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얼 코일<최고의 팀은 무엇이 다른가>
나는 늘 말이 담고 있는 에너지에 민감하다. 무심코 한 말이 나의 생각과 감정을 고정시켜 버리기에 조심하려고 애쓴다. 듣는 말도 그렇다. 좋은 에너지이든 나쁜 에너지든 영향을 많이 받는다. 특히 깨어있는 시간의 반 이상을 사람들과 부대끼며 보내는 회사에선 더 그렇다.
회사라면 어디에나 좋은 에너지를 전해주는 금사과, 무력감과 냉소를 전염시키는 독사과 모두 있게 마련이다. 돌이켜보면, 금사과와 한 팀일 때 야근이 많을 때이긴 했지만 아이디어도 웃음도 넘쳤다. 독사과 가까이에 있을 땐, 나도 어느새 독사과가 되더라.
대니얼 코일의 <최고의 팀은 무엇이 다른가>는 커뮤니티 관점에서 나의 과거를 이렇게 톺아보게 하는 책이었다. 그래서 너는 금사과냐, 독사과냐?
이 책은 최고의 팀들이 가진 공통점으로 세 가지를 뽑는다. 심리적 안전(소속감과 유대감), 취약성을 공유함으로써 만들어지는 신뢰와 협동, 조직의 목적에 대한 구성원 전체의 명확한 인식. 이 요소들이 나올 수 있는 기반은 나보다 집단이 더 낫다는 겸손, 합의와 이해를 위해 시간을 들이는 인내, 팀과 개개인의 허물을 직시할 용기이다. 이 덕목들을 실천할 수 있도록 각 챕터 끄트머리에 정리한 행동전략은 마음 없이 그저 ’척’으로 일관하기엔 어렵다. 결국 다 인성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금사과가 되려면, 결국 좋은 사람이 먼저라는 게 뻔하지만 그래도 결론 아니려나.('좋다'의 정의가 착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 책을 읽고 독서모임 트레바리에서 토론을 했다. 어느 멤버는 이 책대로라면 리더는 감정노동자 같다는 말을 했다. 공감한다. 그래서 하루하루 생존과 그래서 속도가 중요한 회사라면 과연 책에 나오는 조건들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리더라면, 자신이 전권을 쥐고 밀어붙이고 싶은 유혹에 엄청나게 시달리지 않을까? 그리고 이 책이 제시하는 행동전략은 리더를 위한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을, 대부분은 팔로어들일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픽사도, 네이비실도, 자포스도 아닌 우리 각자의 회사는 코일이 제시하는 행동전략의 부분부분을 취해서 나름의 길을 걸을 수 밖에 없을 거다. 그래서 다시 한 번, 현실에 존재하는 극단의 좋은 예를 모은 책이라는 클럽장 발언에 끄덕이게 된다. 그리고 팔로어로서의 나도 다짐해본다. 독사과는 안되겠다고. 그리고 꼭 잘 듣는 동료가 되어야겠다고. 말이 안되는 아이디어일지라도 내가 당신을 판단하고 있지 않다. 그러니 우리 더 대화해보자는 그런 안전한 느낌을 주는 동료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