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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코치 Dec 07. 2020

직업군인의 단점 11가지

직업군인의 장점 12가지 (brunch.co.kr)


장점을 논했으니, 단점을 살펴보자.


* 온전한 개인의 의견임을 서두에 밝힌다.


1. 짧은 정년


 정년이 보장되지 않는 공무원이다. 군 본연의 목적이 전쟁을 대비함이기에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이 필요하다. 일사불란한 명령체계를 유지하기 위해 계급 간 갈등이 될만한 요소를 사전에 제거할 필요가 있다. 조직을 젊고 활력 있게 유지하고, 위계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각 계급에 따른 정년을 적용하고, 그 내용은 군인사법에 명시되어 있다.


먼저 장교의 정년이다.

   - 소위·중위·대위(43세), 소령(45세), 중령(53세), 대령(56세)

   - 준장(58세), 소장(59세), 중장(61세), 대장(63세)

     * 준장 이상부터는 계급별 연령정년이 큰 의미가 없다. 공무원 정년과 별 차이가 없으며, 계급정년이 있어 상위계급으로 진급하지 못하면 전역해야 한다.


다음은 부사관이다.

    - 하사(40세), 중사(45세), 상사(53세), 원사·준위(55세)

      * 준위는 준사관으로 부사관이 아닌 별도의 계층이지만 편의상 부사관과 함께 구분했다.


 현실을 반영해 세부적으로 살펴보자. 먼저 부사관이다. 부사관은 4년의 의무복무기간 경과 후 장기근무자를 선발한다. 장기근무를 희망하는 사람은 성실히 복무하기에 장기선발될 때 대부분 중사 계급장을 달고 있다. 그리고 중사로 11년 복무 시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상사로 근속진급할 수 있다.(군인사법 제24조의3) 따라서, 부사관은 장기 선발된다면 상사 연령정년인 53세까지 정년을 보장받는다고 볼 수 있다.


 다음은 장교다. 장교는 통상 소위 1년, 중위 2년 복무 후 3년 만에 대위로 진급한다. 대위에서 소령 진급이 안될 경우, 계급 연령정년인 43세에 전역해야 한다.(실제로는 근속정년 15년 또한 적용받아 임관 15년 차에 전역해야 한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임관하면 24세이기에 40세 전후가 될 것이다. ) 소령으로 진급했다 하더라도, 중령으로 진급하지 못하면 45세에 전역해야 한다. 중령 이후부터는 53세까지 정년을 보장받는다.


 문제는 중령 진급률이 50%도 되지 않는다는데 있다. 장기 복무하는 장교 절반 이상이 45세 이전에 전역해야 한다. 한참 아이들이 커가고, 직장에서 경력을 쌓아 나갈 40대 중반에 직장을 떠나 새로운 출발을 해야 한다. 그나마 소령은 20년 복무가 가능해 군인연금 대상자가 될 수 있지만, 대위는 근속정년 15년에 막혀 군인연금도 받지 못한다.


 종합해 보면 군인의 정년은 부사관이든 장교든 50세 초반으로 짧은 편이다. 특히 장교의 경우 절반 이상의 장기복무자가 45세 이전에 전역해야 하기에 직업 안정성이 떨어진다.


2. 거주 불안정성


 군인은 명령에 따라 움직인다. 얼마나 자주, 또 멀리 움직이는지는 육ㆍ해ㆍ공군, 장교ㆍ부사관의 특성에 따라 조금씩 상이하지만, 이동한다는 대전제는 같다. 군별 특성으로 보자면, 육군은 전방지역에 위치한 부대가 많아 충청 이남권으로 내려오는 경우가 많지 않은 반면, 해·공군은 동서남해 전역에 부대가 균등하게 위치하고 있어 장거리 지역 이동이 많다.


 계층별 특성으로는, 부사관의 경우 5년에서 10년 정도까지는 한 지역에 근무할 수 있는 반면, 장교는 짧으면 1년, 기본 2년, 길어도 4년 안에 대부분 지역을 이동하기에 거주 불안정성이 크다. 내년에 내가 어디에 살고 있을지 모른다는 것은 시간이 지난다고 쉽게 적응되는 일이 아니다.


