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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터팬의 숲 Jan 16. 2021

출판사 북클럽과 동네 서점

-북클럽이 바꿀 수도 있는 미래를 바라며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출판사 북클럽 중 적어도 하나 정도는 알고 있을 것이다.  

    

북클럽이 활성화된 메이저 출판사(문학동네, 민음사 등)에서는, 요즘 다양한 기획으로 독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북클럽에는 소정의 가입비를 내고 회원이 될 수 있는데, 가입 시 얻게 되는 혜택이 상당하다. 예를 들어 해당 출판사의 책 중 원하는 책을 고를 수도 있고, 특별한 날 특별한 책을 예상치 못하게 받아보는 서비스를 택할 수도 있다. 북클럽 회원의 집으로 친절하게 택배 배송도 해준다.     


그래서 북클럽 가입을 고민하던 독자의 입장이라면 주저 없이 가입하게 되지만, 출판사 입장에서는 북클럽 운영이 손도 많이 가고, 가입비가 비싸지 않은 이유 등으로 큰 이윤을 얻기 어려울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출판사들이 북클럽을 활성화하려는 데는 이유가 있다. 바로 충성고객 확보다.     


사실 대부분의 독자는 어떤 출판사가 어떤 종류의 책에 전문적인지 잘 알지 못한다. 독자들은 책의 제목과 내용을 보고 책을 고르지, 출판사의 브랜드와 가능성을 보고 책을 구매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북클럽은 독자들이 ‘출판사 자체’에 관심을 두게 했다. 독자들에게 ‘이 출판사는 세계문학이 전문이라 다양한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고, 저 출판사는 경영과 경제서적이 전문이구나’라는 새로운 시야를 가지게 해 준 것이다. 그러다 보니 그 출판사가 만들어내는 책이 어떤지 유심히 보게 되고, 마음에 들면 자연스럽게 출판사의 충성고객으로 합류하게 된다.

      

특히 많은 출판사가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블로그, 유튜브 같은 마케팅 채널을 가지고 있어 북클럽을 통해 1년 단위로 충성을 맹세한 독자들은, 출판사 마케팅 채널의 구독자로도 활동하게 된다.

     

그런데, 동네 서점으로서는 북클럽을 운영하는 출판사를 어떤 시각으로 보면 좋을까. 얼마 되지 않은 독서 인구를 공유할 파트너로서 인지해야 할지, 아니면 서점에 가지 않고도 책을 집에서 받아 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니 경쟁자로 판단해야 할까.

      

필자는 출판사 북클럽이 동네서점에 있어 파트너이자 동시에 경쟁자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독서 인구는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작년 11일, 만 19세 이상 성인 6천 명과 4학년 이상 초등학생, 그리고 중・고등학생 3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9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1년간 성인이 읽은 종이책 연간 독서율은 52.1% 독서량은 6.1권으로 2017년에 비해 각각 7.8% 포인트, 2.2권 줄어들었다고 한다.

      

이렇게 ‘습관적으로’ 종이책을 읽는 독서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출판사 북클럽은 독서 인구를 창출해 낼 수 있는 특별한 무엇인가가 될 수 있다. 일례로 진지함과 엄숙함보다는 유머와 재미, 위트를 중시하는 게 요즘 젊은이들이 원하는 트렌드 중 하나이기에, 유튜브를 통한 출판사 홍보는 북클럽은 물론, 책과 글쓰기에 관한 관심을 끌어내기에 적합하다. 독서 인구라는 거대한 파이를 키우는 시장에서, 북클럽은 새로운 창조자가 된다. 독서 인구가 늘어나는 일은 동네 서점에 희소식이기 때문에 북클럽 활성화는 응원할만한 일이다.

     

하지만 북클럽은 독서 문화의 트렌드를 바꾸게 될지도 모른다. 지금은 대형 출판사가 주로 북클럽을 운영하지만, 북클럽 운영 노하우나 경영기법 등이 지금보다 발전해서 저렴한 비용으로 중소형 출판사도 북클럽을 운영하게 된다면, 서점에 가는 일보다 북클럽을 통해 책을 얻고 굿즈를 받는 일이 더 즐거워진다면, 동네 서점으로서는 새롭게 창출된 시장에 독자를 빼앗기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일은 지금과 같은 독서 문화와 출판 시스템 하에서는 쉽지 않지만, 미래를 그 누가 감히 예상할 수 있겠나.

      

치킨집 사장의 진정한 경쟁자는 맞은편 치킨집이 아니라 가정주부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동네 서점의 잠재적 경쟁자는 같은 지역의 다른 서점이 아니라, 북클럽이나 새로운 서비스를 기획·발굴해 나가는 그 무엇인가는 아닌지.


그럼에도 북클럽 활성화가 우리 사회에 새로운 빛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큰 것은, 가 아직은 서점을 운영하는 경영자가 아니라 ‘독자’에 머물러 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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