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가족의 탄생’을 누군가 언급할 때마다 나도 덩달아 신난 목소리로 포옹한다.
김태용 감독의 첫 영화 ‘가족의 탄생’은 그동안 기존 가족에서 보지 못했던 결핍을 채워 준 영화였다.
우리의 가계도를 들여다보면 종가를 중심으로 위계질서가 나누어지고 피가 가문의 경계를 나눈다. 답답했다. 마음의 공감대가 형성 안되는 일가들이 모여서 벌초를 하기도 하고 경조사 때면 의무적으로 순례를 해야했다. 정작 어려울 때는 보기 힘들고 살만하다 싶으면 그럭저럭 왕래가 이뤄졌다. 그리고 삶을 마무리할 때 쯤이면 도도하던 그들도 홍익인간이 되어 다가온다,
경계를 싫어하는 나에게 날 때부터 생긴 억지스러운 경계는 탐탁치 않았다. 그래서 ‘가족의 탄생’이 던져 준 ‘유사가족’의 메시지는 너무 황홀했다. 피도 섞이지 않았는데 가족으로 품어주는 오지랖 넓은 사람들을 보면서 가족에 대한 피로가 일순 해소되었다.
이때 쯤 나온 독립영화 ‘다섯이 너무 많아’도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영화였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내 주변으로 여러 가족들이 생겨나고 사라졌다. 경계를 지우지 않고 오는 모임은 오래가지 않았다. 반면 같은 생각으로 모이면 약발이 좋았다.
20대 때 공동체를 생각했다가 나중에 지워버렸다. 하지만 경계에서 자유로운 이들이 만나는 우애의 공동체라면 할 만하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