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더 사람처럼…

like a human. 앵글포이즈의 탄생 세 번째 이야기

by 비오

덜컹거리는 차 안에서 잡념과 상념이 교차하고 있었다.

두 시간여 가까이 달린 차 안에선 온통 휘발유 냄새가 진동했다. 게다가 딱딱한 의자마저 등과 엉덩이를 괴롭히고 있다.

‘자동차에 현가장치가 없었으면 긴 거리 여행을 어떻게 했을까?’

두근거리는 가슴만큼 이 생각 저 생각이 순서 없이 떠오른다.

바스에서 출발한 조지는 레디치(Redditch)가 있는 북쪽으로 차를 몰고 있었다. 조지는 앵글포이즈를 찾는 많은 사람들을 위한 여행이라는 생각으로 어깨가 무거웠다.

앵글포이즈 1208은 성공적이었다.

의도한 바대로 1208을 찾는 공장이 많았다. 하지만 의도하지 않던 일도 생겼다. 일반 회사와 가정에서 책상 위에 사용하고 싶다는 구매의사를 밝히는 사람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었다. 이미 조지의 작은 공장에서 생산할 수 있는 양을 넘어서고 있었다.

조지는 결심해야 했다. 자신이 디자인한 제품을 다른 회사와 나누기로…

조지가 향하고 있는 레디치에는 허버트 테리 앤 선(Herbert Terry & Sons)이라는 회사가 있다. 이 회사는 1913년 허버트 테리(Herbert Terry)가 개인 회사로 시작했다. 허버트 테리는 1926년 작고했지만 좋은 제품들을 양산하고 사람들로 부터 신뢰도 두터웠기에 회사는 건재했다.


Herbert Terry

조지는 더 좋은 앵글포이즈를 많은 사람들에게 공급하려면 허버트 테리 앤 선과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세상에 없던 앵글포이즈 1208의 스프링을 조지의 말을 듣고 정확하게 만들어 공급해주던 곳 아니던가.. 그리고, 이번 일을 꼭 성사시켜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가 지금 자신의 가방 안에 있다.

조지는 회사 관계자와 만나 특허에 대한 라이센싱 계약을 하고 테리사는 대량 생산을 약속했다. 그리고 모든 계약이 끝난 후 조지는 자신이 아껴오던 비밀스러운 봉투 하나를 건네주었다. 봉투 안에 들어있는 또 하나의 꿈을…

애초에 산업용으로 시작했던 1208의 디자인은 투박한 면이 있었다. 산업용 스프링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조명이라기보다 설치물 같은 느낌이다. 그런 느낌이 부족함으로 다가왔다. 조금 더 사람을 닮은 모습의 조명을 만들고 싶었다. 사람들 곁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살아갈 수 있는 섬세함을 갖게 하고 싶었다.

봉투 속에는 천이백이십칠 번째 그려진 설계도가 있었다.


anglepoise.jpg 앵글포이즈 1227

기계처럼 보이는 지렛대와 스프링 수는 줄이고 스프링과 갓은 기능을 지키면서도 스프링은 근육처럼 갓은 친근한 얼굴처럼 디자인했다.



스프링비교.png 1208 스프링과 1227 스프링

며칠 후 조지는 테리사의 디자이너들과 더욱 긴밀한 회의에 들어갔다. 회의엔 시제품도 들고 참석했다. 새로운 설계도와 시제품은 회의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치밀하고 세부적인 부분까지 진행되는 동안 조지는 꼭 해야 할 말을 전하고 싶어 입을 열었다.


“전 사람들에게 친밀하게 다가가는 아이였으면… 아니 사람 같았으면 합니다.”

“그들의 책상에서 그들을 바라보고 그들의 힘든 일상을 알아주는 듯한 따뜻함을 안겨주는 친구 말입니다.”


책상 위에 서있는 천이백이십칠 번 시제품이 그랬다. 회의하는 사람들을 내동 바라보고 있다.

큰 눈으로 응시하며…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회의 후 새로운 앵글 포이즈를 만드는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부품들이 속속 도착하고 공장엔 새로운 생산라인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그 생산라인이 시작되는 곳에 간판 하나가 세워졌다.


Anglepoise Model 1227


조지의 손 끝에서 만들어진 천이백이십칠 번째 앵글포이즈는 생산라인의 끝에서 하나씩 쌓여갔다. 아니 태어났다.

줄지어 늘어선 앵글포이즈 1227은 마치 지금 막 태어나서 오손도손 서서 이야기하는 듯했다.


앵글포이즈 1227 제품들

생산라인을 구석구석 돌아보며 지시를 내리던 조지는 생산라인 끝에 다 달아서 늘어서있는 한 앵글포이즈 갓을 쓰다듬듯 만졌다.


‘고맙다.’


서있는 모습 만으로도 힘들었던 모든 것을 날려준 그 아이에게 처음으로 건넨 인사였다.





앵글포이즈의 탄생 세번째 이야기. 끝.

비오스탬프_미니.png

이 글은 비오의 상상이 많이 포함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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