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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코치 Jan 02. 2021

신입 직원이 빨리 인정받는 5가지 방법

 재야의 고수도 미약한 시작이 있었다. 미숙함과 난관을 극복하고 성장하였으며, 선배와 리더를 거쳐 현재의 고수 반열에 오른 것이다. 첫 시작은 매우 중요하다. 첫 단추를 잘못 꿰면 마지막 단추를 채울 때 머리를 감싸쥐게 된다. 모두 풀고 다시 꿰어야 할 수도 있다. 아니, 다시 시작할 기회조차 없을 수도 있다.


 직장 생활도 마찬가지이다. 첫 시작이 순조로워야 어두운 골목길을 헤매지 않고, 안정적인 대로(큰길)로 접어들 수 있다. 아래 다섯 가지 항목을 잘 적용한다면, 한 달 안에 '좀 하는' 신입이란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재야고수의 과거 사진


1. 시행착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라.


 자전거 처음 배울 때를 기억하는가? 두발을 모두 떼 페달 위에 올리는 게 신기해 보이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인가 싶다. 조금만 기울어도 넘어질 것 같아 두렵다. 한쪽 페달을 아래로 굴려 반대쪽 페달 위에 발을 올리기까지 수많은 시도와 실패가 필요하다. 첫 한 바퀴가 어렵다. 한 바퀴만 굴리면 두 바퀴부터는 어떻게든 굴러간다. 직장 생활도 그렇다. 한 바퀴를 잘 굴리면 두 바퀴부터는 비틀대도 굴러간다. 딱 그 한 바퀴가 가장 큰 고비다.


 첫 시작이 어렵다는 것을 인정하고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정신을 집중하고 실수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라. 아니 실수하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는 당당함을 가져라.(물론 마음속으로) 처음에 완벽하게 해내지 못하는 것이 두려워 시도해보지 않으면, 나중에 기본적인 것도 못하는 못난 선배가 될 수 있다. 두려워해야 할 것은 이것이다.


2. 초전 박살 내라.


 얼마 전 소위 임관교육 입교를 앞둔 예비 장교들과 만난 적이 있다. 선배 장교와의 만남이라 하여 그들이 궁금해하는 것을 알려주고, 조언해주는 자리였다. 그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지극히 현실적인 부분이었다. 야근 많나요? 주말에도 출근해야 하나요? 주말에 멀리 못 가나요? 나는 되물었다. 어떨 것 같아?

 같이 웃었다.


 시작하는 친구들에게 권한다. 지금 마음속에 있는 퇴근, 여유, 워라밸 같은 단어는 잠시 덮어놔라. 처음에 얼마나 빨리 적응하고 숙달되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길이 달라진다. 대로로 나갈 것이냐 골목길을 전전할 것이냐는 초반에 달려있다. 처음 하는 일을 어찌 잘할 수 있겠는가? 각종 체계와 시스템 운용, 계획 작성과 결과 보고, 개선점 식별, 보완책 마련 중 어느 하나 해본 적이 있는가?

 몇 년 동안 헤맬 것인가, 몇 달 만에 자신의 직무에 숙달한 프로페셔널러가 될 것인가? 당신에게 달려있다. 초전 박살 내라. 


 초전 박살 내면 주변으로부터 인정받고 자신감도 생긴다. 상급자와 동료, 하급자에게도 ‘잘하는 사람’으로 인상을 남긴다. 한번 인정을 받으면 그다음부터는 믿고 맡기게 된다. 기대 수준에 부합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고, 맡는 일의 규모도 점점 커진다. 반면 한번 인정 못 받기 시작하면 줄줄이 일이 꼬인다. 뭘 해도 못 미덥고 잘하면 의아하다. 못하니까 안 시킨다. 몸은 편하지만 점점 뒤처지고 있다.


 소위 때 일이다. 함장님께서는 좁은 수로를 항해하는 항법인 ‘협수로 연안항해’로 소위들을 테스트하셨다. 준비 기간 2주를 하사하셨다. 압박감을 느끼며, 준비하기에 부족하지 않는 시간 ‘2주’, 적당하기 그지없다. 2주 동안 협수로 연안항해를 갈아 마셨다. 테스트를 보고 나서 함장님은 별말 없이 씩 웃어 보이셨고, 나는 마음의 평온을 얻었다. 노력하고 준비하면 못 할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직을 마치고 떠날 때쯤 나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큰길로 나갈 수 있도록 안내해 준 함장님께 감사했다.


3. 모범 답안을 참조하라.


 보고서나 제안서를 작성할 때 처음이라 막막할 것이다. 용어도 낯설고 구성을 어떻게 해야 할지 난해하다. 시작조차 어렵다. 이럴 때는 과거 문서를 참조하는 것이 좋다. 처음 직장에 부임했다면, 따로 시간을 내 전산망에 있는 기록물을 뒤져라. 최소 일 년, 길게 삼 년 전까지 우리 부서에서 작성했거나 우리 부서가 수신한 문서를 모두 읽어보고 익혀라. 그런 과정에서 업무가 눈에 들어오고, 용어가 익숙해지고, 지금 하는 일이 어떤 과정을 거쳐 현재에 이르게 되었는지 맥락을 알게 된다. 업무의 배경지식이 늘어난다. 상급자의 말이 이해가 된다. 어떻게 해야 할지 감도 잡힌다. 이쯤 되면 좀 하는 녀석으로 분류된다.


