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에서 눈물이라니.

by 피터팬의 숲

오늘은 아내와 극장에 갔어. 기다리던 '탑건-매버릭'이라는 영화를 보기 위해서였지. 이 영화는 1980년대 개봉한 탑건 1의 속편이야. 그리고 나는 얼마 전에 케이블 방송을 통해 탑건 1을 처음 봤어.


극장에서 개봉하는 속편이 있을 때마다 케이블 방송에서는 친절하고 고맙게도 기존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편성을 잘해주지. 참으로 훌륭한 방송사들이야. 게다가 영화 우측 상단에 '다시 보는 000'과 같은 글귀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지. 아, 중간중간에 광고가 좀 들어가는 것은 애교로 봐줘야지. 우리는 상부상조와 두레, 향약을 초등학교 사회 시간에 배운 민족이니까 말이야. 케이블 방송사도 이럴 때 시청률 좀 올려야 하지 않겠어? 5분짜리, 10분짜리 영상 클립에 중독된 사람들을 다시 TV 앞으로 모셔올 절호의 찬스니까.


거두절미하고 오늘 본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게.


일단 이번 영화의 주연 배우인 '탐 크루즈'가 잘 생긴 외모에 연기력까지 좋다는 걸 또 느꼈어. 나이에 어울리는 중후함과 특유의 살인(?) 미소, 배짱까지 잘 묻어난 연기였지.


바로 그게 문제였었다. 연기력이 너무 좋아서 그런 것인지, 바보처럼 극장에서 눈물을 보였지 뭐야. 특히 훈련생들을 구하는 그 장면. 아직 이 영화를 볼 예정인 분들을 위해 구체적으로 묘사할 수는 없지만, 정말 사나이들의 우정이 이렇게 심금을 울리는 것이었는지 잊고 살았음을 느꼈어. 그리고 그 연출과 대사, 눈빛 하나하나가 내 눈을 촉촉하게 만들어버렸지.


난 가끔 극장에서 눈물을 훔치는 이들을 보고 '저들은 울고 싶어서 영화를 보는 것인지, 영화를 봐서 울고 싶은 것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는 표정으로 아내에게 "우리는 저러지 말자"라고 말하는 사나이 중 사나이인데 말이야. 오늘은 참 나도 나를 이해할 수가 없었어.


물론 감동적이긴 했단 말이야. 그런데 감동적이었다고 눈물이 꼭 나야 한다는 것은 아니잖아. 감동적이면 피 식대며 숨을 참아가며 웃을 수도 있고, 아니면 '왜 이렇게 감동적이야!!'라며 앞의 시트를 발로 세게 차 버릴 수도 있는 것인데. 그렇잖아? 마음이 동하는 일인데, 왜 꼭 눈물이 나냐는 거지.


집에 돌아와서 샤워를 하며 생각해봤지. 뜨거운 물로 몸을 덥히니 머리가 잘 돌아가더라고. 곰곰이 생각해봤더니 탑건 1에서 본 그 배우가 흘려보낸 세월을 보고 슬펐던 것 같아. 연기가 좋아서가 아니었어. 감정이입이 심했던 거지. 심했어. 얼마 전 탑건 1에서 본 20대의 배우가 오늘 '탑건-매버릭'에서 중장년의 관리 잘 한, 나이가 지긋한, 배우가 되어 돌아왔다는 사실에서 마치 내가 주인공이 된 것처럼 지나간 세월을 정면으로 맞은 듯, 울적했던 것이지. 갑자기 늙어버린 모습을 보고...


영화의 연출도 연출이었지만, 며칠 사이(탑건 1과 '탑건-매버릭'을 본 사이만큼의 시간) 30여 년이 지난 배우의 모습을 보고 적잖은 쇼크를 먹었나 봐. 그게 나 자신도 아니었는데 말이야. 내가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이 정도였나 싶었어. 극장에서 울 정도였으니까.


그런 것을 보면 난 30대 후반의 나이지만, 아직 자아성찰이 더 필요한 것 같아. 사춘기는 한참 지났지만 나도 내 내면의 모습을 제대로 모른다는 뜻이잖아? 극장에서 눈물을 흘려 놀랐고, 나이가 들어버리면 어떡할까, 덜컥 겁을 내는 모습에 또 놀라웠어.


생각난 김에, 다음에는 내가 나이가 들면,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 보는 글을 써봐야겠어. 중절모에 트렌치코트를 입고 있을까? 아니면 청바지가 어울리도록 몸매 관리를 잘했을까?


상상에 대한 나만의 그림이 그려질 때까지 내 내면에 다시 귀를 기울여 봐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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