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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코치 Jan 26. 2021

층간소음 전쟁과 의외의 결말

 동료 Y의 이야기다. 그는 아이들이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는 시점에 고향에 위치한 부대로 전입오게 되었다. 이곳에 터를 잡아야겠다는 생각에 관사에 입주하지 않고 그동안 모은 돈과 대출을 활용해 아파트를 장만했다. 부푼 마음으로 입주한 아파트에서 행복한 생활을 이어가던 어느 날, 불길한 인터폰을 울렸다.      


 ‘관리실인데요, 층간소음이 심하다는 민원이 있어 연락드렸습니다’

그런가요? 저희 집 애들은 뛰지 않는 나인데, 어떤 소리 때문에 그런 거죠?     


‘아 그게,, 아랫집이 아니라 윗집에서 연락이 와서요’

윗집에서요? 윗집은 탑층이었다.      


 그날을 시작으로 윗집에서는 끊임없이 아랫집 소음을 문제 삼아 관리실을 두드렸고, 그렇게 갈등이 점차 심화되자 Y가족은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었다. 음악을 틀고 소리를 지른다거나, TV소리가 큰 것도 아닌데 윗집에서 소음으로 못살겠다는 연락이 이어지니 영문을 알 수 없어 답답할 따름이었다.


 며칠 후, 퇴근해 집에 들어서는데 윗집에서 발을 쿵쿵 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는 집안 이곳저곳으로 옮겨 다니며 울려왔고, 직감적으로 자연스러운 소리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윗집에서 보복 소음을 내고 있었던 것이다. Y도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관리실에 연락해 현장에 와보는 것이 좋겠다 말했다.      


 관리실에서 윗집에 먼저 들러 윗집 아들을 데리고 내려왔다. 윗집 아들은 30대 정도로 보였고, 보는 순간 일반적이지 않다는 느낌이 전해져 왔다. 어떤 소리가 불편한 건지 확인해달라는 말에 현관 중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가 시끄러워 견딜 수 없고, 자신을 괴롭히기 위해 일부러 내는 소리라는 것을 안다고 한다. Y의 출퇴근, 아이들 등하교 시간도 자신이 다 외울지경이라며.

      

 연세가 있는 윗집 주인분들은 그런 아들을 통제할 수 없어 보였다. 윗집이 탑층으로 이사 온 이유가 어렴풋이 이해된다. 관리소 직원은 상황을 지켜보다 별 말 없이 사라졌다. Y는 일부러 내는 소음은 아니며, 중문은 아파트 기본 옵션으로 모든 세대가 동일하다고 알려주고 윗집 아들을 돌려보냈다.      


 원인은 찾았다. 일반적이지 않은 윗집 아들이 문제인데, 마땅한 해결할 방법이 없어 보인다.  중문을 철거하면 해결될까? 그러면 또 다른 소음을 문제 삼을 듯하다. 그날 이후로도 윗집 아들은 수시로 쿵쿵 발을 굴리며 자신의 불편한 마음을 아랫집으로 전달해주고 있었다.

      

 Y 가족들은 집에 있는 것이 큰 스트레스가 되었다. 아내와 상의한 결과, 이사 가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에 달했고, 마침 주변에 지어진 신축 아파트가 입주 시기를 맞아 가격이 조금 내려가 있었다. Y는 결단을 내렸고, 계약을 했다.

      

그리고 반전이 일어났다.      


윗집이 갑자기 조용해졌을까?      


그것보단 더 극적이다.      


윗집이 이사를 가버렸을까?     


그것보단 더 큰 보람이다.      



때마침 지방 집값이 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기가 막힌 타이밍으로.      


 Y가 신축 아파트를 계약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지방 집값이 급격하게 올라 입주시점에는 연봉을 훌쩍 뛰어넘는 자본소득을 얻을 수 있었고, 살던 집은 내놓으려고 시세를 알아보니 그새 몇천만 원 올라 매도차익까지 남기는 기쁨도 맛보았다.

       

 전화위복도 이 정도면 위기가 기다려질 것 같다. 갈등과 위기가 찾아왔을 때 나쁜 마음을 먹지 않은  Y에게 행운이 깃든 것이리라.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윗집 아들이 귀인이었나 싶다.       


 그렇게 층간소음 스트레스는 든든한 자본차익을 남겨준 에피소드로 남게 되었다.      




 사람 일, 참 알 수 없다. 위기가 오면 또 어떤 좋은 일이 생기려고 이러는지 은근히 기대해보자. 그 편이 고뇌에 빠져 끙끙 앓고만 있는 것보단 여러모로 이득일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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