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꼭 써보고 싶은 이유
- 후회, 그리고 결심
“나랑 같이 책 만들어 볼 학생 있어?”
“......”
“아무도 없나?...”
몇 년 전 대학원 강의실에서 어떤 교수가 강의 끝부분에 수강생들에게 던진 말이다. 그 강의실 앞자리에는 나도 있었다. 이미 수업시간이 10분이나 지나 버려서 지하철역으로 가는 버스를 놓칠까 봐 노심초사했을 뿐, 교수의 그 말을 제대로 귀담아듣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책을 같이 만들어 볼 사람을 구하던 교수의 목소리가 더욱 또렷하게 들려왔다.
“이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지. 책을 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대학원을 졸업한 후 책을 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질수록, 자신을 브랜딩하고 알리고 싶다는 욕구가 일어날수록, 이제는 잊고 있었던 교수의 음성까지 되살아났다.
‘그때 왜 그렇게 좋은 기회를 흘려버렸을까?’ 아쉬움에 하늘을 멀거니 쳐다본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세상이 많이 변했다.
평생직장이 사라진 요즘은 직장에만 목을 매면 바보라는 소리를 듣는다. 더는 승진이 성공 가도를 보장해 주지 않는다는 인식을 너나 할 것 없이 가지고 있다.
대학원에 가겠다고 직장 상사에게 ‘통보’했던 나는 대학원에 가야만 하는 이유로 “회사가 배신하기 전에, 제가 먼저 회사를 버릴 수 있는 용기와 능력을 얻기 위해서입니다”라고 호기롭게 말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조금 오글거린다.)
대학원은 경력을 바꾸고 새로운 기회를 얻기에 좋은 디딤돌이 될 것이라 믿었던 나의 선택이었다. 대학원은 사실 무수히 많은 선택지 중 하나일 뿐, 많은 직장인이 자신만의 무기를 만들어내기 위해서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요즘은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자신의 전문성을 뽐내는 사람도 꽤 늘었다. 잘 나가는 유튜버는 ‘부의 추월차선’인 듯 많은 이들의 선망과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다. 회사에서는 ‘주캐(주 캐릭터)’로 회사 밖에서는 ‘부캐(부 캐릭터)’로 활동한다.
나는 오래전부터, 회사라는 타이틀을 벗어던졌을 때 보이는 내 모습이 진짜 내 모습이라 여겨왔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자신만의 브랜드를 가질 수 있을지 고민했다. 학창 시절 경영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해 최종 지향점을 분명히 하고, 현 직장에서 관련 지식을 습득해 활용하겠다는 야무진 계획까지 꿈꿨다. (지금은 꿈의 방향을 바꿨지만)
그러던 중 출근길에 유튜브로 출판사 편집자가 출연해 강연한 장면을 보게 되었다. 그 편집자는 “성공한 사람이 책을 써야 하는 것이 아니라, 성공하기 위해 책을 써야 한다”라고 말했다. 나는 막연히 남들보다 우월한 위치에 있을 때만이 책이라는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책은 좋은 위치에 오르기 위해 해야 하는 과정에 필요한 마중물 같은 것이었다. 오랜 시간 이것을 간과한 채 살아왔다는 사실이 너무나 아쉬웠다. 대학원에서 경영컨설팅을 전공할 것이 아니라 ‘문예창작이나 언론홍보 쪽을 배웠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도 해보았을 정도이니까.
책을 내면 자신의 전문성을 드러낼 수도 있는 것은 물론, 나중에 서점을 운영하는데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이르자, 도저히 가만히 앉아 있기 어려웠다. 한국어 능력 검정시험을 공부해 어휘력을 길러야겠다는 결심부터 서점에 갔을 때 외면했던 글쓰기 비법이 담긴 갖은 책들을 뒤적이는 일까지 할 일이 아주 많았다. 직장 일만 생각했던 시절과는 다르게 일상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젊은 시절에 글공부를 해오지 않은 안타까움과 함께 아쉬움이 밀려왔다.
사실 당시 그 강의실에서, 내가 교수의 책을 내자는 제안에 응했더라도, 내가 가진 정리된 콘텐츠가 없었고, 하고 싶었던 게 명확하지 않았다면, 어쩌면 나는 이름만 올렸을 뿐 그 책의 내용을 다른 이에게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훌륭히 이해하거나 빠져들지 않았을지 모른다. 하지만 책을 내야 하는 이유와 열망이 충만한 지금이라면, 같은 제안이 왔을 때 조금 더 여유 있는 표정과 분위기와 목소리로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그 순간이 다시 오길 바라며, 오늘도 꿈을 향해 한 발짝 내디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