는 것과 밝은 사람이었다는 얘기.
· 성공하는 창업자의 공통점 : 열정과 에너지, 경험과 역량, 정직함
제가 본 성공한 창업자들의 공통점은 에너지와 열정, 경험과 역량, 정직함 3가지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창업자가 하는 흔한 실수는 크게 2가지가 있는 것 같은데요. 첫째는 기술에만 몰두하는 것입니다. 카이스트 청년창업투자지주도 기술 기반 투자를 하지만, 기술은 중요한 도구일 뿐이고 전체 사업이 100이라면 20 정도일 뿐이에요. 그런데 기술 개발에만 몰두하고 시장 검증은 하지 않아 실패하는 일을 꽤 많이 봤습니다.
또 하나는 실행을 해야 하는데 준비와 계획만 하다가 실행이 늦어지는 경우입니다. 오히려 아직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빠르게 실행하는 사람은 이 과정을 통해 더 잘 배우고 적응하더라고요. 계획은 온전할 수 없기 때문에 항상 업데이트를 해야 하는데 온전한 계획에 집착하다 실행을 제때 못하는 게 가장 많이 하는 실수 중 하나 같아요. 창업자에게 하고 싶은 조언이라면 지혜를 줄 수 있는 책을 많이 읽으라는 게 아닐까 싶네요.
개인적으로 창업을 통해 시장과 사회에 중요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어요. 이 과정에서 기술은 큰 역할을 하기 때문에 기술 기반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일을 하고 있고요.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창출하는, 세상을 더 좋게 만드는 기업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창업자를 볼때 특히 중요시하는 요소 한가지는 독특한 관점, 긍정적인 의미의 똘끼입니다. 착실하고 정석적인 방법만 고집하는 창업자는 실패할 확률이 낮지만 그만큼 업사이드도 제한적이에요. 독특한 관점을 믿고, 뚝심있게 밀고나가는 창업자가 결국 game changer가 되는 것을 보아왔습니다.
그리고 VC로써 스타트업을 선별해 투자하는 행위만 투자가 아니라, 이후 기업의 성장에 기여하는 활동도(value adding) 투자의 일부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대부분의 VC에게 부족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VC는 투자 이후에 스타트업의 제품 제작, 기술개발, 그리고 스케일링에 기여하기 위해 기업발굴보다 더 많은 노력을 쏟아야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스타트업에게 필요한 인재나 전문가를 연결해주는 역량이 VC에게는 필수적입니다. 실제 스스로도 업무시간의 상당부분을 기업 지원에 할애합니다. 심지어 “심사역” 이라는 직책명도 바뀌어야하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VC의 역할 중 심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20%라면, 기업 지원의 비중은 80% 정도 되어야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아까 말씀드린 창업자의 정직함이 중요해요. 투자자가 도움을 주려면 창업자가 자신의 부족한 점을 솔직히 투자자에게 오픈하고 함께 풀어갈 수 있는 자세를 취해야합니다. 그런 솔직한 관계가 성립될 때 비로소 VC가 정말 창업자를 도울 수 있게 됩니다.
교세라 창업자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의 저서인 바위를 들어올려라라는 책을 추천하고 싶어요. 경영의 신이라고 불리우는 창업자로 ‘성과=열정×사고방식×능력’이라는 방정식으로 사업을 대하는 분이죠.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건 사고 방식입니다. 사고 방식은 음수(-)까지도 갈 수 있기 때문이죠.
바위를 들어올려라(이나모리 가즈오 지음 | 유윤한 옮김 | 서울문화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