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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움 May 13. 2019

누구에게나 필요할 기획의 언어들

가지와라 후미오&이바 다카시 <기획은 패턴이다>

작년 11월에 썼던 글.

한창 이 책을 읽고 빠져있었더랬다. '암묵지'라고 일컬어지는 일의 지식들을 언어화하고 공유하고 싶은 생각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생각은 여전히 유효하다. 개인적 차원에서만이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의미있는 지식의 축적과 교류가 될테니까. 



<기획은 패턴이다>는 221페이지의 얇은 책이다. 하지만 머릿속에 남기는 생각의 페이지들은 훨씬 두껍다. 책상 한 켠에 두었다가 프로젝트 시작을 앞두고 있을 때 한번씩 훑어보면 좋을 그런 책이다. 쓰윽 훑어보며 앞으로 어떻게 일을 진행할 지 생각해 보는 거다.


저자 가지와라 후미오는 호텔무지 베이징을 비롯 일본 최초 부띠끄 호텔을 디자인하기도 한 UDS의 대표다. UDS는 프로젝트 디자인 회사로 건축 디자인을 넘어 그 공간에서 이뤄질 사업의 컨셉과 운영 전반을 기획한다. 공간과 경험, 운영까지 아우르는 기획자로서 가지와라 후미오의 사고방식, 아이디어를 내는 방법, 작업방식이 이 책에 담겨있다.


이 책의 진짜 특별한 점은 그 내용을 패턴 랭귀지라는 틀로 정리했다는 점이다. (공저자인 이바 다카시는 패턴 랭귀지 전문가)  일하다보면 자연스럽게 경험을 통해 나름의 지식을 쌓는다. 패턴 랭귀지는 개인의 내부에 언어화되지 않은 채 암묵지로 존재하는 그 지식들을 언어화하여 소통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바 다카시는 이렇게 말한다.


“ 말하자면, ‘중간의 언어’인데, 정작 이 레벨의 언어가 매우 부족합니다.
기업도 마찬가지에요. 상위 비전은 확실하고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하위수준의 구체적인 실행지침도 존재합니다. 그런데 이 둘을 연결하는 중간이 없어요. 그러니 비전과 지침의 관계를 파악하기 어렵고, 그 결과 충동적으로 행동하거나 생각 없이 행동하게 됩니다. ….이런 점에서 패턴 랭귀지를 만든다는 것은 비전 등의 상위 개념과 구체적인 행동지침 등의 하위 개념 사이에 존재하는 ‘중간의 언어'를 만드는 작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에 담긴 32가지 패턴들의 이름을 보면 좀더 감이 온다. 직접 수집하기, 아이디어 연결하기, 철저한 리스트업, 한마디로 표현하기 등등. 각각의 패턴 랭귀지는 상황과 문제를 제시하고 해결방법과 그 결과를 패턴으로 묶은 것이다. 


이런 중간의 언어이기에 이 책에 담긴 내용들은 공간 기획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분야의 기획자들에게 도움이 될 만하다. 무엇보다 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것은 고품질의 기획을 하는 방법이다. 32가지의 패턴 랭귀지를 읽으면서 내게 적용시킬 점들을 많이 찾을 수 있었다. 몇 가지 뽑아보자면.


  

    예상과의 차이 : 남의 사례를 그냥 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보기 전에 최대한 예상해보고 이후 실제와 비교해보면서 그 의도를 생각해보는 방법으로 훌륭한 공부 방법이다. 이후 여기에서 얻은 생각들을 ‘나만의 색인’으로 정리할 것.  
    한마디로 표현하기 :  본질을 파악하고 표현하는 힘은 기획자의 필수 요건. 더불어 프로젝트를 한마디로 표현해가는 과정에서 프로젝트의 핵심에 집중할 수 있다.  
    닮고 싶은 세 사람 찾기 :  한 명의 롤모델로는 아류작에 불과해질 수 있다. 세 명을 찾아 각각의 배우고 싶은 점을 본다면 나다운 나를 만들어가는데 도움이 된다.  
    즐거운 기억 : 고객과 함게 작업하는 과정의 즐거운 기억은 고객이 제품에 애정을 가질 수 있게 해주고 이 좋은 기억은 또다른 기획으로 이어져 나다운 기획을 계속하는 힘이 된다.(내 경우라면 함께 일하는 동료나 외부협업자들과의 좋은 기억으로 치환시킬 수 있을 것)  


이 것들만 보더라도 이 책이 단순한 작업 과정만이 아니라 기획자가 평소 어떻게 생각하고 준비하고 있어야 하는가에 대한 내용도 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여러모로 자극이 되는 책이다. 


책을 읽으며 아이디어 중 하나는 이 패턴 랭귀지를 사용하여 서로의 노하우를 공유하는 모임을 만들어보는 거다. <기획은 패턴이다>는 큰 틀에서 기획의 방법을 다루고 있긴 하지만 그 분야가 프로젝트 디자인인만큼 다른 분야에서는 조금씩 다른 패턴 랭귀지를 만들 수 있을 거다. 저마다 다른 영역의 사람들이 모여 자신만의 패턴을 공유해보고 패턴 랭귀지 실천 경험을 나눠본다면 꽤 재미있지 않을까. 언젠가 지인이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모아 통해 각 분야의 요즘 이야기를 들어보는 작은 모임을 해보고 싶다고 한 적이 있었다. 음,  ‘아이디어 연결하기’를 통해 좀더 발전시켜보면 재미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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