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세 세이슈
간단한 책 내용은 이렇습니다. 대지진으로 주인을 잃은 개 '다몬'은 험난한 긴 여행 끝에, 우연인지 필연인지, 주인과 산책할 때 만나 애정을 나누었던 '히카루'라는 소년을 결국 다시 만나게 되고, 또다시 들이닥친 대지진으로부터 소년을 구하고 생을 마감합니다.
126p에서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296p에서 나의 죽음을 미리 보며 또다시 눈물이 흐른다.
325p 이후 고향의 지인 '아키타 야스시'로부터 이야기가 전해올 때부터는 안경을 벗었다 썼다 하면서 읽어 내려갈 수밖에 없었다.
문득 몇 해 전에 유튜브를 통해서 봤던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링크를 남깁니다.
책의 배경과 같은 일본 사례입니다.
https://youtu.be/mhGs0VQgKmU?si=3fevl-NVzCe2WqN0
책을 읽는 내내 나는 나의 반려견, 나의 가족, 그리고 나의 삶이 계속 중첩되며 젖은 눈으로 읽을 수밖에 없었다. '다몬'이 고향을 떠나 새로운 곳으로 이동할 때마다 나도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의 이동경로를 함께 좇았다. 하루하루 버거운 삶을 버티게 하는 힘은 발밑에서 언제나 함께하는 나의 반려견의 따뜻한 체온을 발끝으로 느끼면서 위로받는 것이고, 기억 상실에 걸린 듯 과거는 생각지 않고, 곧 닥칠 두려운 미래는 지금의 삶의 무게로 짓눌러 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다몬'이가 나의 망각의 세월을 사진 첩에서 하나씩 꺼내어 보도록 했다.
내가 지금을 살아가는 이유는 평온한 작은 죽음을 잘 맞이하고 싶어서다. 이 녀석을 떠나보낼 작은 마당이 있는 집을 마련할 작정이다. 따뜻한 햇살이 늘 비치는 곳이면 더욱 좋겠다. 비워줘야 할 필요 없는 내 공간에서 이 녀석의 따뜻한 뱃가죽의 체온을 발끝으로 느끼며 그렇게 영원히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싶다. '히카루'가 마음속에 다온이를 묻었듯 나도 그렇게 하고 싶다.
'다몬'은 긴 여정 끝에 어린 시절 공원에서 만났던 '히카루'와 기어이 다시 만나게 된다. 스쳐 지나간 잠시 잠깐의 주인들은 모두 죽음을 맞이한다. '다몬'은 '히카루'를 대지진에서 구하고 생을 마감한다. 대지진으로 첫 주인을 잃고, 그때 만나 애정을 나누었던 어린 '히카루'를 다시 대지진으로부터 구하고 영원히 떠나갔다.
352p '우치무라'는 '히카루'를 구하기 위해 크게 다친 '다몬'을 동물 병원으로 데리고 왔고, 해줄 수 있는 건 안락사를 시킬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오열하며 이렇게 말한다. "고마워, 다몬. 미안해, 다몬" 나도 오열했다. 히카루는 '다몬'을 가슴에 묻었다. '다몬'이 히카루의 마음속에 영원히 잠든 것이다. 나도 그럴 것 같다. 이 녀석이 떠나면 그렇게 마음속에 평생 자리 잡을 것 같다. 예견된 이별일 수밖에 없다. 미리 생각하면 두렵지만, 그래서 지금 열심히 준비한다. 이 녀석과 함께 온기를 느끼며 누울 수 있는 작은 마당을 마련하고 싶다. 그곳에서 떠나보내고 나도 떠나고 싶다.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속에 잠들기 위해 험난하고 긴 여정을 감내한 다몬처럼, 지금은 한 곳에 정착할 수 없는 삶의 무게를 견뎌, 너와 내가 함께 편안히 쉴 수 있는 그곳에서 너를 떠나보내고, 함께 영원히 살고 싶다.
이야기에 빠져들어 한달음에 읽어내려갔습니다. 눈은 계속 젖은 채로 읽었습니다. '다몬'이 만을 떠올리며 감동한 눈물은 아니었습니다. 책을 통해 나의 가족, 나의 반려견, 나의 삶이 계속 책의 흐름 속에 따라다녔고, 그래서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죽기 위해 살아가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모든 생명체는 결국 죽게 되죠. 그래서 잘 죽기 위해서 열심히 살아야 할 것 같습니다. 다몬이처럼 말이죠. '다몬'이에게 부탁하고 싶어요. "너처럼 살 수 있도록 도와줘~, 다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