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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코치 Jan 29. 2021

사기를 당하고, 자산이 증가했다.


 동료 C의 이야기다. 그는 자기 직무에 능통한 베테랑이다. 실력과 인품을 겸비해 주변으로부터 신뢰와 존경을 받는 호인이다. 그를 아는 사람 중에 그를 싫어하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그런 그가 위기를 맞았다. C의 지인(이하 지인)은 치밀하게 접근했다. 오래전 인연을 맺은 동료였는데, 예전의 좋았던 관계를 활용해 C에게 접근했다. 지인은 사업에 성공했고, 자리가 안정되자 고마웠던 옛 인연들에게 보답하고자 연락을 드리는 중이라고 했다.     


 이른 은퇴로 노후가 불안정한 군인의 취약점을 파고들어, 은퇴 전 자신의 회사에 자리를 준비해주겠다며 투자를 권유했다. 지인은 직접 운영하는 매장을 보여주며, 투자하면 지방에 지점을 내주고 자신이 초기 운영을 맡아 자리를 잡아 놓을 테니, 때가 되면 C가 직접 운영할 것을 권했다.


 C는 실제로 지인이 운영하는 매장을 가봤기에 믿음이 갔다. 가족끼리 식사도 하고, 서로의 집도 왕래하며 장밋빛 미래를 계획했다.    

  

 C는 그렇게 지점 계약을 준비하던 중, 새로운 부탁을 받았다. 지인은 자신이 여러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다주택자인데, 최근 정부 규제로 세금 부담이 크니 C에게 수도권 대형 아파트의 명의를 잠시 맡아줄 것을 부탁했다. C가 불법은 저지를 수 없다고 하자, 차선책으로 아파트 매수를 권했다. 당시 그 아파트는 분양했던 가격보다도 낮게 거래되고 있었고, C는 부탁을 계속 거절하기가 어려워 시세대로 아파트를 매수했다.


 지인은 시장이 침체되어 정상적으로 거래되지 않던 대형 아파트를 시세대로 처분해 보유세 부담을 줄일 수 있었고, C는 지인의 곤란한 사정에 도움을 주면서 은퇴 후 실거주해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에 매수를 결정한 것이다.      


 이후 약속된 지점 개설은 점차 늦춰졌고, 이런저런 이유로 건네지는 투자금은 차츰 늘어갔다. C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고, 지인에게 수익은 기대하지 않으니 투자 원금을 돌려달라 부탁했다. 그리고 지인은 곧 본색을 드러냈다. C를 상대로 민원을 넣은 것이다. 불법으로 명의신탁을 했으며, 부정한 금품을 요구했다는 등의 허황된 이야기를 썼다.      


 사실이 아니었지만, 의혹이 제기된 이상 확인 과정이 이어졌다. 그리고 C는 극도의 스트레스와 불면증에 시달렸고, 자살충동까지 느꼈다. 주변 사람들이 바보라고 손가락질하는 것 같고, 순진하게 속은 자신이 한심해 견딜 수가 없었다.      


 C는 대응을 준비 중이다. 지인의 잘못을 하나하나 짚어 사과를 받고, 앞으로 그러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으려 한다.      


 여기서 의외의 반전이 일어난다. 보통 이런 사기꾼에게 엮이면 속된 말로 탈탈 털리는 경우가 많다. 있는 것 없는 것에 빌린 것까지 뺏기고, 재기가 어려운 지경에 이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지인이 매수자를 찾지 못해 C에게 넘겼던 수도권 대형 아파트가 부동산 상승장을 맞아 급격히 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매수한 지 2년 가까이 되는 지금 시점에서 보면, 이제 지인에게 건넨 투자금 손실을 만회하도고 조금 남을 정도가 되었다.      


 지인이 민원을 넣고 C를 괴롭히는 이유도, 결국 목적은 C에게 넘긴 아파트를 돌려받으려고 하는 것으로 추청 된다. 아파트 가격이 급격하게 오르자, C에게 매도한 것이 아니라 명의신탁했던 것이라고 우기면서.     

      

 주변에선 조금 더 보유하고 있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하지만, C는 아파트를 처분하려 한다. 사기꾼과 얽혀 있어 유쾌하지 않고, 손해보지 않는 선에서 하루하도 빨리 일을 마무리하고 싶기 때문이다.      


 사실 아파트 가격이 상승한 것과, C가 지인에게 건넨 투자금은 엄연히 별개의 사안이다. 하지만 상황을 빨리 정리하고 싶은 C는 피해 입은 투자금만큼 아파트 가격이 상승했으니, 상쇄해서 손해보지 않는 것으로 생각해 일을 마무리 짓고자 하는 것이다.      


 결국 손해는 없다. 사기꾼에게 당했는데, 남는 장사가 되었다. 착하게 살아야 하는 것일까. 규제지역 지정전 취득으로 1세대 1주택 비과세는 덤이다.      


 극적인 전화위복이다. 길가다 날벼락을 맞았는데 초능력이 생긴 격이다.      

 사람을 쉽게 믿으면 안 된다. 자산이 투입되는 경우는 더 그렇다. 이번 경우는 우연히 부동산 상승장을 맞아 운 좋게 자산 손실을 모면한 것이지, 대부분 큰 손실을 보게 된다. 회복 불가능한 수렁에 빠질 수도 있다.     


 공들여 세운 탑이 한순간에 무너지지 않도록 항상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아무튼, 사람 일 참 알 수 없다. 착하고 성실하게 살아온 C에게 천운이 따른 것이리라. 착하게 살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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