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원 저 ‘보통의 존재’ 중 ‘서점’에 관하여

- 동네서점은 싫다고?

by 피터팬의 숲

요즘 이석원 산문집 ‘보통의 존재’라는 책을 읽고 있다. 10주년 기념 특별판이다. 작가는 부드러우면서 직설적인 문체로 읽는 이에게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 준다. 일상의 다양한 소재에 작가의 삶의 경험을 더해 각각의 주제마다 새로운 관점을 전해준다.


작가는 ‘보통의 존재’를 칭하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아왔다. 그러다 보니 사람과 부대끼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글의 소재에서 느껴지는 외로움은 책 전체에서 묻어난다. 표지 디자인에서도 짐작할 수 있다. 덩그러니 놓여 있는 등받이 있는 의자 하나. 이 책을 지배하고 있는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작가의 내면에 대부분 공감하며 책을 읽어나가던 중 ‘서점’이라는 주제의 산문을 만났다. 서점을 주제로 하다니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의외였다. 작가는 시내의 대형서점을 여러 가지 이유로 찬양하더니 동네서점은 그렇지 못하다며 결론적으로, 동네서점은 위로받을 수 없는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나는 이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다.


‘서점’이라는 글에서, 작가는 대형서점이 좋은 첫 번째 이유로 혼자 가도 남의 시선 의식 안 하고 누가 보든 안 보든 편하게 있을 수 있음을 근거로 들었다. 그 말은 옳다. 그런데 동네서점도 아주 편하게 있을 수 있는 공간임을 밝히고 싶다. 대부분의 동네서점은 지역사회의 커뮤니티 같은 공간을 자처한다. 자연스럽게 자주 찾아오는 사람이 또 찾아올 가능성이 크다. 서점 주인장은 책이 좋아 찾아온 손님들을 관찰할 것이다. 어떤 책이 있냐 구해줄 수 있냐는 식의 꼭 필요한 말을 거는 사람부터, 불필요한 말까지 하는 사람, 시선을 사람에게 두지 않고 책에만 머물다 돌아가는 사람, 방해받지 않고 내가 왔다는 어떤 자취도 남기지 않길 바라는 사람까지. 그리고, 그들을 관찰한 서점 주인장은 그들에게 각각 맞춰 줄 것이다. 말을 걸기 전에 주인장이 먼저 말을 걸 것이고, 시선을 피하기 전에 주인장이 먼저 관심을 두지 않을 것이다. 일대일 맞춤 서비스가 가능한 곳. 그런 곳이 동네서점이기 때문이다.


또 이 작가는 시내 대형서점을 찾는 두 번째 이유로, 들고 나는 것부터가 자유롭다고 했다. 당연하다. 대형서점은 문이 없다. 보통 백화점이나 대형 복합쇼핑몰의 한쪽에 있기 때문이다. 누가 왔다 갔는지 문을 열고 들어오지 않았기에 알 수도 없고, 그러기에 자유롭다. 그런데 대형서점은 ‘책만’ 볼 자유를 침해한다. 온갖 문구류와 가전제품이 서점이라는 이름에 빌붙어 기생한다. 대형서점에 가면 책 이외에 시선이 머물 객체가 아주 다양해진다. 눈에 들어오는 게 많아지니 잡다한 생각이 많아진다. 책을 보러 갔는데 책 이외의 잡스러운 다른 생각을 하게 한다. 명백한 자유 침해다. 동네서점은 그렇지 않다. 책이 주제다. 공간도 작기에 책 이외의 다른 생각을 할 가능성은 매우 적다.


게다가 작가는 대형서점이 평화로우며, 신기하다고 주장한다. 또 감정을 마음대로 놔두어도 좋은 공간임을 덧붙인다. 큰 소리로 떠드는 사람이 없고 타인에게 무례하거나 폭력적인 사람도 없으며 타인의 존재가 거추장스럽게 느껴지지 않는 공간이라고 설명한다. 평화롭다는 건 조용하다는 것이다. 동네서점은 대형서점만큼 많은 사람이 드나드는 곳이 아니기에 한산하다. 더욱이 동네서점을 찾는 사람들은 편리한 대형서점에 가지 않는 이유의 크기만큼,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일 것이기에, 인품이 검증된 사람들일 가능성이 크다. 책에 그다지 관심 없는 어중이떠중이는 동네서점에 잘 오지 않을 것이다. 나는 책을 읽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훌륭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렇지 않은가. 이렇게 즐길 게 많은 시기에 종이책을 보러 서점에 온다니.


또 따져보면 동네서점만큼 신기한 공간도 없다. 우선 책으로 돈을 벌어보겠다고 서점을 연 주인장부터 신기한 사람이고, 주인장이 마련한 서가는 그 사람의 세계관부터 관심사, 삶을 대하는 태도까지 많은 것을 엿볼 수 있는 공개된 통로이기 때문이다. 덤으로 서점 한쪽에는 주인장이 치열하게 준비한 북 큐레이션이 있다. 동네서점에 천편일률적인 큐레이션은 존재하지 않기에 오는 이에게 무한한 감동을 선사해 준다.


이석원 작가가 아주 우연히라도 이 글을 보게 된다면 이렇게 말할지 모른다.


“난 외롭다니까. 외로운 사람이니까 대형서점이 좋은 거라고. 방해받지 않고 싶다는 의미를 모르겠어?”

하지만 난 그에게 말하고 싶다.


“내가 써 놨잖아요. 외로운 삶에 지친 거 알아요. 외로워지기 싫으면 동네서점에 가세요. 그곳에는 새로운 가능성이 있어요. 그것도 매우 정제된 가능성이요. 무슨 가능성이냐고요? 외로움과는 먼 삶이요. 믿어보세요”


이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