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동의해요. 아는 만큼은 보이는 것 같아요. 저는 이 말이 이렇게 들립니다. '아는 만큼만 보인다'로 들려요. 딱 거기까지만 보이죠. 아무것도 모르고 접했을 때의 우연한 가능성이 닫히는 느낌이 들어요. 배움이 나에게 도움이 되려면 그 배움에 매몰되지 말아야 할 것 같아요. 세련되었다는 말은 좋은 뜻으로도 들리지만 그만큼 투박한 가능성은 닫혀있고 어떤 약속된 틀로 제단 된 느낌이 들어요.
제가 다녔던 Brooks라는 상업사진 학교의 졸업작품전시장을 가보면 이런 말을 쉽게 들을 수 있어요. "음~ 역시 브룩스 스타일이야." 투박했던 다양한 성향을 가진 학생들이 이곳에서 공부하고 졸업할 때쯤이면 브룩스 스타일로 세련된 사진을 완성하고 떠나죠. 매우 프로사진가 다운 사진작품을 완성하는 능력을 가지게 된 거죠. 상업사진학교니 목적 달성이네요.
잊을 수 없는 사진 중의 하나입니다. 대략 1975년경 제작된 니코매트 필름카메라로 촬영한 사진이에요. 장롱 속에서 찾은 오래된 렌즈 교환식 필름카메라로 사진공부를 시작했어요. 모자를 쓰신 분이 페라리 차주분이셨어요. 그 옆에 계신 분이 차주인양... 20억이 넘는 차라고 저에게 말해주었죠. 그래서 찍었어요. 그냥 찍었어요. 오프라 윈프리 집도 여기에 있다고 하고 유명한 분들이 제법 많이 사는 산타바바라 몬테시토라는 동네에서 촬영했어요. 주말이면 요란한 소리와 함께 드라이빙을 즐기러 빨간 페라리가 종종 나타나곤 했죠. 그 이후로 또 촬영하진 않았어요.
이 사진을 보면 그때 내가 어떤 자세로 어떻게 다가서 촬영했는지 기억나요. 하지만 기술적인 고민을 했던 기억은 없어요. 기술을 몰랐으니까요. 잘 찍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찍지도 않았어요. 그냥 그때 그 순간 보고 싶은데로 찍었겠죠. 상업사진촬영을 오래 했어요. 지금의 제가 저 장소에서 저분들과 만난다면 충만한 기술로 아주 세련되게 촬영할지도 모르겠네요. 심지어 빛의 방향까지 읽어내며 찍을 테죠.
저는 그때로 돌아가는 길을 찾고 있어요.
기술적인 앎이 얼마나 사진에 도움이 될까요? 혹은 그 기술이 사진을 망친다면 그래도 배우시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