3. 사이좋은 별거부부


 예전에는 자녀들이 어느 정도 성장할 때까지 가족이 아빠의 근무지를 따라 같이 이동하는 경우가 많았다. 중학생, 심지어 고등학생까지도 같이 이동했다. 하지만 어릴 때 환경이 자주 바뀌면 정서가 불안정해지고 교우관계가 원만치 못할 수 있다. 실제 자녀가 학교에 적응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적지 않다. 요즘은 자녀들의 교육과 정서 안정을 위해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정착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가족과 떨어져 지내게 된다.


 전생에 나라를 구해야 주말부부를 할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실제 육아부담을 덜고 혼자 생활하면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있다는 점은 사실이지만, 자녀들이 크는 모습을 지켜보고, 유대감을 형성하고, 추억을 쌓는 것이 어찌 행복이 아니겠는가. 나 또한 사정에 의해 어린 자녀들과 떨어져 지내고 있다. 같이 있다 보면 잠시 떨어져 있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아이들 재롱과 커가는 모습을 놓치고 싶지 않다.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고 아이들의 어린 시절은 길지 않은 법이다.


4. 문화생활과 의료여건


 시골에 있으면 시골사람이 된다. 환경이 사람을 만든다. 산과 들, 바다와 친해지게 되고 자연스럽게 문화생활과는 거리가 생긴다. 병원 접근성도 떨어진다. 큰 병원에 가려면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해군과 공군은 부대가 도심지역 인근에 위치한 경우가 많지만, 육군은 인적 드문 곳에 있는 부대도 많다. 병원에 자주 가야 하는 사정이 있거나 임산부의 경우 불편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시골도 이제 많이 변했다. 예전의 시골이 아니다. 요즘은 웬만한 시, 군에도 영화관 하나는 있다. 그리고 굳이 영화관을 가지 않아도 넷플릭스, 유튜브와 같이 다양한 매체를 통해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다. 콘서트나 연극 같은 오프라인 활동에 제한이 있겠지만 코로나로 비대면의 시대가 도래했다. 온라인 콘서트는 서울 도심에 있는 집에서 보나 시골에 있는 집에서 보나 다를 것이 없다.


5. 당직


 당직근무가 많다. 작전과 경계임무는 24시간 운용되고, 부대 내 생활관에서 먹고 자는 병사들이 있어 통제와 관리가 필요하다. 다양한 당직 개소에 다양한 임무가 있어, 당직이 끊이질 않는다. 적게는 20~30일에 한번, 많게는 5~10일에 한번 당직을 서기도 한다. 밤을 새우는 건 건강에도 좋지 않고, 생활리듬도 깨진다.


 나아지고 있는 것은, 당직 후 휴식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는 점이다. 예전엔 당직 이후에도 휴식을 제대로 취하지 못했다. 임무가 우선이었고, 당직 후 휴식을 위해 자리를 비우는 것이 눈치 없는 행동이었다. 지금은 분위기가 많이 바뀌고 있다. 휴식권을 보장해주어야 한다는 인식이 공유된다. 물론 아직 과도기에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휴식권 보장이 더 중요한 고려요소로 자리 잡을 것이라 생각한다.


6. 책임부담


 직급이 올라갈수록 지휘하고 통제하는 단위 부서가 커진다. 관리하는 병력이 늘어나고 장비의 수도 많아진다. 관리하는 병력이나 장비에 큰 문제가 생겼을 때 지휘책임을 질 수 있다.


 많은 권한을 가진 상급자가 자신의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을 때 책임지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막을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상황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개인 사정으로 발생하는 문제를 어떻게 막을 수 있단 말인가? 24시간 따라다닌다 해도 예방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소관업무를 충실히 수행하지 않고 관심을 기울이지 않음에 대한 책임은 납득이 가능하지만, 책임을 위한 책임은 사라져야 할 병폐이다.


