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피움 Sep 01. 2019

춤추는 사람, 읽는 사람, 일하는 사람(1)

매직카펫 매거진 Vol.4 전다원 님 (1)

다원님을 처음 만난 건 올해 초 독서모임에서였다. 가끔 그런 사람들이 있지 않나. 딱 봐도 건강한 에너지, 밝은 기운을 가진 사람들 말이다. 우리 둘 다 잘 모르는 분야의 책을 읽는 모임이었던 그곳에서 다원님은 늘 순도 높은 호기심과 감탄을 내뿜는 사람이었다. 물론 헤어스타일도 범상치 않았다.


마침 사는 동네도 가까웠던 어느 토요일 아침에는 다원님의 안내로 망원동 구경도 했다. 그 과정에서 제법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 아프리칸 댄스를 한다니! 텃밭도 일구었다니! 북도 쳤었다고?  

점점 더 궁금해졌고 더 많이 물어보고 싶어 졌다.


요즘 한창 일이 바쁜 시기라는 직장인 다원님. 인터뷰 전에도 업무 메일과 전화를 하느라 바빠 보였다.


#춤 안의 자유 


안녕하세요. 간단한 소개 부탁드려요.


저는 전다원입니다. 지금 서울에서 산 지 5년 정도 된 10년 차 직장인입니다.


사전 질문지는 어땠나요?


바빠서 다 읽지는 못하고 처음 몇 개를 읽는데 역시 아프리칸 댄스에 대한 것들이더라고요. 아프리칸 댄스 한지 거의 1년 되는 시점이고 요즘엔 거의 그것만 하고 있어서 그게 최근의 나예요. 그러다 보니 요즘 만난 사람들에겐 '나= 아프리칸 댄스' 이렇게 보이는 것 같아요.  


본인에 대한 키워드를 뽑아본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최근에 상반기가 끝나면서 저도 정리를 해봤는데 아프리칸 댄스가 단연 1위였고 그다음에 읽는 사람, 올해에는 책을 좀 많이 읽어보려고 했으니까. 세 번째는 피곤한 직장인.


잘 살고 있는 것 같아요. 나름의 균형을 잘 찾고 있는 것 같아요.  다원님 포스팅 중에 '내가 진짜 금토일 춤추는 거 하나 바라보면서 버틴다'라고 쓴 거 보고 직장인의 고뇌를 느꼈어요.


왜냐면 그게 진짜 내 마음이기도 하면서 포스팅은 다른 사람들 보라고 쓰는 것도 있으니까요. 제가 맨날 재미있는 포스팅만 올리니까 너는 맨날 놀러 다니고 재미있겠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솔직히 말하자면, '나 직장인이고 일도 힘들게 열심히 하고 있어'라고 보여주려고 한 것도 있어요.  


아프리칸 댄스는 어떻게 시작한 거예요?


저 원래 춤추는 걸 좋아해서 춤이나 음악 공연 보는 걸 좋아하거든요.  


홍대에서 밥 먹는데 갑자기 우당탕탕 천둥소리가 들리는 거예요. 너무 놀라서 뛰어가 봤더니 거리에서 타악 퍼포먼스를 하고 있었어요. 이날 인상이 엄청 강렬했고 공연 끝 무렵이었지만 그 북소리는 잊을 수 없어요.


그렇게 브라질 타악그룹 ‘라퍼커션'을 알게 됐고 그곳에서 3개월에 한 번씩 일반인 회원도 모집을 하더라고요. 그래서 '지금 아니면 안 돼'라는 생각이 들어서 신청했어요.  


'좀 더 어릴 때 시작했으면 좋았을 걸'이라는 아쉬움이 있지만 매주 두 번씩 20-30명이 모여 합주하던 시간은 여전히 생각만 해도 심장에 북소리가 쾅쾅 울리는 것 같아요. 실력은 부족하지만 공연 기회도 많아서 처음으로 관객이 아닌 공연자가 되어보는 기회도 있었었어요. 그리고 브라질 음악의 기원이 아프리카라는 것도 알게 되었고요.


라퍼커션의 형제 그룹인 아프리칸 댄스그룹 ‘포니케'도 자연스럽게 알게 됐어요. 같이 활동할 때가 많거든요. 일반인 모집을 한다길래 이것도 냉큼 시도해봤죠. 그런데 해보니 너무 재밌어서 지금껏 계속하는 것 같아요.


원래 새로운 거 시도해보는 걸 좋아해요?


네. 시도는 웬만하면 다 해보는 편이에요.


저 아는 분이 그러더라고요. 자기는 할까 말까 할 때는 한다고.


저는 '아님 말고’라고 생각하면서 해요.


그것도 좋네요. 또 다른 춤도 했었어요?


아프리칸 댄스 하기 전에는 줌바했었고, 라틴댄스도 6개월 했었어요. 이사하면서 더 못 배워서 중간에 끊겼지만 그런 걸 찾아서 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춤을 잘 추는 건 아니지만 그걸 떠나서 그걸 할 때 행복한 느낌을 받아요.


