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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아시스 Nov 20. 2016

떨어져도 튀는 공처럼

박근혜 게이트 때문에

상실과 무기력이 보이는 늦가을입니다.

하지만 저는 절망보다는 오히려 희망의 싹을 발견했습니다.

‘이제 바닥을 쳤구나’

60대 이상의 어르신들 생각을 바꾸기 어렵지만

그래도 그 이하의 유권자들에겐 분별력을 세례받는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부룩하게 질소공기로 채워진 과자봉지처럼, 포장 된 MB와 박근혜를 잘못 선택한 우리들의 발등엔 도끼 자국만 남았습니다.


최근에 만난 마이클 무어 감독의 ‘다음 침공은 어디?’는

그동안 무때뽀로 밀어붙이는 불통정권의 일방통행에 지친 우리들을 위로하는 다큐였습니다.

신자유주의의 날카로운 손톱에 한번 쯤 긁힌 생채기에 바르라는 연고처럼,

마이클 무어 감독은 여기가 끝은 아니다라고 손을 내밉니다.

그동안 미국이 무기의 실험장으로 활용하기 위해 약소국들을 침공 했다면

마이클 무어는 다른 방식으로 침공을 합니다.

8개의 나라들이 가지고 있는 휼륭한 제도와 문화를 뺐으려는 침공입니다.

모든 나라가 매력적이었지만 노르웨이와 아이슬란드의 문화는 저두 훔쳐오고 싶었습니다.

노르웨이의 교도소는 팬션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징벌보다는 그들을 포용하고 위로해 주어서 다시 사회에 적응하도록 돕는 위로의 시스템입니다. 사형제도가 없고 최고형은 고작 21년입니다.

45년을 비전향 장기수로 지냈던 김선명씨가 알면 땅을 치면서 부러워 할 나라입니다.

반면 법을 집행하는 미국의 집행관들은 냉혹하기 그지 없습니다.

범죄자로 낙인 찍히는 순간 가혹하게 밀어붙이고 채찍질을 가합니다.

(그래서 미국 경찰들의 총기사고가 빈번합니다.)

투표도 할 수 없습니다. 흑인들의 투표율이 저조한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포루투칼의 마약허용도 노르웨이처럼 같은 맥락으로 보입니다.

인간의 존엄성에 바탕을 둔 제도이기에 노르웨이는 살인율이 가장 낮고

포루투칼의 마약 범죄도 마찬가지입니다.

법의 테두리를 잠깐 벗어나면 주홍글씨를 새기는 우리들입니다.

우리의 교육도 마찬가지 방식이었습니다.

실수는 배움의 과정이 아니라 엄정한 능력의 잣대로 들이댔습니다.

‘나대지 않으면 중간이라도 가지’가 지배하는 나라입니다.

그래서 질문을 던지면 중간이라도 가고 싶어 아무도 대답을 하지 않습니다.

 

용서의 나라 노르웨이가 인상적이었지만

양성평등의 나라 ‘아이슬란드’도 신선했습니다.

특히 어머니들이 파업하는 장면은 충격이었습니다.

이런 혁명이 바탕이 되어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나왔고

그래서 직장 성비의 40%는 남성 혹은 여성이 할당되는 조항이 있습니다.

 

이 다큐를 보고 더러는 우리의 처지를 비관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이제야 봉건국가의 시스템을 벗어나는 우리나라를 과대평가했기 때문입니다.

아직은 멀어 보이지만 저는 가능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냉정의 상징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린 단순한 망치질처럼,

꼼수부리지 않고,

상식을 지켜 나간다면 8개의 나라 이야기는 판타지가 아니라

현실이 될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박근혜 게이트는 마음에 스크래치를 남기지 않았는데

트럼프 당선은 충격이었고 무기력이었습니다.

‘나 같은 사람 그리고 대다수 뉴욕타임스 독자들은 진정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나라를 이해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폴 크루그먼


이 우스꽝스런, 인종과 여성혐오를 장착한 부동산 투기꾼이 대통령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다음 침공은 어디?’를 만들면서 희망의 미국을 생각했던 마이클 무어의 심정은 어떨까?가 떠올랐습니다.

굳이 남의 나라 대통령 당선까지 걱정하는 오지랖은

부시부자가 미국의 대통령으로 집권하는 동안 벌였던 전쟁의 역사가 떠올라서 그랬습니다.

우리가 8년동안 몰상식한 보수정권을 통해 바닥을 치고 반등하는 것처럼,

미국도 트럼프가 히어로가 아니라 부도덕한 장사꾼에 지나지 않았다는 판타지를 알게 될 날이 올 겁니다.

그리고 그들을 지배했던 건 도덕과 정의가 아니라 인종차별과 맹목적인 가족주의에 바탕에 둔 몰상식과 속물의 나라였다는 걸 깨닫게 되겠죠.

미국이 우리의 자웅동체럼 보이는 이 불쾌함은 식민지의 밤이 추워서 그런 걸까요?


추신:

마이클 무어가 다시 바뻐지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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