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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코치 Feb 20. 2024

장교의 장점 5가지

   브런치에 올린 100여 개의 글 중에서, 가장 많은 조회수를 기록한 글은 직업군인의 장점과 단점에 관한 글이다. 접근하기 어려운 정보를 잘 정리한 글이 가장 유익하고 찾고 싶은 글일 테다. 그런 면에서 이번엔 장교의 장점과 단점이다.       


직업군인의 장점 12가지 (brunch.co.kr)


  직업군인은 장교와 부사관으로 나뉜다. (군무원 또한 군 조직 내에서 근무하지만, 신분은 공무원이다. 최근 병력감축 기조로 행정, 복지, 안전, 보안, 수사 등 전투지원 분야에서 군무원의 비율을 높이고 있다. 엄밀히 말하면 군무원은 군인이 아니다.) 직업군인의 장단점에서 설명한 공통 사항 외에도, 장교 계층만의 장단점이 더 있다. 먼저 장점이다.      


* 온전한 개인의 의견임을 서두에 밝힌다.


   1. 리더십 개발


   장교는 소위 때부터 지휘자의 임무를 수행한다. 소대장으로 보직하거나 함정 분대장으로 보직해도 10~30여 명의 병력을 지휘하게 된다. 지휘자는 조직 구성원에게 임무를 부여하고 조정, 통제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직의 임무를 이해하고 목표 달성을 위한 방안을 도출해야 하며, 구성원을 통합해 함께 전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짧게는 수개월에서 많게는 4년까지 교육과정을 거치며 수련하는 것이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다. 출발선은 모두 비슷하다. 주어진 일에 충실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과정에서 성장할 수 있고, 한 발을 떼고 나면 시작하지 않은 사람과 차이가 난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폭은 점점 커진다. 리더십 발휘를 위한 연습을 하고, 실제 적용해보며 부딪치는 과정에서 발전하는 것이다.      

  운전을 배우는 것과 비슷하다. 면허를 따겠다고 마음먹고 운전연습을 하고, 면허를 취득하고 나서 운전을 계속해서 하는 사람은 실력이 점차 늘어간다. 도로에서의 경험과 노하우가 쌓이기 때문이다. 면허만 따 놓고 도로에서 익히지 않은 사람과는 차이가 점점 커진다.


  다른 사람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다니면 교통법규와 상황에 따른 대응법을 이해할 수 있지만, 직접 운전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운전대를 잡아야 시야가 넓어지고 도로 위의 작은 굴곡도 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장교는 지휘자로서 역할을 수행하며 리더십을 발전시킬 수 있는 경험을 (반 강제로) 얻을 수 있다. 

    

   2. 성취감


  리더는 계획하고 실행한다. 계획과 실행을 주도하면 일의 바탕과 알맹이를 꿰뚫어 볼 수 있다. 막연한 두려움이 사라지고, 자신감과 노하우가 늘어간다. 계획하고 실행한 업무를 끝내면 성취감을 느낀다. 같은 목표를 달성했더라도 주도한 사람과 다른 사람의 계획을 따라가는 사람이 느끼는 보람의 차이는 크다.     


  행군을 예로 들면 다른 일정들을 고려해 날짜를 잡고, 장소와 구간을 선택한다. 하루동안의 이동거리와 숙영지를 판단한다. 사전 답사를 통해 위험요소와 돌발상황을 확인하고 대비책도 마련한다. 계획이 세워지면 중간 지휘자들에게 설명하고 각자에게 임무를 분담해서 부여한다. 본격적인 행군을 시작하면 우발상황에 대처해 나가며 훈련을 이끌어 간다. 완료지점에 도달했을 때 느끼는 성취감은 따라오기만 한 사람의 그것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목표를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변화를 이끌어 냈을 때에도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잘 하면 잘한 대로, 아쉬우면 아쉬운 대로 경험치가 쌓이고 다음에 더 잘 해낼 가능성이 높아진다. 잘 되지 않았을 때도 교훈을 얻고, 오답 노트를 채울 수 있다.        


『인피니트 게임 』의 저자 사이먼 시넥은 성공을 이기고 끝나는 유한게임으로, 성취를 끊임없이 나아가는 무한게임으로 정의한다. 성공은 달성하면 무대가 끝나지만, 성취는 더 높은 최종목표를 위한 중간과정인 것이다. 장교는 성취를 목표로 하는 무한게임을 (반 강제로) 업으로 하는 계층이다.       


   3. 능력개발 


  가지고 있는 능력에 비례한 업무를 부여받으면 보통의 속도로 업무를 처리한다. 걸어가는 속도다. 능력대비 수월한 일을 맡게 되면 쉬엄쉬엄해도 된다. 여유가 있어 천천히 걸어도 되고, 걷다가 딴짓도 좀 할 수 있다.


  능력보다 큰일이 주어지면 신발끈을 조여매고 달려야 한다. 숨이 차오르고, 집중하지 않으면 발목이 삐거나 돌부리에 걸려 넘어질 수도 있다. 걷는 것보다 빠르게 목표에 다다르고, 심폐기능과 근력도 발달한다.     


