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하몽가
1월 산청 학부모들과 예비 답사를 왔을 때
잠깐 이곳 바하몽가에 들른 적이 있다.
그리고 3월에 다시 필리핀에 왔지만
저녁의 일정이 빠듯해서 자주 가지를 못했다.
가끔씩 가다가 언제부터인가
술을 잘 못 마시는 내가 가게 주인 아이앤과 어설픈 영어를 메모장에 적으면서 대화를 하고 있었다.
긴 파마머리를 하고 있고 몸이 제법 실한 아이앤은 아주 뜸하게 발견되는 매력적인 필리핀 남자다.
아내 지비랑은 20살 정도에 만나서 딸 하나를 두고 지금까지 살고 있다.
지금 나이는 27.
레게 음악을 좋아하는 아이앤
한번은 '빠약'이란 오래 된 두마게티 라이브 바에 가서 레게음악을 듣게 되면서 더 친해졌다.
그리고 그의 아내 지비.
작년에 미술 레슨을 했다는데
나는 아이앤을 만나면서 그 사실을 알게 되었고 한달 지나서 미술 레슨 희망자를 조사하고
친구들 미술 레슨을 시작하게 되었다.
친구들이 아주 만족해하는 지비의 미술레슨
심지어 한국에서도 하고 싶어하는 친구들의 소망이 있지만 지비는 필리피나.
바하몽가는 작은 선술집
10시가 되면 통금이 되는 이곳 발렌시아.
그래서 영업시간도 10시까지
9시 30분쯤 의자를 걷기 시작한다.
한국 같으면 바득바득 시간을 연장해서 손님 한명이라도 더 받으려고 할텐데
여기 필리핀은 그렇지 않다.
쿨한 구석이 있다.
서비스도 한국처럼 뜨겁지도 않고
약간 시니컬해 보일 정도로 손님에 대한 애착이 보이지 않는다.
서비스에 익숙한 한국친구들한테는 조금 당혹스런 구석이다.
그렇다고 바하몽가가 그렇다는 건 아니다.
여기는 워낙 동네 단골 손님이 많은지라
아주 편한 사랑방 같다.
술이 잔뜩 취해서 으악대는 주정꾼도 별로 보이지 않고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풍경이 보기 좋다.
그리고 게이 친구들의 단골 회합장소다.
여자 손님은 많이 보이지 않는데
필리핀 친구한테 물어보니 필리핀 패밀리의 보수적인 분위기 때문에
여자들은 어스름 저녁이 집안에서 나가지 못한다고 한다.
필리핀 남자들을 생각하게 되면
우리 한국의 아버지들이 생각난다.
종이호랑이 같은 아버지들.
능력은 없는데 자존심만 남아서
여자위에 군림하고 싶어하는,
그래서 바람도 잘 피우고 폭력도 심하다.
자기 마음의 빈곳을 채우려는 못된 자기과시처럼 보인다.
아이앤과 지비는 한국에 가서 6년 정도 돈을 벌어 이곳에 집을 짓고 싶어하는 소망을 가지고 있다.
집이 너무 좁댄다.
이곳 필리핀은 대가족이 많다.
아이앤 가족도 대가족임에도 오랫동안 좁은 집을 나누어 살아서 그런지
집을 짓고 싶다는 소망을 이야기하는 지비의 얼굴엔 간절함이 가득했다.
상황이 된다면 우리 집을 숙소로 삼아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고 했다.
그런데 문제는 내가 아는 친구들한테 소개해주고 싶은데
그 친구들의 영어실력이 젬병이라는 점이다.
어떡하나?
2010.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