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친화도시 위원회 참석 후기 중심으
등잔 밑이 어두웠다.
옥천군 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는 학교밖청소년 지원센터도 함께 있습니다. 상담복지센터 명칭이 앞에 자리 잡은 바람에 간혹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가 지워진 채 부르는 경우가 많아서 소속 직원들이 서운해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희가 위탁을 받고 시작한 1월에 기존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에서 인수인계된 청소년은 6명이었습니다. 많은 인원은 아니었지만 저는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선생님들에게 10명 정도만 자주 들락날락하는 청소년들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프로그램 위주로 돌아가는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의 형편을 알기 때문입니다. 자의 반 타의 반의 형식으로 학교밖청소년 지원센터에 오게 된 청소년들이 전환기의 위치에 있는, 그래서 자기 모색과 세상을 탐구할 좋은 기회인데 아쉽게도 '학교밖'이란 용어가 암시하듯 게토처럼 지역의 한쪽 구석에서 조용히 검정고시와 직업훈련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요즘 '학교 밖 청소년 지원센터'의 '학교밖'이란 용어를 다른 용어로 바꾸자는 제안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꿈드림>이란 용어가 있지만, 활성화되어 있지 않아서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일반 시민들은 몹시 헷갈려 합니다. 암튼 '학교밖'이란 처지 때문인지 센터를 이용하는 청소년들은 주눅 들어 있는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아직 우리 센터도 기본적으로 검정고시와 진로 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이용 청소년들이 활성화되면 다양한 메뉴에 도전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려고 합니다. 덴마크의 에프터 스콜레처럼 4~6개월짜리 목공학교나 자전거 학교 혹은 비보잉 학교 등등. (한국에는 고1 나이에 1년 과정을 거치는 서울의 <오딧세이 학교>와 충북 괴산 목도의 고1 기숙형 전환기 학교<목도나루학교>가 있고 모두 교육청에서 운영한다) 그래서 굳이 어렵게 전환기 학교 설립을 위해 애쓰지 않더라도 군 단위마다 설치되어 있는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는 전환기의 처지에 있는 청소년들에게 건강한 쉼과 모색의 자리를 마련할 수 있는 당당한 공간이 될 거로 생각합니다.
시설보다 더 중요한 건?
옥천군에서 유일하게 청소년 명칭을 붙인 청소년상담복지센터장이 되니 여러 아동·청소년 관련 위원회나 단체에서 연락이 오고 있습니다. 저는 청소년이 관련된 일은 헤픈 사람이라서 주저하지 않고 예스맨이 되고 있습니다. 첫 번째 위원회가 열린 날 저는 위촉장의 잉크가 마르기 전에 손을 들고 여러 가지를 제안했습니다.
첫 번째, 아동 친화도시 위원회에 성인들만 구성되어 있다. 청소년 참여위원회나 운영위원회 중에 위원장이 한 명 정도는 위원회에 들어왔으면 좋겠다. 외 여러 의견을 제시했는데 두 번째 위원회 참석하라고 담당 주무관이 보낸 메일에는 조치 사항이 항목별로 달려 있었습니다. 작은 감동이었습니다. 역시 옥천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동친화도시 자격이 있구나!
첫 번째 위원회에서는 간 보기 하느라 말수를 줄였다면 두 번째 위원회부터는 조금 발을 들이밀었습니다.
두 번째 위원회는 아동친화 도시 재선정 작업을 위한 지표를 검토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많은 지표 가운데 아동·청소년 이용시설에 대한 만족도가 빠져 있어서 시설 이용 만족도를 제안했습니다. 아동·청소년 이용시설에서 주객이 전도되는 경우를 종종 볼 때가 있습니다. 이용자인 아동·청소년들이 시설을 관리하는 직원들의 무례함을 감수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시설은 동화 거인의 집처럼 점점 아동·청소년들은 사라지기 시작하고 오후의 나른함만 남아 있는 경우를 보게 됩니다. (어떤 직영 청소년 시설은 토/일은 운영하지 않는 일도 있습니다) 그래서 청소년 시설을 아무리 많이 확보해서 시설을 화려하게 꾸며 놓더라도 아동·청소년을 대하는 태도가 진정성이 없다면 점점 아동·청소년들에게 외면을 받게 되는 무용지물의 시설이 됩니다. 전북 순창군에 있는 1층짜리 청소년 문화의 집은 하루 평균 80명 정도의 청소년들이 모여들어 시골 장터 같다고 합니다. (일주일에 두 번씩 방문하는 청소년들에게 간식을 제공하는 간식데이도 운영) 청소년 눈높이에 맞추는 적극적인 태도와 아울러 청소년을 존중하는 직원들의 공경과 환대 때문입니다.
앙꼬 없는 찐빵이 되지 않기 위해서
청소년 이름을 내걸고 진행하는 청소년 세미나 청소년 관련 워크숍이나 포럼에는 청소년들은 없고 청소년 관련 전문가들이라고 하는 성인들이 대부분입니다. 물론 청소년 수련관이나 청소년 문화의 집과 청소년 수련원도 마찬가지입니다. 장애인 시설에도 장애인 당사자가 관리자거나 직원인 경우를 본 적이 있었지만 청소년 시설은 대부분 성인이 관리자입니다. 그래서 청소년 정책은 성인들이 원하는 그림을 구현할 뿐이지 청소년들에게 구체적으로 다가가지 못합니다. 심지어 청소년 이용시설임에도 불구하고 주말에도 문을 열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실 평일 낮에는 청소년들이 오지 않습니다. 솔직하게 말하면 청소년 시설의 근무자들은 대리인일 뿐입니다. 청소년들을 대신해서 그들의 공간과 시간을 확보하고 편의를 제공하는 조력자일 뿐입니다. 그래서 되도록 청소년 이용시설에 대해 모니터링을 하는 청소년 운영위원회가 실질적인 청소년 이용시설의 빅 스피커가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프로그램은 단회기의 프로그램 운영이 아니라 청소년들이 직접 기획하고 실행하고 결과까지 정리하는 참여형 프로젝트로 바꾸어야 합니다. 11월부터 옥천 읍내 금구리에 세워지는 2층 건물에 청소년 이용시설이 생기는데 가능한 청소년 주도형 프로젝트로 진행하면 좋겠다, 그리고 혹시나 위탁이 아니고 직영이면 직영 담당 주무관이 바뀔 때마다 시설 운영의 활성화가 달라지기 때문에 가능한 청소년 운영위원회가 활성화되어서 중심을 잡고 갔으면 좋겠다고 마지막으로 아동친화도시 위원회에서 제안했습니다.
* 드디어 오랜 진통 끝에 저희 옥천군 청소년상담복지센터/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의 별칭을 결정했습니다. 삶을 펼쳐가는 데 다양한 길이 있고, 눈 앞에 펼쳐진 여러 갈래의 길을 디뎌보고 알아가는 과정의 청소년 시기처럼 잘 닦인 큰 도로만이 '옳은 길'이 아니라, 내가 걷고픈 샛길 또는 새(로운)길을 옥천의 청소년들이 발견하게 되면 좋겠음을 담은 ‘샛길’을 소개합니다. 별칭을 바탕으로 청소년들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가는 센터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자주 ‘샛길’을 찾아주세요.
*영화 <곡성>의 대사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