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피터팬의 숲 Mar 15. 2021

얼그레이 케이크와 커피와

-환상의 짝꿍, 너와 나 같은

 오늘 회사에 연차를 내고 동네에 새로 생긴 브런치 카페에 들렀다. 따뜻한 느낌의 실내 분위기가 우리를 반갑게 맞아줬다.

      

 햇볕이 잘 드는 자리에, 여기가 우리 자리라며, 테이블 위 가방을 눈에 띄게 올려두고 카운터 앞으로 다가갔다.

     

 노란 치즈 케이크가 눈에 들어와 아메리카노 2잔과 함께 주문했다. 그런데, 씩씩한 목소리의 카페 주인 여사님이 말했다. “얼그레이 케이크는 어떠세요? 먹어본 분들은 하나같이 맛있다고 입을 모읍니다.” 

    

 우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쉽게 수긍한다.

     

 15분쯤 지나 드디어 주문한 커피와 케이크가 나왔다.


얼그레이 케이크 

      

 오랫동안 내린 커피 어디 한번 맛 좀 볼까. 호로록 입에 한 모금 물고 혀를 이리저리 굴려본다. 아내는 커피는 와인이 아니라며 혀를 찬다.

      

 음미해 본 결과는 ‘일반적인 커피. 특별할 것 없음.’

     

 하지만 우리에겐 아직 한 조각의 얼그레이 케이크가 남아있다.

      

 비장하게 손목 스냅을 이용해 케이크의 한 단면을 얇게 저몄다. 연분홍색 크림이 호숫가에 잔잔히 퍼지는 파동처럼 살포시 포크 끝에 감긴다.

      

 입안으로 가져가. 냠.

 아내도 입안으로 가져가. 냠냠.

     

 누가 말하지 않았어도 케이크를 입에 물고 커피를 호로록.


아메리카노와 케이크. 먹다 보니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

     

 다시 맛을 보니 커피도 괜찮다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날리는 내게 아내는 또다시 혀를 찬다.     


 오늘의 디저트, 로맨틱, 성공적.
 얼그레이 케이크와 커피는 당신과 나 같은 환상의 짝꿍.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