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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오 Sep 27. 2017

들어주길 원한다면 들으세요.

브랜드텔링 5. 브랜드텔링에 담아야 할 ‘나’

대화의 제 1 규칙은 경청,
당신이 타인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으면, 그들도 당신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CNN의 라이브 토크쇼 진행자 래리 킹



누군가의 말에 귀 기울이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말의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함도 있지만, 그 사람을, 그 사람의 말을 존중하고 있음을 암묵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입니다. 들음으로써 말하고 있는 것이죠. 래리 킹은 경청해야 당신과 당신의 말이 존중받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말 그대로 경청은 그 자체만으로 양방향 소통이 되는가 봅니다.

경청(傾聽)이란 단어는 한쪽으로 치우쳐 왕(王)의 마음(心)을 가지고 귀(耳)로 듣고 눈(目)으로 바라본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나를 내세우지 않고 상대방에게 온 마음과 귀, 눈을 기울여 들어야 한다는 뜻인 듯합니다.   

브랜드가 하는 말도 경청하는 사람이 없으면 아무리 훌륭한 정신과 메시지를 말한다 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들어주는 사람이 없으니 무주공산(無主空山)에 외치는 느낌이 들죠. 그래서 브랜드는 먼저 사람들의 말에 경청해야 합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말을 경청한다는 느낌이 들면 그제야 브랜드가 내는 목소리에 관심을 두기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글자, 단어, 문장, 숫자 등을 이용해 만들어진 브랜드텔링의 메시지 속에 또 하나 포함되어야 할 내용은


당신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습니다.


입니다. 브랜드텔링엔 브랜드가 말하는 ‘나’ 가 들어있어야 한단 겁니다.


제품이 ‘나’를 말한다. - Apple에서 ‘i’

때론 제품 속에서 내 모습을 볼 때가 있습니다. 어느 순간 제품이 ‘나’의 생각과 행동을 대변하는 것 같고 ‘나’의 제품 사용을 옆에서 보기라도 한 듯 원하는 기능과 디자인을 턱 하니 눈앞에 내놓을 때가 있죠.

제품을 만드는 브랜드가 사용하는 사람을 경청할 때 제품은 ‘나’의 곁으로 와서 친구가 되고 분신이 됩니다.

1985년 스티브 잡스는 애플을 떠났다가 13년 만인 1997년 7월 애플로 복귀를 합니다. 이후 Apple의 제품 브랜드명에는 iMac을 필두로 ‘i’라는 문자가 접두어처럼 붙습니다. iMac, iPhone, iPod, iPad 등 말입니다.

1997년엔 Internet이 전 세계적으로 퍼지고 있었기 때문에 iMac의 ‘i’는 인터넷을 상징하고 연결을 상징하는 것으로 이해되었습니다.

18년 동안 애플 사람과 제품을 관찰해온 경험으로 보면 ‘i’는 ‘I’ (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애플의 제품은 ‘내가 원하는 것’과 ‘상상도 못 했지만 내가 원했을 것’도 만듭니다. 사람들은 그것을 애플의 ‘혁신’이라 부르며 ‘혁신’이 없어 보이는 애플의 제품을 조롱까지 합니다.

애플은 ‘나를 위한 혁신을 꼭 보여줘!’라는 말을 듣고 그에 답하듯 제품의 혁신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제품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영상으로 보여줍니다. 어쩌면 애플은 그런 그들의 모습을 수없이 상상했을 겁니다. 사용하는 ‘나’의 소리를 경청하기 때문이겠죠.


애플의 'i' 제품들


‘나’의 생활을 말한다. - 현대카드의 ‘Life’

고객 500만 명의 라이프 스타일 분석, 4만 2천 통의 아이디어 이메일, 25,000마일의 벤치마킹 트립, 250번의 TFT 회의, 100여 개의 신규 서비스 리스트업, 54번의 임원 토론, 30여 종의 카드 디자인, 8개월에 걸친 8개 연합팀의 개발과정… 현대카드 플래티넘 3 시리즈 카드를 만들기 위해 실행한 활동들입니다.

현대카드는 사람들의 생활 속으로 파고들어 ‘나’의 ‘Life’를 경청합니다. 카드를 만드는 회사지만 경청해서 들은 ‘나’의  ‘생활과 문화’를 새로이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딸 : 아빠는 회사에서 무슨 일을 해요?
아빠 : 세계에서 1,2 등 하는 스포츠 선수를 한국에서 대결시키지.
딸 : 카드회사라며…
아빠 : 세계적으로 유명한 여행 가이드 북도 내고
딸 : 카드회사라며…
아빠 : 미국에 있는 미술관도 내 집 드나들 듯 가고
딸 : 카드회사라며…
아빠 : 헬기도 몰고, 캠핑카도 몰고, 요트도 몰고
딸 : 카드회사라며…
아빠 : 허허 이걸 어쩌나.. 얼마 전엔 콘서트도 열었는데?
딸 : 카드회사라며… 아빠! 카드회사 다니는 거 맞아?
아빠 : 글쎄다 아빠도 가끔 헛갈려서

현대카드 광고 대사 중


현대카드 광고, 2007년.


공간이 ‘나’에게 말한다. - 스타벅스의 ‘제3의 공간’

‘나’의 집이 아닌 공간에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건 공간이 ‘나’에 몸과 마음이 하는 이야기를 경청하기 때문입니다. 편안한 마음을 갖게 하는 공간은 ‘나’에게 고스란히 추억으로 남게 됩니다.  

플로리다 사회학 교수인 레이 올든 버그(Roy Oldenburg)는 저서인 ‘아주 좋은 장소 The Great Good Place’에서 사람들이 모일 수 있고, 직장이나 집에 대한 관심을 잊고, 쉬며 이야기할 수 있는 비공식적인 공공장소가 필요함을 이야기합니다. 이 글에 영감을 받은 스타벅스 CEO 하워드 슐츠(Howard Schultz)는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독’에 귀 기울입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집과 직장에 대한 걱정을 잠시 접어두고 편안하게 쉴 ‘제3의 공간’을 스타벅스 브랜드의 중심에 둡니다. ‘제3의 공간’은 관찰과 경청을 통해 시대에 따라 변하는 ‘나’에게 편안하게 맞춰집니다.

노트북으로 일하기 편한 모바일 인테리어로 바뀌기도 하고 주문 방법도 모바일로 바뀝니다. 그리고, 편안하지 않은 것들은 다시 슬며시 사라집니다.


(좌)스타벅스 공간 (우)사이렌오더 모바일 화면




인지과학자 도널드 노먼 Donald A. Norman 교수는 그의 저서 ‘심플은 정답이 아니다’에서 희망선 Desire lines에 대해 이야기를 합니다.

많은 돈을 들여 조경을 하고 그 사이로 멋진 보도가 있는 어느 주상복합 단지에 그 보도에서 멀지 않은 곳에 저절로 길이 생긴답니다. ‘아니 왜 멀쩡한 길을 놔두고 애먼 잔디를 죽여!’ 하며 관리자들은 볼멘소리를 하겠지만 이 길은 사람들이 그곳에 살면서 가장 효율적인 경로를 찾아 만든 희망선 Desire lines이라 합니다.

희망선은 한 사람에 의해 생기는 것이 아닐 겁니다. 여러 사람의 잠재된 요구가 암묵적 공감을 형성할 때 그곳을 걷는 사람이 생기고 길이 생기는 것일 테죠. 그리고 삶이 생겨납니다.


‘나’를 경청하고
‘나’보다 먼저 희망선을 찾아주는 것


그게 ‘내’가 브랜드에 바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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