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때부터 벌써 20년 넘게 알고 지내는 친구가 몇 있다.
깊이 있는 만남을 추구하는 성격 때문에 마당발이라는 말은 듣고 있지 않지만, 나는 부모님이 돌아가셨다고 하면 당장 달려올 만한 친구가 4명 정도는 되는 것 같다.
어떤 책에서 봤는데 그 정도면 꽤 성공한 인생이라고 하던데. 아마 그 말을 최초로 한 사람이 친한 친구가 4명이었나 보다.
오늘 집에 오는 길에 지하철 승강장에서 이런 친구를 우연히 마주쳤다.
시도 때도 없이 카톡으로 연락하고, 아무 때나 전화통화를 해도 미안하지 않은 그런 친구다. 그런데, 지하철 승강장에서 만난 친구가 오늘은 왠지 낯설었다.
약속을 하고 만난 것이 아니라, 우연히 스치듯 만나서 그런지 몰라도 친구를 둘러싼 주변 공기가, 둘러싼 아우라가 묘하게 이질감이 느껴졌다.
10분 정도 승강장에서 이야기하다가, 각자의 길을 갔다.
함께 밥을 먹고, 차를 마시기 위해 일부러 시간을 내어 만나지 않은 우리들이라, 우리는 서로의 친구였지만, 그 순간 우리는 우리에게 속하지 않은 '타자'에 가까웠다.
길에서의 뜻하지 않은 우연한 만남이 내 20년 지기 친구를 조금은 다시 보게 만들었다. 그 느낌을 표현하는 것조차 약간 이상한 기분이다. 숨겨진 사사로운 감정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 것 같다.
불어오는 비바람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