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밀코치 Dec 15. 2020

경제적 자유 체험기

ep 14. 자유의 효용론적 고찰


 지난 추석 연휴에 아이들을 시골로 데려와, 일주일간 같이 놀고먹었다.(아주 정확한 표현이다) 첫날은  마트에서 장을 봐 일용할 양식들을 채워 넣고 놀러 온 기분도 냈다. 아이들에게는 펜션 같은 기분일 테다. 아내도 여행 온 기분이라고 한다. 여보, 우리 집이야


 첫날 나들이 기분으로 뒷산에 산책을 갔다. 낮은 언덕에 오르려고 했는데 신나서 계속 가다 보니, 제법 높이 올라갔다. 차오르는 숨을 몰아쉬며 맑은 공기를 마신다. 주변을 보니 나비와 잠자리, 메뚜기들이 제법 보이기에, 내일은 잠자리채와 채집통을 준비해 곤충을 채집하기로 계획을 세운다.


 다음날은 해지는 풍경을 보러 갔다. 바다는 일몰 아니겠는가. 이전에 봐 놓은 일몰 경치가 좋은 곳으로 가 산책도 하고, 캠핑의자를 펼쳐 바다 뒤로 해가 넘어가는 풍경을 지켜봤다. 바닷가로 내려가 조개도 줍고, 파도도 느껴보곤, 예쁜 조개는 몇 개 챙겨 집으로 가져왔다. 첫째가 할머니에게 보여주고 싶다며 비닐에 담아 소중히 간직해 놓는다.(그리곤 서랍에 고이 넣어두고 올라갔다)


 본격적인 휴일이 시작되어 아침 일찍 마트에 가 잠자리채와 채집통을 구비해 산으로 향했다. 미리 찾아놓은 숲 속 평상에 돗자리를 펴고, 사냥에 나섰다. 나비를 시작으로 잠자리, 메뚜기, 여치, 방아깨비, 무당벌레, 벌, 애벌레, 날파리, 모기까지 잡아서 채집통에 넣었다. 아이들은 신이 나서 졸졸 따라다니며 채집통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용맹한 사냥꾼들


 낮에 자연을 벗 삼아 뛰놀고 나면, 아이들은 9시가 되기 전에 잠들었다. 아내와 나도 아이들과 같이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 조용한 새벽시간을 즐겼다. 하루 중 가장 조용하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아이들이 자고 있는 새벽시간이다. 9시에 자면 5시에 일어나도 8시간을 잘 수 있다. 새벽 기상에 부담이 없다.  

 

 그렇게 며칠을 놀고, 일찍 자고, 새벽에 일어나 글 쓰고 책 읽고 지내다 보니 이렇게 살아도 되나 싶게 행복감이 밀려온다. 경제적 자유를 이루면 이런 삶을 살 수 있을까? 경제적인 자유의 궁극적 목표가 금전적 여유뿐만 아니라 시간적 여유를 얻는 것임을 깊이 느낄 수 있었다.

      

 ‘효용’은 재화를 소비함으로써 얻는 만족도를 말한다.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것이 많고, 함께하는 시간이 보람찬 지금이 경제적 자유, 특히 시간적 자유의 효용이 가장 높은 시기가 아닐까? 인생의 어느 시점, 어느 순간에서든 그때만의 시간 효용이 있겠지만, 그 무엇이 엄마 아빠 외치며 졸졸 따라다니는 아이들과 함께 웃고 떠드는 지금만 할까 싶다.


 마지막 날 아침에는 전날 9시쯤 다 같이 잠들었기에 5시가 조금 넘어 일어났다. 아내와 함께(강제로 깨워) 책상에 앉아 글을 쓰고 책을 보고 있는데, 7시가 되니 첫째가 일어났다. 안아주고, 화장실 가고, 양치한 후에 하고 싶은 걸 하라고 했더니, 책을 들고 와 옆에 앉는다. 나도 책 읽고 싶다고.


세상 기특한 뒷모습


 책 읽어주기를 바랐지, 본인이 보겠다고 선뜻 말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책을 들고 오더니 첫 장부터 이 빵 맛있게 생겼다며 말을 걸어온다. 지금은 각자 집중하는 시간이니 책을 다 보고 말하자고 하니, 이해하고 조용히 책을 본다. 내가 의도한 대로 그림이 그려지니 기쁘다. 환경을 조성해 아이들과 책 보는 재미, 공부하는 재미를 함께할 수 있겠다는 희망도 가진다.

 

 놀고먹은 일주일이 지났다.


내년엔 어디에서 살지, 아이들과 함께 할지 조금 더 떨어져 지낼지 아직 불투명하다. 놀고먹는 1주일을 통해 느낀 점은 같이 살며 아이들에게 좋은 습관이 길러지도록 도와주고, 추억을 쌓아 올릴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이다.(물론 막상 해보면 생각대로 되진 않을 테지만)


 시간적 자유를 체험해보니, 이렇게 좋을 수가 없다. 이래서 조기 은퇴 열풍이 부는가 보다. 아이들이 부모를 찾고 필요로 할 때 함께 해 줄 수 있는 시간적 자유가, 지금 나와 아내에게 가장 효용 높은 자유다. 시간적 자유를 누리기 위해선 경제적 부담이 없어야 한다. 경제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상태에서의 시간적 자유는 고난이다. 결국 경제적 자유와 시간적 자유는 불가분의 관계다.


 시골여행은 아이들과 함께 자연을 벗 삼는 즐거움을 알게 해 주었고, 시간적 자유, 그 기반이 되는 경제적 자유를 이루고픈 의지가 더 공고해지는 계기가 되었다.




신발 끈을 다시 한번 조여 맨다.





이전 14화 시골로 여행 가자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