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김과 눌림

Tension and Compression. 앵글포이즈탄생 두번째 이야기

by 비오

정원에서 나는 아침의 풀향기는 언제나 싱그럽다.

조지는 새벽까지 설계도를 그리고 다시 그리기를 반복하다 책상위에 엎드려 잠든 채 아침을 맞았다. 정원을 바라보며 기지게를 펴던 그는 스스로 이럴 때가 아니라 꾸짖고는 곧장 책상으로 향했다. 상상하고 스케치했던 ‘사람의 팔을 흉내낸 조명’을 만들기 위해 그가 그린 설계도가 책상옆에 수북하게 쌓여있었다. 팔뚝이나 팔목을 지지대로, 근육을 스프링이라고 생각하면 아주 쉽게 만드리라고 생각했지만 현실은 녹녹치 않았다.

그는 바스(Bath)에 있는 작은 정원이 딸린 자신의 집에 작업장을 만들고 상상을 현실로 만들고 싶었다. 잠깐 소유했던 호스트만 자동차와 완전히 결별한 후 자동차의 일과도 결별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애정을 담아 회사를 살려보고 싶었지만 그의 역량 이상의 일이었다.

취미삼아 조명 만드는 일을 시작했는데 이젠 그 일이 본업이 된 듯한 느낌이었다.


바스집.jpg G Carwardine house 1933 bath England

설계도 도면 번호를 보니 벌써 1000번째 넘게 설계도를 그리고 있었다. 설계도를 그리고 지지대를 만들어 스프링과 연결해보기를 천여번 넘게 한 것이다. 질릴 법도 한 그 일을 그는 즐겁게 하고 있었다. 뚜렷한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원하는 한 곳을 정확히 비추는 조명을 만든다는 것은 분명 조명 역사에 획기적인 일이 될 것이다.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tension(근장력)과 compression(압력)은 밀접한 관계가 있어.’


혼잣말을 흥얼거리며 연필을 만지작 거렸다. 호스트만 회사에서 현가장치를 만들 던 시절 두 힘은 서로 연관되면 마술같은 힘을 만들어내곤 했다. 바로 중력이 사라지는 힘이다. 한 쪽에서는 당기고 한 쪽에서는 누르면 그 힘이 서로 대등할 때 그 위치에서 무중력 상태처럼 멈추어 지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당기는 힘은 스프링, 눌리는 힘은 중력.

이 두 힘의 균형이 유지되면 원하는 방향으로 비추어주는 조명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균형(Equipoise)!!! 힘의 균형을 잡아야 해.’


상상(想像)이 더욱 선명해지는 구상(構想)이 되어가고 있었다.

구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프로토타입(Prototype)을 만들어 보니 머리속이 더 치밀해지고 있었다. 마음이 머리를 따라가는지 지친 몸은 거의 다 되었다 그만하자 말하지만 마음은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외쳤다. 그래야 사람들이 더 편해질테니.

몇일을 밤을 세우며 그의 일은 계속 되었다.

마지막으로 모든 것을 마무리하고 설계도와 프로토타입을 보니 뿌듯해졌다.

4개의 근육(스프링)을 가진 조명, 당기는 힘과 눌리는 힘으로 만들어진 균형때문에 한방향을 비추는 조명

설계도 도면 번호를 보니 1208번째였다.

조지는 생각했다. 이름은 균형이라 짓기로…


‘Equipoise’


이제 이 조명으로 공장 사람들이 더욱 편하게 작업을 할 수 있을거라는 생각을 하니 가슴이 떨려왔다.



Equipoise 설계도면

1932년 조지는 한 방향을 지속적으로 비출 수 있도록 4개 스프링을 가진 메커니즘에 대한 특허를 등록했다. 장력과 압력의 균형에 의해 원하는 방향을 비출 수 있기 때문에 ‘Equipoise’라는 이름으로 상표 등록을 해보려했지만 쉽지 않았다. 단어가 보통 명사이기 때문이었다. 상표야 어찌됬건 제품부터 제대로 만들어야 했다.

지지대 부품을 종류별로 주문하고 나선형 스프링을 구하러 여러군데를 돌아다녔다. 가장 맘에 드는 회사는 Herbert Terry & Sons 라는 회사였다. 의도하는 바를 정확히 알아듣고 그에 맞는 스프링을 설명해주고 추천해주는 것을 보고 믿음이 갔다.

전등갓은 한방향을 비추는 빛을 가장 효율적으로 해줄 수 있도록 설계했기 때문에 그와 꼭 맞게 주문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모든 부품이 들어왔고 작지만 공장 라인을 만들었다. 조립이 시작되고 시제품보다 더 꼼꼼하고 세밀하게 체크하며 제품을 만들었다.

첫번째 제품이 만들어졌을 때 그는 이름을 결정했다.


‘Anglepoise, Model 1208.’


지지대의 ‘각도’를 4개의 스프링이 잡아주며 만들어지는 ‘균형’. 앵글포이즈를 만드는 핵심적인 기술이니 그 만한 이름이 어디있겠는가.그리고, 천 이백 여덟번 만에 성공한 제품이라는 것을 사람들에게 이야기해주고 들어간 정성만큼 사람들에게 편한 제품이기를 원했다.


앵글포이즈 1208

제품이 다 만들어진 후 예전 회사와 거래했던 공장들부터 돌아보았다. 사람들에게 시연을 해주니 반응이 좋다.

일할 때 그림자때문에 가려져 일하기 힘들었는데 빛을 원하는 곳에 비출 수 있다니… 아니 어쩌면 그림자를 조절할 수 있는 조명이라니 그들의 일이 더욱 수월해진 것이다.

입에서 입으로 번져 조지의 앵글포이즈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갔다. 공장에서 시작해서 사무실 혹은 개인의 문의가 빗발쳤다. 조지는 마치 자신을 인정해주는 듯한 이 응답들이 뿌듯했다.

하지만, 동시에 조지에게 더욱 크나 큰 문제꺼리가 하나 생긴 것이다.

현재의 공장라인으로는 밀려드는 소비 수량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뭔가 결단이 필요해!!!’


그의 발걸음이 Herbert Terry & Sons 회사로 향했다.


앵글포이즈의 탄생 두번째 이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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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비오의 상상이 많이 포함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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