그럼 아프리칸 댄스의 매력은 뭐예요? 라틴도 해봤고.


라틴댄스는 그 안에서도 차차차, 룸바 같이 종류가 많은데 음악 자체가 너무 신나고 잘 추시는 분들 모습만 봐도 너무 즐거웠어요. 음악이랑 춤추는 것 자체가 좋아요.


그런데 아무래도 남녀가 같이 추는 춤이라 불편하거나 서로 맞춰가야 하는 게 많아요. 나 혼자 정말 자유롭지는 않은 거예요. 상대를 고려해서 스텝을 하거나 해야 하니까 그런 생각을 계속하는 것에 힘든 부분이 있었고. 당시 남자 친구도 그런 부분을 그리 좋아하지 않기도 했고요. 그러다가 이사하면서 끊어졌죠.


그리고 중간에 줌바가 있었어요, 줌바도 라틴아메리카 뮤직에 혼자 출 수 있어서 2년 정도 너무 재미있게 췄어요. 그런데 줌바는 피트니스의 요소가 훨씬 많아요. 물론 엄청 재미있고 운동도 많이 되는데 오래 하다 보니 춤을 좀 더 잘 추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즈음 자연스럽게 아프리칸 댄스를 접했던 것 같아요. 최근에 줌바를 오랜만에 하니 또 다른 에너지와 재미가 있더라고요.


자유로움이라는 단어가 딱 떠오르는 사진


다원님이 올리는 영상들 보면 아프리칸 댄스는 확실히 혼자 추는 게 많더라고요.


맞아요. 파트너랑 추는 게 별로 없어서 편해요. 그래서 살사나 다른 라틴댄스 하던 분들이 아프리칸으로 넘어오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아프리칸 댄스 하는 분들 보면 어디선가 다른 댄스를 하다가 온 분들이 많아요.  


자유로움 외에 다른 매력도 있나요?


자유로움이 굉장히 커요. 또 좋은 건 아프리칸 댄스는 일반적으로 라이브 뮤직과 같이 하거든요. 그 라이브 북소리에 맞춰서 춤을 춰요.


정해진 동작이 대충은 있지만 그 안에서 내가 막춤을 춰도 사람들이 뭐라고 하진 않아요. '그건 네 스타일이야'하면서 존중해주는 분위기예요.


50,60대 분도 계세요. 자기 스타일대로 추시는데 아무도 그것에 대해 뭐라고 하지 않고 오히려 자기 열정을 보여주면서 추는 것에 대해 다들 대단하다고 하는 분위기예요.


그럼 아프리칸 댄스의 자유로움이라는 건 혼자 춘다는 것 외에도 스타일면에서의 허용선이 굉장히 넓다는 것도 있겠군요?


맞아요.


동작을 보면서 신체를 훨씬 크게 쓰는 동작들이 많더라고요. 그런 면도 자유로움을 느끼게 해주는 면인 것 같아요.


그것도 그래요. 그런데 아프리칸 댄스도 종류가 많아요. 지금 제가 배우는 댄스는 서아프리카 쪽 댄스고 그 안에서도 여러 갈래로 나뉘는데 움츠러들고 조용조용한 것도 있고 발산하는 것도 있어요. 아무래도 초급자나 현재 모인 사람들의 성향이 대부분 발산하는 걸 좋아해서 그런 춤을 많이 하고 있어요.


음악은 어때요? 타악기 소리가 본능적인 어떤 부분을 건드리는 것 같아요.


정말 그렇죠. 심장박동 치는 그런 소리잖아요.  


처음에 북 배웠던 것도 그것 때문이에요?


네, 맞아요.  


그래서 제 인스타그램 피드에 그런 음악과 동작을 올려주는 사람이 있어서 전 참 좋아요. 평소에 많이 들리는 음악이 아니기도 하고요.

그러면 아프리칸 댄스로부터 어떤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바뀐 점이 있어요?


우선, 체력이 굉장히 좋아졌어요. 허리가 안 좋았는데 아프리칸 댄스에는 거의 스쿼트 하듯이 낮은 자세로 추는 춤이 많아요. 그래서 하체랑 엉덩이 허리를 많이 써요. 예전에는 회사 끝나고 나면 피곤해서 쓰러질 것 같은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 춤을 추고 난 이후에는 제가 정신적으로는 소진되더라도 몸이 축나는 것 같다는 느낌을 거의 안 받아요.  


그리고 발산할 수 있는 환경이 있으니까 확실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현대인에게 아주 긍정적인 장소인 것 같아요.


사람들은 어때요?


사람들도 좋아요. 원래 춤추는 모임에서는 말을 잘 안 해요. 왜냐면 춤추고 헤어지면 끝이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춤출 때 서로 눈빛을 교환하고 내가 이렇게 즐거운데 옆 사람도 즐거워하는 게 보이면 그 모든 상황이 그냥 너무 행복한 거예요.


굳이 말 안 하고 이름, 나이 모르는데도 같이 춤추고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같은 걸 공유하는 사람들이잖아요. 그런 기분이 너무 좋죠. 땀 흘리면서 같이 뭔가를 하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유대감도 생기는 것 같아요.