 하나 더하자면, 조직의 최상위 부서에서 작성한 문서를 보고 필사 수준으로 익혀라. 군을 예로 들자면 각 군 본부에서 작성한 문서는 그냥저냥 나오는 게 아니다. 고심을 거듭해 한 글자 한 글자 빚어낸 산물이다. 관련 업무에 수십 년을 종사한 베테랑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심혈을 기울여 작성하고, 해당 업무에 가장 정통한 장성급 장교가 승인하여 배포되는 문서다. 시험 치기 전 모범 답안지를 들여다볼 기회를 갖는 것과 같다. 안 보면 바보다.


 중위 때 함장님이 상급부대 문서를 잘 보라고 말씀해 주셨다. 몇 개 읽어보니 정말 이해도 잘되고, 명료했다. 용어도 그렇게 적절할 수가 없었다. 어떻게 이렇게 썼나 싶었다. 주말 당직 근무하면서 몇 개는 베껴 적어보았다. 그때는 필사가 뭔지도 몰랐다. 그냥 그런 문서를 작성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안 보고 적어보고, 틀리면 다른 종이에 다시 적어보곤 했다. 어느 날 보고서를 만들어 선배에게 검토 맡는데 선배가 누가 도와줬냐고 물어본다. 혼자 했다 하니 어떻게 이런 용어를 사용할 수 있었느냐 묻는다. 어깨가 으쓱해진다.


4. 물어보는 걸 두려워하지 마라.


 처음인데 모르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물어보고 익혀라. 모르는 게 죄는 아니다. 다만, 물어보기 전에 일단 찾아보고 알아내려고 노력한 결과를 제시해라. 조금만 노력해도 알 수 있는 것들을 묻기만 하고, 알려줘도 또 까먹는 신입이 제일 답답한 법이다. 배경지식이 없으면 알려줘도 이해가 안 된다. 자신이 어디서 막혔는지 어디가 가려운지 선별된 질문을 하고, 설명해 주면 잘 알아듣는 신입이 어찌 기특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지금 물어보지 않으면 나중엔 아직 이것도 모른다는 것이 부끄러워 묻지 못하는 시기가 온다. 그전에 열심히 물어보라.


 물어볼 땐 잘 아는 사람에게 물어봐라. 초등학생 열 명이 머리를 싸맨 들, 수능 문제 못 푼다. 자꾸 묻다 보면 고수가 누구인지도 알 수 있다. 어떻게 설명해 주는 게 이해하기 쉬운지 노하우도 배우게 된다. 고수를 선별해 고수를 닮고자 하라. 빠르게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5. 동료들을 활용하라.


 혼자 고민하지 마라. 깨우침을 얻기 힘들다. 쉬운 길도 굽이굽이 돌아가고, 잘못 갔던 길을 또 가게 된다. 고민되는 문제가 있다면 먼저, 과거 기록물을 찾아봐라. 내가 고민한 것들을 이전에 누군가가 고민했을 수 있다. 현상은 비슷하고 문제는 반복되는 법이다. 누군가가 엄청난 고민을 한 심오한 결과물이 내 눈앞에 떡하니 나타날 수도 있다.


 과거 기록에도 없으면 편한 동료들에게 물어봐라. 나와 비슷한 위치에 있는 동료들은 비슷한 고민이 있을 수 있고, 이미 해결책을 마련했을 수도 있다. 소대장을 할 때 다른 소대장에게 물어보면 도움을 얻을 수도 있고, 서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 의외로 내가 도움을 줄 수도 있다. 생각지 못한 재능기부는 또한 보람차다. 더 어려운 동료들을 보고 내 어려움이 보잘것없음을 깨달을 수도 있다. 나는 여드름으로 고민인데 옆을 보니 친구는 피부암에 걸렸다. 내 여드름이 이뻐 보인다.


 그럼에도 해결이 어렵다면 이전에 선별해놓은 고수에게 물어봐라. 대부분 해결될 것이다. 그것도 한방에, 명확하게, 핵심을 찔러서. 고수의 도움은 계속 받기 어려우니, 아껴두고 중요한 순간에 활용하는 것이 좋다.




 쓰다 보니 ‘노오력’하라는 말과 크게 차이 나지 않는 듯하다. 하지만 신입이 노력 없이 빨리 적응하고 인정받는 방법이 있겠는가? 처음이 중요하다. 아주 중요하다. 처음 시작할 때 잘 준비해 남들보다 일찍 대로로 나오길 바란다.


 차선이 넓어 불안하지 않고, 멀리 보여 차분할 수 있으며, 주변 경치도 보고 여유를 즐길 수 있다. 초전박살을 통해 그런 짜릿한 순간을 맞이하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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