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어파트너스
정성인 프리미어파트너스 대표 파트너는 40년이라는 VC 경력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에너지가 넘친다. 그는 국내에 VC라는 말이 정착하기 이전부터 KTB네트워크에서 VC로 활동을 시작해 현대기술투자, 인터베스트를 거쳐 새로운 변화를 추구한다는 원칙 하에 국내 1호 LLC형 벤처캐피털인 프리미어파트너스를 설립했고 최근에는 한국벤처캐피탈협회장직까지 수행한 VC업계 원로이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겸손함을 유지하며 튀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 그에게서 원칙의 중요성을 배울 수 있다.
제 인생은 아주 단순해요. 40년간 VC만 했어요. 대학을 갓 졸업하고 KTB네트워크에 VC라는 말이 정착되기 전부터 들어갔어요. 16년을 근무하고 현대기술투자를 거쳐 인터베스트라는 VC를 공동창업한 뒤 부사장으로 지내다가 공동대표까지 했습니다. 2005년에는 프리미어파트너스라는 VC를 세웠습니다.
원래부터 이 일을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에요. 원래 공부를 더 하고 싶었는데 개인적인 이유로 선배를 통해 1년만 일하다 나올 생각으로 KTB에 입사했죠. 당시에는 VC라는 뜻도 몰랐고 VC 자체가 정부가 주도해서 비상장 기업 기술 발전을 촉진시키기 위한 부가적인 도구로 존재하던 때였어요. 처음에는 아무 것도 모르고 회사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지만 VC 업무를 경험하다 보니 항상 새로운 기업과 기술을 마주하는 게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40년이 지난 지금에는 당시에 부러워했던 교수가 된 동문이 오히려 저를 보면서 운이 좋다고 하더라구요. 실제로 당시 최고 직장이던 대학은 점점 사양 산업이 되어가고 VC는 각광받는 독립 산업이 되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이런 걸 보면 지금 당장 원하는 것에 매몰되지 않고 상황에 맞춰 유연성을 갖는 게 중요하다는 걸 새삼 느낍니다. 지금 당장 최선이라고 생각한 선택지에 매몰되지 말고 장기적으로는 최선의 길이 변할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하고 새로운 길을 찾다보면 더 좋은 결과가 오는 것을 여러 번 경험했습니다.
모든 복잡한 문제 뒤에는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가 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해결될 수 없는 막다른 골목 같아보여도 배려와 존중이 있다면 해결할 수 있어요. 항상 단기적인 계산으로 이기적인 선택만 할 수는 없어요. 개인, 가정, 회사, 사회까지도 각자가 원하는 최선의 선택을 내리기에는 문제가 너무 복잡하고 많거든요.
그래서 복잡한 문제가 있을 때에는 항상 조금씩 상대방 입장에서 고민을 해봅니다. 실제 업무를 할때도 LP와의 이해관계 또는 스타트업과의 이해관계가 맞지 않을수도 있지만 그럴 때마다 자신보다는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해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고 배려하려 하면 해결책이 보이거든요.
그게 단기적으로는 최선의 선택이 아닌것처럼 보여도 장기적으로는 결국 자신의 이익으로 돌아옵니다. 특히 VC처럼 업계도 좁고 회사 내부 인원도 많지 않은 곳에서는 장기적인 활동을 위해서는 상호 존중과 배려가 정말 중요합니다. 지금도 항상 어떻게하면 서로가 존중받을 수 있는 조직 문화를 만들 수 있을지를 정말 많이 고민합니다. 많은 복잡한 문제는 배려와 존중의 부재에서 시작되니까요.
· 가장 성공한 사람 : 큰 사업을 일구어낸 창업자 (예. 이병철 회장, 이해진 의장)
· 나만의 원칙 : 리스크 관리와 포트폴리오 분산
· 나만의 루틴 : 한 시간의 산책을 통한 생각정리
· 나만의 빌보드에 적을 한마디 : 정직성과 투명성을 기반으로 새로운 변화를 추구한다
· 세상을 떠날 때 듣고 싶은 이야기 : 너무 튀지 않더라도 다음세대를 위해 길을 닦아준 사람
· 성공하는 창업자의 공통점 : 부지런함, 집중력
많은 창업자를 봐왔지만 성공적인 창업자가 공통적으로 갖고 있던 특성은 부지런함(열정)과 집중력입니다. 그 외에도 분야마다 필요한 추가 요소가 있겠지만 이 2가지는 필수 조건입니다.