머리스타일은 자유로움을 표출하는 방법 중 하나였어요?


아니요. 저는 사실 아무 생각 없이 한 거예요. 그냥 공연이 임박했을 때 뭔가 새로운 걸 해보고 싶었어요. 그리고 얼굴도 까매서 이런 머리를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욕망도 있었어요. 난 지금도 내 얼굴이 안 보이기 때문에 내 머리가 어떻고 내 모습이 어떤지 모르는데 처음 머리하고 나서 다른 사람들이 나를 보는 시선이 굉장히 달라진 것을 느껴서 좀 신기했어요.


특히 아주머니들이 신기해하시면서 가끔 그냥 말을 걸기도 하세요. 머리숱 많아서 좋겠다고. 지금은 이 머리가 편하고 좋아요. 원래도 심했던 곱슬머리를 3개월 넘게 방치해도 별 티도 안나고요.


주변 반응은 어땠어요?


그냥 길 가다가 쳐다보는 사람들이 많아서 놀랐고. 또 주변에 저를 알던 사람들은 잘 어울린다는 사람들도 많아서 그냥 이거 하나 바꾼 걸로 인해서 어떻게 보면 굳이 내 취향을 말하지 않아도 취향이 드러나는 그런 게 있는 것 같아요.


다원님의 표정만 봐도 얼마나 신나는지 느껴진다.


다원님을 보면 순수한 호기심을 느껴져요. 우린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연기도 많이 하잖아요. 근데 다원님이 뭔가 호기심을 느낄 땐 순수하게 우와! 하는 그런 게 있어요.


단순해서요. 좋으면 좋고 싫으면 싫고.  


그게 아마 제가 다원님에게서 느낀 좋은 에너지의 원천인가 싶어요.


단순한 게 좋아요. 아프리칸 댄스의 좋은 점도 단순하다는 거예요. 얼마 전에 연습 끝나고 같이 춤추는 사람들이랑 맥주 한잔 하면서 이야기를 했어요. 우리 같이 수업 듣는 사람들끼리 끝나고 맨날 찬양하거든요.


‘아, 오늘 너무 좋았어' 이러면서 다 같이 이야기를 나누는데 한 친구가 '아프리칸 댄스 1차원적이라서 너무 좋아. 물고기 잡을 때 했던 춤이면 딱 물고기 잡는 동작이 있고 추수할 때 했던 춤이면 딱 봐도 추수하는 동작이고’ 그런 게 너무 좋다고 하더라고요.


건강한 느낌을 주는 춤이 많은 것 같아요. 섹시한 느낌을 주는 춤도 있나요?


섹시한 춤도 있죠. 아직 그 단계까지는 아직.


난이도의 문제인가요?


그런 것도 있겠지만 저는 아직 잘 못 봤어요. 그 안에서도 워낙 종류가 많은데 저는 아직 초급이라서.


그리고 그 섹시함이라는 개념도 어떻게 보면 문화적인 섹시잖아요. 거긴 엉덩이랑 팔을 많이 쓰는데 물론 한국인이 보기에도 섹시하다 하는 느낌의 춤이 있을 수 있지만 그냥 거기서는 엉덩이를 많이 흔드는 게 섹시할 수도 있고요. 그렇지 않을까요?


그렇겠네요. 그렇게는 생각을 못했어요. 공연을 준비하는 건 어때요? 연습실에서 출 때랑 밖으로 나가서 출 때 뭔가 좀 다른가요?


다 너무 좋아요. 밖에서 출 땐 사람들의 호응에 신경이 좀 쓰여요. 그리고 사실 안에서 추냐, 밖에서 추냐 보다 음악이 잘 들리는지 안 들리는지에 따라가는 게 굉장히 커요. 실내에선 음악이 잘 들리니까 거기에 완전히 몰입해서 추게 되는데 실외인데 음악이 막 퍼지면 소리가 잘 안 들려서 집중이 좀 안돼요.  


최근에도 야외에서 추신 적 있죠? 그땐 어땠어요? 


신촌에서 출 때는 소리가 좀 퍼졌는데 쌈지길에서는 건물 사이에 소리가 막히면서 잘 들리고 또 인사동에 관광 오신 분들이 호응을 너무 잘해주셔서 정말 즐거웠어요. 꿈같은 순간이었죠.


‘꿈같은 순간'이라는 생각이 딱 들었던 거예요?


네.


너무 좋네요. 사실 일반적으로 느낄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그렇죠. 일상생활에서는 힘들죠. 완전히 몰입되는 순간. 몰입을 매 순간 느껴서 너무 좋아요. 사실은 줌바할 때부터 몰입이 너무 잘 되어서 하고 나면 너무 개운했어요. 그 순간은 완전히 거기에 빠져있는 거니까.  


전다원 님의 인터뷰는 (2) 편으로 이어집니다.

https://brunch.co.kr/@piuda/18

매거진의 이전글 호흡이 긴 사람 (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