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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코치 Dec 23. 2020

군 입대를 앞둔 이에게 전하는 8가지 조언


 가만히 서있는 것도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긴장한 사람들이 엉거주춤 걸어 들어와 굳은 표정으로 서있다. 어깨는 잔뜩 움츠러들고 눈동자는 갈 길을 잃어 허공을 헤맨다. 뒤에서 누가 부르면 고개를 돌려야 할지 제식동작으로 ‘뒤로 돌아’를 해야 할지 몰라 쭈뼛거린다. 추운 날씨에도 손바닥과 이마엔 땀이 배어 나온다. 신병교육을 수료하고 자대배치받은 병사들의 전입신고 풍경이다.


 긴장감의 크기는 낯섦의 정도와 비례한다. 경험이 없을수록, 정보가 부족할수록, 폐쇄적일수록 긴장감이 높아진다. 그런 면에서 군 입대와 자대배치는 인생에서 가장 긴장되는 순간 중 하나다.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 무슨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지 알 수 있다면 조금 덜 긴장할 수 있고, 마음의 준비를 통해 적응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적어보는 입대를 앞둔 병사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8가지 조언이다.


1. 입대를 미루지 마라.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20~22살 사이에 입대하는 것이 좋다. 매도 먼저 맞는 것이 낫다고 어차피 해야 할 일은 빨리하는 것이 몸도 마음도 편안해지는 방법이다. 별다른 이유 없이 두려움, 귀찮음, 방관, 회피, 막연한 기대감 등으로 미루다 늦게 입대하면 적응도 어렵고, 미루는 동안도 시간을 알차게 사용하지 못한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잠들기 전까지 1시간을 걸어야 한다고 생각해 보자. 언제 걷는 게 좋을까? 일어나서 바로 걷고 샤워까지 마친 사람이 하루를 가장 편안한 마음으로 보낼 수 있다. 미루다 보면 중간에 해야 할 일이 추가로 생기거나 쌓일 수 있다. 시간이 많다고 생각하다간 어느 순간 해가 지고, 마음이 급해 주변도 둘러보지 못하고 스트레스받으며 걸어야 한다. 이런 사람은 하루 종일 여유를 갖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하물며 2년에 가까운 시간은 어떻겠는가. 또래들이 입대할 시기에 같이 군생활 하며 진한 동료애를 느끼고 전역 후 편안한 마음으로 생활하는 것이 좋다. 나이 어린 선임을 대하는 것도 만만찮은 일이다. 굳이 어려운 상황을 만들 필요는 없다.


2. 원하는 곳을 찾아 지원해라.


 남이 시키는 것과 자신이 주도적으로 하는 것은 마음가짐이 다르다. 군 입대라는 수동적인 절차에도 능동을 곁들일 수 있다. 자신의 의지를 담아 희망하는 곳에 지원하는 것이다.


 먼저 군별로 지원이 가능하다. 육군, 해군, 공군, 해병대가 있다. 전환복무로 의무경찰, 의무해양경찰, 의무소방원이 있었지만, 현역병 충원을 위해 2023년에 폐지되었다. 전환복무는 더 이상 현역을 대체하지 못한다. 


 특기별로는 의무, 조리, 이발, 운전, 체육, 차량정비, 항공정비 등 다양한 병종이 있으니 자신의 전공 또는 관심사와 연관해 지원할 병종이 있는지 찾아보자. 물론 지원한다고 모두 선발되는 것은 아니지만, 찾아보고 알아보는 과정에서 다양한 정보를 획득할 수 있고, 피동적인 ‘군 입대’라는 행위에 능동을 가미할 수 있다. 생각하고 계획한 사람이 아무 생각하지 않는 사람보다 앞서갈 수 있고, 유익을 발견할 확률이 높다.


3. 자기 계발 목표를 세워라.


 자대배치받은 후 적응하고 나면 의외로 시간이 많음을 알 수 있다. 군대 오지 않았다면 '술 먹고, 게임하고, 놀러 다닐 시간'이 모두 '자신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시간'으로 주어진다. 잠을 자거나 TV를 보며 소중한 시간을 허비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자기 계발 목표를 세워 한 단계 도약하는 사람도 있다. 공부, 독서, 운동, 취미활동과 같이 방법은 다양하다.


 분명한 것은 자기 계발하는 이의 삶이 그저 시간을 허비하는 이보다 윤택해질 확률이 높으며, 군 생활의 지겨움도 덜 느낀다는 점이다. 내일의 발전을 위해 오늘을 투자하는 사람은 일상에 설렘이 있다.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하기 싫은 일도 더 적극적으로 한다. 빨리 끝내고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지루할 틈도 없다.


4. 다양한 제도를 활용하라.


