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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코치 Dec 27. 2020

전역을 앞둔 이에게 전하는 8가지 조언


 하루가 늘어진다. 이렇게 늘어질 수도 있나 싶게 늘어진다. 뭘 해도 시간이 안 간다. 이제 부대가 집처럼 편안한데, 사회로 나가 새롭게 시작하려니 막막하기도 하다. 말년 병장의 마음속 풍경이다. 

 전역은 끝이 아니다. 마무리인 동시에 시작이다. 앞으로 사골이 되도록 우려먹을 인생 한 챕터의 마무리이며, 일시정지 시켜놓았던 사회의 시계를 다시 작동시켜야 할 순간이다.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려면 전 단계를 잘 마무리해야 한다. 끝이 깔끔하지 않으면 새로운 시작이 개운하지 않다. 전날 잠자리가 불편했는데 아침이 상쾌할 수 있겠는가. 입대가 처음이듯 전역도 처음이기에 서툰 마무리를 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전역하는 이들의 아름다운 마무리와 개운한 시작을 응원하며 8가지 조언을 전한다. 


1. 유종의 미를 거둬라.


 군생활을 잘 해왔던 친구들이 마지막에 마음이 풀어져 문제 일으키는 경우가 있다. 사소한 문제라면 해프닝으로 끝나겠지만 잘못하면 범죄자가 될 수도 있다.


 얼마 전에 있었던 일이다. 전역하는 날 부대를 벗어 날 수 있는 시간은 ‘전역 신고를 마친 후’이다. 전역하는 날 10여 명이 집에 빨리 가고픈 마음에 전역 신고하기 전 부대를 벗어나 귀갓길에 올랐다. 신고식 인원 파악 중 적발되었고, 결국 10여 명 모두 부대로 복귀했으며, 군형법 제79조 ‘무단이탈’로 형사처벌 받았다. 입대 후 전역 전날까지 잘 생활하다 전역 당일 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범죄자가 된 것이다.


 전역하는 순간까지 군인 신분임을 잊지 말고 법률과 규정을 잘 지켜 유종의 미를 거두기 바란다.


2. 쌓인 것이 있다면 풀어라.


 좁은 공간에서 많은 사람들과 함께 생활했을 것이다. 상급자나 하급자, 또는 동료와 갈등을 겪어 불편한 마음을 가질 수 있다. 전역하기 직전이 마음의 짐을 덜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시작이 중요하지만 끝은 더 중요하다. 시작이 좋으면 끝날 때까지 좋지만, 끝이 좋으면 평생 좋은 기억으로 남는다. 시작이 안 좋으면 만회할 수 있지만, 끝이 안 좋으면 기회도 없다.


 끝나는 시점에서 사람의 마음은 말랑말랑해진다. 이 심리적 유연함을 활용해 마음의 짐을 덜고, 좋은 기억을 확장시키길 바란다. 물론 모든 사람에게 그럴 필요는 없다. 나의 잘못이나 실수를 사과하고 마음을 풀고 싶은 사람에게 선택적으로 적용해도 된다. 


3. 시작을 미리 준비해라.


 막상 전역하고 나서 준비하려면 늦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복학, 취업, 창업 등 계획한 미래를 잘 준비할수록 시작에 탄력을 받을 수 있다. 멈춰있는 수레는 처음 움직일 때 가장 큰 힘을 필요로 한다. 전역 전 수레를 한 바퀴 굴려 놓는 다면 새 시작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병장쯤 되면 부대 생활에 부담이 없기에 여유가 있다. 요즘은 예전과 달리 휴대전화도 사용할 수 있어 여건도 좋다.


 잘 준비하는 친구들은 보면 학교, 교수님과 협의해 한 학기를 미리 수강하거나, 취업에 성공해 전역과 동시에 출근하는 경우도 있었다. 전역 후를 미리 준비하면 할 일이 많다. 바쁘고 시간이 부족하다. 전역 전 가지 않는 시계를 보며 지겹게 지내지 마라. 보고 있으면 더 안 간다. 


