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숍에 갈 때마다 자주 듣는 말이 있다. "머리숱은 많은데 이마가 넓은 편이네요. 목 뒤가 붉은데 피부염 있으신가요?" 그때마다 나는 "어릴 때부터 그랬어요"라면서 수줍게 대답한다.
사실 이마가 넓어서 바람이 불 때마다 앞 머리를 붙잡고 다녀야 한다. 땀이 나면 머리가 착 가라앉아서 피곤해 찌든 샐러리맨의 모습을 형상화하기도 하고, 젊은 나이에 탈모가 진행되는 건 아니냐는 걱정까지 듣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가끔 파마를 해서 볼륨을 주기도 하지만, 그건 근본적인 '처방'이 되지 못했다. 고민의 고민을 거듭했지만 해법은 없어 보였다. 우연히 '스핀스왈로펌'이라는 디자인펌을 알지 전까지는.
새로운 동네로 이사 와서 낯선 가운데 새로운 헤어숍에서 낯선 이에게 내 소중한 모발을 맡긴다는 것이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스핀스왈로펌'이라는 신개념 펌은 내게 희망을 줬다. 후기들이 모두 내 이목을 끌었다. 이마가 넓은 사람들에게 '특효약'이라는 점 때문이었다.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물 흐르듯 흐르는 펌의 흐름과 어떻게 보면 부스스해 보이는 자유분방함이 스타일에 힘과 생기를 줬고, 약간은 발랄해 보였으며 결정적으로 이마가 자연스럽게 가려지면서 앞머리 부분이 비어 보이지 않았다. 머리스타일이 바뀌니 회사에서도 기분이 약간은 좋아졌다. 그래서 그런지 주위 사람들이 요즘 내 목소리가 커졌다고 한다. 긍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