  능력보다 조금 더 큰 일을 부여받는 것이 발전에 도움이 된다. 적당한 긴장감은 수행능력을 향상시켜 주기에, 최대치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는 것이다. 준비하고 노력한 일을 성공적으로 마치면 보통의 일보다 성취감도 더 크다. 경험과 노하우가 축적돼 난이도가 더 높은 일도 도전할 수 있게 된다. 레벨이 높아지는 것이다.      


 ‘고수는 도전하고 하수는 안주한다. 고수는 일이 익숙해지고 편해지면 새로운 일을 찾아 도전한다. 하수는 익숙함을 즐기고 거기에 머물려한다. 더 이상 발전이 없다. 그날이 그날이다.’ 한근태 작가의 『일생에 한 번은 고수를 만나라』에서 고수의 특징으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을 꼽는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면 열정이 생긴다. 배우려는 자세가 된다.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 지식이 쌓이고, 경험이 축적된다. 하다 보면 자신감도 붙는다. 강권된 리프레시다.      


  능력보다 큰 일을 부여받아 적응하지 못하거나 좌절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겠지만 우리 사회에는 건전한 상식이 존재하고, 군도 예외는 아니다. 물리적,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을 부여하지 않는다. 위치와 상황에 맞게 임무를 주되, 지휘자로서 비중 있는 일을 맡게 될 뿐이다.


  나는 그동안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조건에서 자기 발전을 이뤄나가는 건실한 장교들을 많이 봐왔고, 지금도 보고 있다.      

 

  4. 주도성

 

  사장으로서의 1년 경험이 종업원의 5년 경험보다 얻는 것이 많다. 사장은 주도하고 종업원은 따라가기 때문이다. 사장은 어떻게 하면 홍보를 잘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장사가 안되면 문제점을 찾으려 한다. 잘되면 확장하거나 분점을 낼 생각을 하고, 안되면 현금흐름을 고민하고 지속 가능성을 판단한다. 주도한다는 것은 전체를 보는 일이고, 부분을 심도 있게 분석하는 일이다. 그로써 일에 정통하게 된다.      


  장교는 주도하는 사람이다. 작은 부분부터 주도하며 업무에 정통할 수 있고, 더 큰 일을 해낼 수 있는 역량을 갖춰나간다. 전체를 보는 것도 점점 익숙해져, 자연스럽게 통합적 사고를 할 수 있다.    

 

  업무 외적으로도 도움이 된다. 통합적 사고를 통해 삶의 다양한 선택과 결정에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주도해서 판단하면 잘 안되더라도 뭐가 문제인지 알 수 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확률이 차츰 높아진다.

 

  주도성은 2. 성취감과도 연결되어 있다. 업무를 주도해 동료들과 함께 목표를 달성했을 때, 가장 큰 성취감을 느끼는 것은 주도자이다. 3. 능력개발과도 연결된다. 작은 업무들을 세밀하게 이해하면 난이도가 높은 일, 복잡한 일을 주도할 수 있게 된다. 나아가 자신의 삶을 주도할 수 있다.


  장교는, 일과 삶을 주도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가는 직업이다.

       

   5. 교육의 기회

 

  장교는 군 운영의 주축이다. 핵심적인 업무를 담당한다. 핵심적 업무는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다. 해군으로 본다면, 미래의 위협으로부터 우리의 바다를 어떻게 지킬 것인지, 어떤 전력과 함정, 무기체계, 조직구조를 가져야 하는지 고민한다.


  이를 위해 사업을 주도하고, 예산을 편성해 집행하고, 무기체계를 도입하고, 관련 시설을 구축해 교육훈련하며, 홍보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문제가 생기면 확인하고 해결한다. 기본적으로 해양환경에 대한 수준 높은 이해가 필요하다. 따라서 전문 교육이 필요하다. 

     

  장교는 학사 이상의 학위취득자가 임관할 수 있기에, 전문교육은 주로 석사와 박사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다. 군사전략, 국제관계, 해양학, 음향학, 물리학, 화학, 무기체계 공학, 회계학, 경영학, 통계학, 교육학, 방송학, 법학, 심리학, 조선공학 등이 있다. 각자의 전문성에 맞춰 지원하며, 선발되면 석사는 2년, 박사는 4년의 교육기간이 주어진다.      


  교육의 좋은 점은 세 가지이다. 첫째, 학비가 지원된다. 국비장학생으로 교육받을 수 있기에 학비 부담 없이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다. 둘째, 전문성을 높인다. 기본적으로 군에서의 임무 수행을 위한 교육이지만, 지식은 남의 것이 아니라 내 것이다. 조직의 일원으로서 뿐만 아니라 개인의 발전도 병행된다. 셋째, 월급도 나온다. 학비 지원과는 별개로 기본 월급을 수령한다. 각종 수당이 빠져 일상 근무의 70% 정도 수준이지만, 월급이 나온다는 것은 경제적, 심리적 안정을 준다. 부담을 덜고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 장교의 가장 큰 혜택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상으로 장교의 장점을 살펴보았다. 요약하면 리더의 자질을 함양하고, 능력을 개발하여 성취감과 주도성을 기를 수 있다는 것이다. 리더가 되고 싶은 사람, 진취적인 사람, 성장하고픈 사람, 다양한 직무를 경험하고픈 사람, 인생을 주도적으로 살고 싶은 사람이라면 장교를 꿈꿔봐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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