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팔을 흉내 내다.

Mimicking human arm. 앵글포이즈의 탄생 첫 번째 이야기

by 비오

조지는 책상 위에 아이디어 노트를 펼쳐놓고 연필로 스프링과 지렛대를 슥슥 그려가며 새로운 자동차 현가장치(Suspension)를 구상하고 있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자동차는 네 발 달린 짐승을 보고 만들었겠지?’


호스트만 자동차 회사(Horstman Car Company)의 수석 디자이너였던 그는 현가장치를 전문으로 디자인해 온 유능한 엔지니어였다. 1924년 호스트만의 재정이 악화되자 그는 어쩔 수 없이 퇴직을 하고 서른다섯의 나이에 자신의 이름을 건 ‘카워다인 액세서리(Cardine Accessories)’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1929년 호스트만 자동차 회사는 결국 파산했고 잠깐 동안 조지는 호스트만을 소유하게 된다. 갑자기 큰 짐을 떠안은 조지는 버거운 책임감으로 밤낮없이 일에 몰두했다. 특히 오랫동안 열망했던 스프링과 지렛대를 기반으로 한 메커니즘을 연구하고 있었다. 새로운 개발은 차별화와 더불어 회사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되리라 그는 생각했다.

자신의 아이디어를 스케치하고 어느 정도 됐다 싶으면 다시 만들기를 반복했다. 아무리 잘 그려도 실제로 만들어보면 사정이 달랐다. 또다시 지우고 만들고… 그것이 그의 일과였다.

자신의 일을 하면 할수록 생각이 더욱 심플해졌고 인간이든 동물이든 결국 자연 안에서 탄생하고 소멸하는 같은 존재라는 생각에 접어들었다.



(좌) George Cawardine | 조지 카워다인 (우) Horstman Car Company | 호스트만 자동차 회사


‘그렇다면 지렛대는 뼈대, 나사는 관절, 스프링은 근육이겠군. 근육은 탄력 있게 움직이며 자동차를 보호하고 사람을 보호하는 셈이군. 스프링이 근육이라.’


정리된 생각을 스케치하려는데 책상 위의 램프가 맘에 들지 않는다. 원하는 곳을 비추면 좋으련만 램프를 잡아끌어도 보았지만 여전히 그가 원하는 방향으로 빛을 비추진 않았다. 램프가 비추는 곳으로 종이의 자리를 잡고 그리려니 이번엔 손 옆으로 놓인 것들 때문에 걸린다.

텐저가 개발한 램프, 요한나 페테르 요한슨이 개발한 램프... 무엇 하나도 조지가 원하는 만큼을 만족시켜주지 못했다. 게다가 작업장에선 이런 램프들은 쓸모가 없었다. 그렇게 생각하는 건 그의 주변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여전히 램프를 개발하는 회사들은 요지부동이었다. 나왔던 모델을 그대로 출시하고 새로운 메커니즘을 개발하지는 않았다.





(좌) Tensor, 1889 | Jay Monroe (중) Johan Petter Johansson, 1919 | BZ (우) Wilhelm Wagenfeld, 1924 | W


조지는 불편함을 편안함으로 만드는 것을 습관적으로 즐기는 사람이었다. 그의 머릿속은 램프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정교한 램프를 만들면 자신의 일도 다른 사람의 일도 조금 더 편안해지고 효율적일 것이라 생각했다.


‘네 발 달린 동물은 이동은 하지만 정교하지는 못해. 램프가 원하는 곳을 비추려면 더 정교해야 해. 더 정교하려면…’

사람의 팔을 흉내 내볼까?


슥슥… 그는 즉시 사람 팔을 그리기 시작했다.

종이에 사람 팔을 그리자 머릿속에 맴돌던 아이디어가 선명하게 드러났다. 주먹은 램프의 헤드가 되고 관절은 나사가 대신한다. 그리고, 근육은 수축과 이완으로 팔을 움직이게도 하고 멈추게도 한다. 그리고 그 상태로 움직이지 않고 유지할 수도 있다. 근육은 역시 스프링을 차용한다면… 사람의 팔을 흉내 낼 수 있다면 원하는 한 지점을 지속적으로 비출 수 있는 램프를 만들 수 있으리라 조지는 생각했다. 어느새 종이 위 팔을 그린 그림 위에 램프 하나가 그려져 있었다.




조지 카워다인의 램프 아이디어 스케치 (비오의 상상도)


앵글포이즈의 탄생 첫 번째 이야기. 끝.


비오스탬프_미니.png

이 글은 비오의 상상이 많이 포함되어있습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