 부대에서는 의무복무 중인 장병들에게 혜택과 유익을 주기 위해 다양한 제도를 운용한다. 국방부와 협약한 대학의 경우 원격교육을 통한 학점 이수도 가능하며, 자격증을 획득하면 포상휴가도 부여한다. 창업경진대회를 개최해 전역 후 창업의 기회를 제공하기도 하고, 병영문학상을 통해 문예적 소질을 계발하고 문인협회 입회 자격을 부여받아 작가로 활동할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


 이외에도 사이버보안, 해킹, 조리, 국가안보, 리더십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기회가 제공된다. 입상의 열매를 맛보지 않더라도, 도전을 통한 발전 또한 큰 경험이자 자산이다. 공식 대회나 경연이 아니라도 작은 성취를 맛볼 수 있는 제도 또한 많다. 부대별로 생산적이고 활기찬 분위기 조성을 위해 표어/포스터, 독후감, 복무경험 발표 등 다양한 제도를 운용한다. 도전을 통해 성취를 맛보고, 자신을 발전시키는 계기로 활용할 수 있다.


5. 건강을 되찾아라.


 입대 후 인생에서 가장 규칙적이고 건강한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다. 일찍 일어나 체조로 하루를 시작하고 게임이나 술로 시간을 허비하지 않으며, 일찍 잠들어 휴식을 취한다. 그동안의 인생에서 계획했던 바를 가족, 친구, 동료, 환경의 영향으로 이루지 못했다면 여기서는 그런 방해 요소가 없다. 잃었던 건강을 되찾을 수도 있다.


 근육을 키우고 몸을 탄탄하게 만드는 기쁨을 느껴보자.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 체력단련은 군인의 본분에 충실하는 것이기도 하다. 부대에서도 체력단련을 위한 다양한 시설을 구축하고 지원을 넓히고 있다. 좋은 곳은 웬만한 피트니스 못지않은 시설을 자랑하기도 한다. 군에서 평생 건강을 유지하는 기반과 습관을 만들어 나가길 바란다.


6. 사회 경험을 쌓는 기회로 활용하라.


 신병 계급인 이병으로 들어와 전역할 때는 병사의 최고 상위 계급인 병장으로 전역한다. 작은 조직사회를 바닥에서부터 중간 관리자까지 경험하는 것이다. 신병일 때는 집중을 통해 업무를 빨리 습득하는 방법을 배우고, 일병일 때는 전입 온 신병들에게 업무를 쉽게 알려주는 기술을 익힌다. 상병이 되어서는 부대의 중추적 역할로서 조직원의 의견을 종합하고 조율하는 역할을, 병장이 되어서는 리더십을 발휘해 조직의 운영해 보는 간접 경험을 할 수 있다.


 이병 때 보던 하늘 같던 병장의 위치에 어느 순간 가 있게 될 것이다. 군 생활 중 겪었던 시행착오를 돌아보며 아쉬웠던 점과 해결해야 할 문제들을 점검해 보고, 사회로 나갔을 때 적용해 볼 수 있다.


7. 성취 심리를 익혀라.


 어려운 일을 해내거나 간절히 원하는 것을 하면 뿌듯함을 느낀다. 해냈다는 자긍심과 자신감도 생긴다. 브라이언 트레이시는 「성취 심리」에서 성공의 열쇠는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성취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는 능력’이라고 정의하며 성취의 기쁨을 순환시킨다면 곧 성공에 다가설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군에서는 새로운 업무를 다 같이 새롭게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특기 훈련, 사격, 유격, 팀워크 훈련, 공격/방어훈련 등 새로운 임무가 주어졌을 때 이를 잘 수행해 냄으로써 성취 심리를 느낄 수 있다. 소소한 과제들이 계속 내 앞으로 밀려온다. 내가 수준에 오른다면 주변 동료들을 도와줄 수도 있다. 성공습관을 길들이는 방법이다. 억지로 하고, 무기력하게 지낸다면 깨달을 수 없는 묘미다.


 군대에서 모범적으로 생활했던 대원들이 전역 후 성공하는 모습을 자주 본다. 군대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자기 몫을 제도로 하지 않던 대원들은 연락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아마 전역 후에도 대부분 그런 생활태도를 이어나가고 있을 것이다.


8. 다양한 경험을 하라.


 사람은 경험을 통해 성장한다. 다양한 경험을 축적하기 위해 여행, 자원봉사, 국제행사, 인턴 등을 지원하고 돈과 시간을 들인다. 군 생활 중에도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여러 기회가 있다. 사회봉사활동, 대민 지원업무 등 사회적 경험, 국군의 날 행사, 전쟁연습, 한미연합훈련 등 대규모 행사와 훈련, 이라크, 소말리아 등 해외파병, 순항훈련 또는 해외 수송업무 등이 있다.


 지원자를 모집 공고를 눈여겨보고 적극적으로 지원해 다양한 경험의 기회를 획득하라. 포상휴가와 명예로운 경력까지 얻을 수 있다. 명예로운 경력은 전역해 직장에 취직할 때 도움이 될 수 있다. 지원자가 많다면 평소 복무를 열심히 한 대원에게 기회가 주어진다. 평소에 잘해야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점은 군대나 사회나 다르지 않다.




 부대로 전입 오는 신병들을 면담하면 별다른 목표와 마음가짐 없이 군에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군대는 시간을 낭비하는 곳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2년 가까운 시간을 활용할 계획이 없는 것이다. 


 같은 시간을 보내지만 눈에 띄는 발전을 이루는 친구가 있는 반면 무기력과 패배의식만 안고 전역하는 친구도 있다.


성취 심리를 얻어 갈 것인가, 패배 심리를 얻어 갈 것인가는 여러분의 준비와 마음먹기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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