그렇지만 이런 집중력이 너무 강하다보면 유연성이 없어 타협하지 못하는 창업자가 많습니다. 열정은 중요하지만 모든 것을 다 사전에 정하고 생각한대로만 사업이 진행되지는 않잖아요. 예상치 못한 불확실성이나 벽에 부딪혔을 때 유연하게 대응하려면 사업 방향성과 속도를 조정할 줄도 알아야한다고 생각해요.
안될 때를 가정하고 리스크를 관리할 방법도 생각해야하는데 외골수로 뒤를 전혀 보지않고 한 방향으로만 달려가는게 때로는 독이 될 수 있습니다. 가진 모든 자금을 전부 투입해서 처음 생각한 방향으로 달려가는 것보다 조금씩 증명하면서 성장하는게 더 올바른 방향일 때가 많습니다. 단기적으로는 돌아가는 것처럼 보여도 결국 그게 장기적으로는 회사가 더 크게 성장하는 길입니다.
이건 창업 뿐 아니라 투자할 때도 마찬가지에요. 리스크나 포트폴리오 분산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 VC는 한두 개 큰 성공 케이스를 잡을 수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좋은 VC가 되기는 쉽지 않습니다.
다른 많은 VC가 팀과 기술력을 가장 중요한 성공 요소로 꼽지만 개인적으론 단연 시장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기술력과 팀 모두 중요하지만 결국 큰 성공은 각자에게 맞는 유망한 시장에 뛰어들거나 시장이 성장할 때까지 버틸 수 있을 때 찾아오거든요. 시장만으로 충분하지는 않지만 시장은 성공 이전에 오는 필수 조건이기 때문에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스스로도 이렇게 오래 VC를 할 수 있었던 것은 개인 능력보다도 VC업계 자체가 지난 몇십년간 폭발적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창업자를 볼 때에는 이 사람이 준비되었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업계마다 준비라는 말의 의미가 다르기 때문에 몇마디로 쉽게 정의할 수는 없지만 단순한 경험과는 달라요. 어떤 시장에서는 준비가 기술력과 역량일 수도 있고 다른 섹터에서는 그간 구축한 인적 네트워크가 가장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비즈니스마다 준비 기준은 다르지만 이 사업을 위해 무슨 준비를 했는지에 대한 질문은 VC라면 꼭 물어봐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프리미어파트너스는 스타트업이 시장에서 성장하는 걸 지원하기 위해 네트워크 연결을 활발히 제공하고 있어요. 가령 바이오 본부는 전세계 탑티어 VC와 함께 시작해서 글로벌 네트워크와 트렌드 등을 발빠르게 기업에게 연결하고 벤처본부에서는 오랜 시간 관리해온 네트워크가 있기 때문에 이를 통해 인력, 거래처, 정책, 상장까지 필요한 모든 인맥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결국 VC가 창업자를 돕는데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네트워크 연결이고 이는 VC가 얼마나 오랜 시간 활동했고 살아남았는 지와 깊은 상관관계가 있습니다.
심지어는 스타트업을 지원해주는 담당자가 자주 바뀌지 않도록 프리미어파트너스 내부 보상체계와 정책도 적극적으로 개편해 창업자와 VC사이에 이해관계가 오랜기간 일치하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요.
큰 사업 또는 VC를 하는 분께는 일본 자본주의의 대부 시부사와 에이치의 한손에는 논어를 한손에는 주판을 이라는 책을 추천합니다. 과연 개인 이익을 추구하는 자본주의와 사회적 공의가 공존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답을 주는 책입니다. 사회적 가치와 개인 이익은 공존하는 관계라는 것을 보여주는 책입니다.
창업자에게는 런던의 레이디라는 책을 추천드려요. 스포츠 에이전시가 발달되어 있지 않은 한국에서 대학을 나온 여성이 어떻게 영국에서 스포츠 에이전트로 성공했는지에 대한 책입니다. 놀라울 정도의 집중력과 태도를 보면서 정말 많이 배우고 반성하고 있습니다. 두 책 모두 여러 부 구매해 주변 사람에게 직접 선물할 정도로 감명깊게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