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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오 Nov 29. 2017

삶의 끝자락에서 만난 분홍빛 희망

세 가지 색깔 브랜드텔링 3.

삶의 끝자락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을 겁니다.

후작 레세르 Marquis of Lessert는 신장결석으로 오랫동안 치료를 받았지만 병증은 나아지지 않았고 마음만 지쳐갔습니다.

레세르는 친구 카샤 Cachat에게 자신의 영지에 와서 요양해 보라는 한 통의 편지를 받고 잠깐 동안 망설였습니다. 후작은 변방을 외부의 적으로부터 지켜야 하는 책무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1789년 프랑스는 시민들이 들고일어난 혁명으로 어수선한 분위기였고 그 틈바구니에서 자신에게 남겨진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우선 마음이라도 추스르자.”

후작은 결심하고 그 해 친구 카샤의 영지 Evian-les-Bains로 향합니다. 카샤가 적극적으로 추천한 이유는 충분했습니다. 알프스 산자락에 위치한 Evian-les-Bains는 물 맑고 공기 맑은 천혜의 자연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이름에 les-Bains(the bath)라 붙여진 겁니다. 그런 곳에서 요양을 하면 어쩌면 몸이 회복될 수도 있을 거란 작은 희망이 그의 안에서 꿈틀거렸습니다. 

Evian-les-Bains에 도착한 후작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자신의 병마와 싸우는 것에만 집중합니다.

하루는 산책을 하다 마을의 한 노인에 말을 듣게 됩니다.

“알프스가 주는 카샤 샘물을 꾸준히 마신다면 몸이 나을 거요.”

후작에게 노인의 조언은 희망이 담긴 메시지였습니다. 아주 가느다란 빛이지만 그 빛을 따르기로 마음먹게 된 후작은 그때부터 샘물을 꾸준히 마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의 몸은 거짓말 같이 낫게 됩니다.


카샤의 샘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 향했던 여행이 그의 몸까지 치유해준 겁니다. 그 샘물은 희망의 빛이었지만 치유의 약물이 되어 후작의 병을 완치시켜 주었습니다.

고마운 샘물이었지만 마음 한편으론 '왜 일까?' '샘물 때문에 병이 나은 게 맞을까?' 하는 의문이 생겨납니다. 그래서 그는 전문가들을 불러 샘물을 조사하기 시작했습니다.  

2억 5천만 년 전 생긴 순수함 그대로를 간직한 알프스 산맥엔 빙하기에 형성된 빙퇴석 점토 Moraine Clay가 두께만 10m 가 되며 눈과 비는 이 점토 속으로 스며들어 15년 동안 알프스 산을 거쳐 내려오는 빙하수가 됩니다. 카샤의 샘물이 바로 그 빙하수였습니다. 사람에 의해 때 묻지 않고 영험한 알프스의 손길을 거쳐 발치로 내려오는 물이었던 거죠. 알프스 산맥을 거쳐 오는 동안 샘물에는 인체가 필요로 하는 칼슘과 마그네슘 등 미네랄 함량이 높은 건강한 물이 되었던 겁니다.

에비앙의 상징이 된 알프스 산

후작의 병이 씻은 듯이 나았다는 소문은 마을 밖으로 퍼져갔고 휴양을 원하는 사람들이 Evian-les-Bains에 모여들기 시작하면서 카샤 샘 소유주인 후작의 친구 카샤는 1829년 프랑스 의학 아카데미로부터 천연 미네랄을 간직한 물이라는 효용을 인정받아 공식 판매를 허가받게 됩니다.   


카샤 샘물의 공식 판매 허가서

카샤의 샘물은 주로 젊은 여성들이 즐겨마시게 되어 분홍색 병에 담겨 판매가 되기 시작합니다.

분홍색 병에 담긴 카샤 샘은 이 후 Evian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고 1878년에 소화불량, 류머티즘, 신장질환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의학계의 인증까지 받으면서 세계적으로 가치 있는 건강한 물로 퍼지며 지금까지 판매되고 있습니다.

에비앙

에비앙은 여전히 분홍빛 병에 담겨 카샤의 샘까지 가지 않아도 마실 수 있는 알프스의 선물입니다. 알프스 산맥이 있는 한 에비앙의 분홍빛 병은 건강에 대한 희망을 간직하게 될 겁니다.


어쩌면 그 분홍빛을 보면 건강함이라는 단어가 떠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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