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터진 후에는 밖에 나가 사람들과 부대끼기보다는 집에서 세계문학전집이나 에세이를 보거나, 그것도 아니면 이렇게 글을 쓰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거실 창 너머의 숲과 꽃나무를 보면서, 그리고 사계절을 느끼면서 보내는 세월이 허파에 차오르는 들숨처럼 희망에 젖어 있다.
재작년 처음 민음사 북클럽을 시작한 이후 올해로 3년째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니, ‘30대’라는 인생에서의 특이점을 맞아 10대 시절보다 3배속의 속도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아무튼, 처음에 ‘북클럽’이라는 단어는 내게 친근하지도 익숙하지도 않은 단어였다. 중고등학교 시절은 물론 대학생 때도 클럽(club), 즉 소위 동아리는 내게 귀찮은 존재였고, 사회에서 만난 선배들이 같이 가자며 졸라댄 나이트클럽은 나의 개인 취향과는 너무나 달랐기 때문에, ‘북’과 ‘클럽’이라는 단어에서 내뿜는 향기는 내 몸에 옮겨 붙거나 스며들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북클럽’은 동네 서점을 열어보고 싶다는 내 삶의 목표 중 하나를 구체화하기 시작했고, 함께 책을 보며 공감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책과 더불어 사는 삶은 당장에 큰 돈벌이가 되지는 않겠지만 충분히 가치 있는 삶임을 일깨워줬다. 파주에 있는 민음사 서고를 가보고, 서울 국제도서전에서 다양한 국가와 작가의 작품을 들여다보며, 그 속에서 스쳐 간 많은 북클럽 동료들을 생각하고 있으면 내가 가끔 인간 혐오주의자의 면모를 드러내더라도 그것이 아직은 이른 감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올해도 민음사 북클럽을 가입하고 받은 소위 ‘웰컴 키트’와 직접 고른 책들이 도착했다. 거실 탁자 위에 이번에 받은 책들을 고스란히 올려두고 가만히 생각에 잠긴다.
‘망할 놈의 예술을 한답시고’, ‘허클베리 핀의 모험’, ‘시여 침을 뱉어라’…
사실 뭘 알고 고른 책들은 아니다. 문예창작과에서 문학의 역사나 문학의 대가들에 대해 제대로 배우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문학작품에 조예가 깊어 어릴 때부터 세계의 다양한 책들을 읽어온 적도 없기 때문이다.
고전 문학 중에 꼭 보고 싶었던 책이어서, 시를 제대로 읽어 본 적이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아서, 유명 북 유튜버가 추천해줘서, 고른 책이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이유가 하찮다고 볼 수는 없다.
모든 이유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듯이 각자의 이유에는 스스로가 느끼지 못하는 무엇인가가 있을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초등학교 시절 ‘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이미 읽었지만 나 스스로 기억을 못 한 채, 이상한 이끌림(이미 읽어봐서 익숙함이랄지)에 다시 골랐을 수도 있다.
어쨌든 이번에 고른 책들이 나는 마음에 든다. 그리고 책을 더욱 사랑하고 소중하게, 삶을 살아가면서 곁에 둬야 하는 좋은 친구로 여겨야 함을 다시 느낀다.
사실 이것이 내가 북클럽을 계속해 나가는 이유다. 나는 매년 정기적으로 책이라는 새로운 친구들을 만난다. 그 친구들이 해가 되지 않음을 알고 있다. 책은 아직도 ‘사람’이라는 존재가 나쁘지만은 않다며, 내 감정과 정서와 사념이 비뚤어지지 않도록 붙잡아주기 때문이다.
사람이 사람에게 전하는 한 편의 이야기, 연대기…. 어쩌면 나도 한 편의 책의 주인공이 되어 다른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현재를 살아가는 것은 아닐지 생각해 본다.
thanks to 민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