 총기사고가 난 적이 있었다. 당시 지휘계선상 장성급 지휘관까지 책임을 추궁했다. 장성급 지휘관은 자신의 휘하에 사고가 난 부대와 동일한 규모의 단위부대를 100개도 넘게 두고 있다. 주 2회 한 부대씩 방문해도 일 년에 한 번 갈까 싶다. 과도한 책임추궁은 무사안일주의와 운명론에 기인한 허무주의로 발전한다. 운 없으면 처벌받는 것이다. 운 나쁜 동료들이 나가떨어지면 운 좋은 사람이 열매를 딴다. 능력중심이 아니라 운이 중요해지는 병든 조직을 만든다.


 다행히 과도한 책임추궁 기조는 개선되고 있다. 책임이 있는 곳에 책임을 물어야 건전한 조직문화가 형성될 수 있을 것이다.


7. 대기태세


 군인은 비상시 부대로 복귀해 임무를 수행해야 하기에 대기태세가 있다. 각 부대 특성과 직무 특성에 따라 대기태세는 15분, 30분, 1시간, 2시간까지 있다. 작전부서에 근무하는 핵심인력은 통상 30분, 이외 부대는 1~2 시간 정도인 경우가 많다.


 대기태세가 짧은 직책일수록 비상소집이 잦다. 작전부서에서는 의아한 물체가 식별되거나 대응이 필요한 일이 생기면 핵심인력을 비상소집한다. 전투부대가 아닌 곳은 작전 상황으로 인한 대기태세로부터는 어느 정도 자유롭다. 그렇다고 마음 놓고 있을 수는 없다. 부대에는 전투와 관련된 일 말고도 급한 일들이 무수히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부대 주요장비의 고장이나 시설의 파손, 병사의 부상이나 질병, 휴가 나간 병사의 미복귀와 같이 돌발상황은 수도 없다.  


 늘 등 뒤에 보이지 않는 끈을 달려있는 기분이다. 한적한 교외로 나가는 건 부담된다. 혹여 교통체증에 막힌다면 시간을 지키지 못할 수도 있다. 해결책은 있다. 휴가를 사용하면 공식적으로 대기태세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요즘은 주말에만 휴가를 써 공식적으로 대기태세를 벗어난 거리까지 이동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매번 휴가를 쓸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등에 달린 끈이 늘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


8. 전화기 사수


 대기태세와 연계되는 부분으로, 전화를 받지 않으면 소집명령을 수명 할 수가 없다. 24시간 전화기를 지켜야 한다. 전화를 받지 않는 것은 군인으로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간주된다. 특히 부재중 전화로 지휘관의 연락처가 떠 있으면 등골이 서늘해진다.


 밤에도 예외는 없다. 머리맡에 휴대폰을 두고 긴장하며 잔다. 목욕탕 안까지 전화기를 가져가는 사람도 있다. 지금은 대부분 생활방수가 되지만, 예전엔 비닐에 싸서 목욕탕 안으로 가져오기도 했다. 휴대전화가 없던 시절에는 어떻게 했을까? 집 전화를 적어놓았단다. 집에도 전화가 없으면? 하숙집 주인, 안되면 옆집 전화도 적어 놓았고, 혹시 몰라 부대원 숙소의 약도까지 모두 그려 보관하고 있었다고 한다.


 최근엔 근무시간 이후나 주말에 전화하는 것을 갑질로 여기는 사회 분위기이다. 이런 여파로 군에서도 근무시간 외 전화하는 것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꼭 전화할 필요가 있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를 대비해서라도 전화기에서 관심을 멀리 할 수 없다.


9. 사회적 고립


 군인들이 교류하는 사람이 대부분 군인들이다. 기존의 인맥들은 눈에서 멀어지면서 마음에서도 멀어지는 경우가 많다. 맨날 그렇고 그런 사람들끼리 맨날 그렇고 그런 이야기만 한다. 새로운 자극이 없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이 일상의 반복이다.


 사회적 고립은 정체를 불러온다. 새로울 것이 없기에 활력도 떨어진다. 힘써 노력하지 않으면 발전을 기대할 수 없고, 어제가 오늘이고 오늘은 또 내일이 된다. 


 의도적으로 외부인원들과 접촉하고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군도 사회의 일부이다. 사회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눈여겨봐야 한다. 언젠가는 모두 전역하고 사회로 돌아갈 것이다. 요즘은 온라인으로 교육을 들을 수도 있고, 공동체에 참여할 수도 있다. 꼭 모이거나 만나지 않아도 동질감을 느끼며 함께 할 수 있는 일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군 내부에서도 사회적 교류가 활발해지고 있다. 바람직한 현상이라 생각한다.