4. 규칙적인 생활을 유지해라.


 전역하자마자 입대 전 나태한 생활패턴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성공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며, 아침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한다. 당신은 지금 성공의 습관을 몸에 깃들인 것이다.


 자신의 의지만으로는 들이기 어려운 좋은 습관이다. 그 어려운 습관을 몸에 익혔는데 그대로 내 팽개칠 것인가? 몸에 익었기에 조금의 노력만 기울이면 유지가 가능하다. 여유로운 아침을 즐기고 하루를 길게 사용해라. 발전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5. 건강을 꾸준히 관리하라.


 건강은 행복의 필수재다. 입대 장병들에게 해주는 조언을 잘 들었다면 당신은 지금 건강한 몸을 갖고 있을 것이다. 지금의 몸 상태를 유지하는데 10의 노력이 들어간다면, 망가진 몸을 다시 만드는 데는 100의 노력이 필요하다.


 몸이 무너지면 모든 게 무너진다. 전역할 때의 튼튼한 몸 상태를 오래도록 유지해 건강하고 활기찬 생활을 꾸준히 이어나가길 바란다. 


6. 시간의 소중함을 기억하라.


 아인슈타인이 맞았다. 시간은 상대적으로 흐른다. 당직 근무 서는 4시간은 10시간 같이 느껴졌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 누군가는 국방의 의무를 완수하기 위해 10시간 같은 4시간 당직을 서고 있다.


 함정을 타고 바다에서, 인적 없는 산속에서 졸린 눈을 비비고, 아픈 다리를 주무르며 자리를 지키고 있다. 10시간 같았던 4시간을 떠올리며 소중한 시간을 잘 활용하라. 나는 지금도 바다를 보며 한 번씩 생각한다. 오늘도 저 바다 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장병들을 노고가 있음을.


7. 힘들 때 훈련소를 생각해라.


 먹고 싶은 것 먹고, 가고 싶은 곳 가고, 언제든 사랑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음이 얼마나 큰 행복인가. 자유가 없던 곳에서의 어려움과 비교하면 자유 속에서 어려움은 부피가 작아진다. 그 시절도 견뎌냈으니 지금 맞닥뜨린 어려움 또한 잘 이겨낼 것이다.


 눈치 보지 말고 초코파이 마음껏 먹고, 사랑하는 이와 응원도 주고받으며 힘든 시기를 이겨내길 바란다. 


8. 장병들에게 따뜻한 시선과 격려를 보내라.


 현역일 때 국민들이 따뜻한 시선과 격려를 보내주길 바랐을 것이다. 이제 여러분들이 베풀 수 있는 시기가 온다. 남을 깎아내려 나를 올리려는 사람은 하수다. 다른 이의 상황에 공감하고 응원해 주는 사람에게 복이 깃든다.


 사람들은 자신이 지나왔거나 경험한 것을 깎아내리려는 경향이 있다. 그래야 내가 더 올라간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내가 해봤는데 별거 아니야' 또는 '지금 저기 있는 애들은 다 나보다 하수야'라는 말을 하고픈 것일까. 하지만 듣는 사람들은 안다. 그런 말 하는 사람은 다른곳에 가서 지금 이곳을 그렇게 깎아내릴 것임을.


 어려운 시기를 이겨내고 있는 장병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주길 바란다. 그들에게 베풀 수 있는 가장 손쉬우면서 효과적인 배려다. 비용도 들지 않잖는가. 그들에게 힘을 북돋아 주는데 그만한 방법은 없다. 



 

 전역하면 철든다고 한다. 나는 아직 전역을 못해 철이 못 들었다. 먼저 전역하는 여러분들이 철들어 후배 전역자들에게 좋은 본보기를 보여줬으면 한다.


 처음 하는 전역, 잘 준비해 유종의 미를 거두고 힘찬 새 시작을 맞이하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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