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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아시스 Mar 04. 2016

죽기 전에 다가지 않아도 괜찮아ㅡ서문

ㅡ여행조차 욕망으로 소비되는 시대에 부침

하루를 여행 했지만 20페이지의 글이 나올 때가 있고 40여일의 산티아고 순레를 다녀와도

1페이지를 넘기기 힘들 때가 있다.

나는 다른 여행가들에 비하면 고작 18일 정도 여행을 다녀왔다.

그러나 광복절 특사를 기다렸던 것 마냥 생각의 포로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나왔다.

아니, 환호성이라기보다는 울부짖으며 달려 나왔다.

소로우의 ‘월든’ 은 생각들을 방면하게 한 열쇠였다.

그 당시에는 ‘월든’이 아니더라도 어떤 책을 가져갔어도 가능했을지 모를 정도로 난 감수성 덩어리 그 자체였다.


살만한 시절이라 그런지 여행이 일상이 되었다. 그래서 알만한 관광지에는 ‘어글리 코리안’이란 수식이 자연스럽게 따라 나왔다.

봇물 터지듯이 나갔다.

심지어 IMF와 신자유주의 공격에도 끄덕하지 않고 여행에 대한 욕망은 멈추질 않았다.

자본주의 시스템에 묻혀 살던 이들이 피곤을 털기 위해 여행을 선택하고 뽀족한 방도 없는 막막한 현실에 물꼬를 트기 위해 나갔다.

그리고 다시 돌아왔다.

간혹 여행을 통해 몇몇은 책을 출판하고 여행의 전도사가 되어 한철 쏠쏠하게 강사로 활약했다.

이제는 여행학교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10개월 여행에 3,000만원이 필요한 여행학교도 있다.

제자 하나가 그 학교를 다녀왔는데 표정이 시큰둥했다.

여행은 휼륭한 학교지만 어느 때나 필요한 건 아니다.

준비도 되지 않고 보내면 돼지 목에 진주목걸이나 마찬가지다.

최근 여행학교를 다닌 중학교 때 제자를 만난 적이 있었다.

‘학교에 만족하냐?’는 질문에

다른 친구에 비해 1년 늦게 입학한 친구였음에도

‘늦게 올걸 그랬어요. 20살 언니들이 느끼는 것과 저랑은 다른 거 같아요’

조금 배경 지식이 생긴 다음에 가면 모든 풍경들이 의미 있게 다가온다.

타고르프스키의 영화 ‘희생’을 중학생한테 보여주면 그저 수면제에 지나지 않듯이

배움도 때가 있다.

교육이 된다고 무조건 고물상처럼 마구잡이로 구매하지 말자.


남들은 한번 쯤 타보는 비행기를 40이 되어서 탔다.

그것도 내가 선택한 여행이 아니라 학교 프로그램 중의 하나인 4개월 해외이동학습에 걸려 함께 나갔다.

첫사랑이 모든 사람들에게 낙인처럼 남듯이 처음 가 본 필리핀은 내게 강력한 한방이었다.

올해 18일 정도 여행을 했지만 필리핀에서는 무려 7개월을 머물렀다 왔다.

태양의 나라에서 마음이 뽀송뽀송해졌다.

그곳에서 다시 책읽기를 시작했다.


2월초 간만에 내 선택으로 여행을 했다.

캄보디아와 라오스를 여행하면서 튀어나온 생각들을 정리하고 싶었다.

루앙프라방에서는 ‘월든’을 펼치자마자 울었다.

사원의 도시 루앙프라방에서 아침 탁발이 끝나고 한참 지난 오전이었다.


한때 ‘마츄피츄’가 내 여행의 마침표였다

하지만 같은 극의 자석처럼 ‘마츄피츄’는 밀려났다.

버킷 리스트가 유행한 적이 있었다.

동기유발을 위해, 무기력한 삶을 털어내기 위해

버킷 리스트를 만들자고 유행처럼 번진 적이 있었다.

부끄럽게도 나도 한때 수업에서 사용한 적이 있었다.

같은 극처럼 밀려난 ‘마츄피츄 여행’은 왜 자꾸 현실이 되지 못하고 밀려났을까?

그리고 그 소망은 내 삶을 풍부하게 만들었을까?

다들 팍팍한 삶이 지겨울 때

‘떠나고 싶다’를 외치는 것처럼

어쩌면 습관적으로 피우는 담배 한 개피 아니었을까?

현실을 위로하기보다는 오히려 현실을 더 강팍하게 만들어 낸 판타지 아니었을까?


‘죽기 전에 가봐야 할 곳---’

여행을 자극하는 문장들.

그리고 어떻게 든 섹시한 문장으로 유혹하는 각종 여행 패키지 상품들.

마음의 위로를 얻기 위해

그래서 신자유주의 시스템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나가지만

혹시 여행 산업의 큰 손바닥 안에 놀고 있는 건 아닐까?


여행에 대한 욕망의 수위를 조금은 낮추고 싶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

‘죽기 전에 다 가보지 않아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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