10. 취약한 경제관념


 군인의 월급은 나라가 망하지 않는 이상 밀릴 일이 없다. 정해진 금액이 정해진 날짜에 들어온다. 관사에 거주하면 집을 사거나 전세를 얻을 필요가 없다 보니, 큰돈을 다뤄볼 일도 드물다. 낭비하거나 방탕하게 생활하지 않으면 돈이 차곡차곡 쌓이기 시작한다. 그렇게 모은 돈이 천만 원 단위로 넘어가면 차가 눈에 들어온다. 대부분 시골이라 대중교통 수단이 미비하기에 차가 없으면 걸어 다니거나 자전거 타고 다녀야 한다. 여름에 출근하다 땀으로 샤워를 하거나, 겨울에 손발이 얼어붙는 경험을 하고 나면 차를 사야겠다는 결심을 굳힌다. 주변을 보니 다들 좋은 차를 타고 다닌다. 나도 폼 좀 나게 다녀야겠다는 생각에 이르게 되면, 자산은 다시 0으로 회귀한다.


 주식이나 부동산은 금기시된다. 대부분 그저 예금이나 적금으로 모은다. 주식이나 부동산에 관심 가지는 것 자체가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지 않는 것이라는 인식이 남아있다. 무엇보다 위기의식이 없기 때문이다. 전세금을 올려줘야 한다는 생각, 대출 일으켜 집을 구매하고 원리금을 상환해야 한다는 압박이 없다. 당장 돈 걱정이 크지 않다. 그러다 어느 순간 모아놓은 것이 별로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사회 초년생 시절 종잣돈을 모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지 못하고, 한 발자국 앞서 나갈 기회를 걷어차버린다. 사실 이를 단점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 경제와 자산관리에 대한 공부를 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단점으로 꼽은 것은 전체적인 분위기가 그러하다는 것이다. 생각하고 고민해 경제 계획을 세우는 경우가 많지 않다. 만약 이 글을 읽고 있는 분이 군인이 된다면 경제관념을 미리 구축하길 권한다.  


11. 소수의 잘못으로 인한 비난


 대부분의 장병들은 성실히 근무한다. 자신의 위치에서 맡은 직무에 최선을 다한다. 그런데 일부의 잘못이 언론에 보도되거나 사회적 이슈가 되면 군 전체가 비난받는다. 지켜야 할 영역이 크고, 인원도 많다 보니 문제도 자주 일어난다. 사기가 떨어진다. 수십만 명이 속해 있는 큰 조직에서 아무 일이 없다는 것은 잘하고 있다는 말이 아니다. 숨긴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디 군인뿐일까? 경찰이 그렇고, 소방이 그렇고, 판사나 검사들도 그렇다. 소수의 잘못으로 단체가 비난받는 억울함을 동감할 것이다. 구성원 한 명 한 명이 맡은 직무를 성실히 수행해 줄 것을 기대한다는 국민의 염원으로 생각하자. 기대조차 없으면 비난하지도 않는다. 악플보다 가슴 아픈 건 무플이다.




 이상으로 직업군인의 단점을 살펴보았다. 직업군인의 장점으로 언급되었던 부분이 단점으로 꼽기도 했다. 하나의 사안에 장점과 단점이 공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좋게 생각하면 장점이 될 수 있고, 삐딱하게 보면 단점이 되기도 한다.


 장점과 단점을 따져가며 열심히 셈을 한다고 해서 최적의 선택에 이르는 것은 아니다. 어떤 특성이 있는지 정도만 알아두고, 장점은 극대화시키고 단점은 미리 준비해서 대응해 나가거나 더 이상 단점이 아닌 것으로 변형시키면 된다.


 무엇보다 희망적인 것은, 단점으로 꼽은 내용 중 개선되고 있는 것이 많다는 점이다. 사회도 변하고 군도 변한다. 사회와 보폭을 맞춰 변화하고 있기에, 앞으로 단점은 개선되고 장점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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