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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아 Nov 26. 2016

함부로 조언하지 말기

그는 사실, 당신의 조언이 필요하지 않다.

강사 양성과정과 서비스 이론에 대한 수업을 진행한 지 3년 반.. 강사가 되고자 하는 분들을 자주 만나면서 그들의 고민을 들어주는 일을 하게 되었는데 언젠가 한 번은 '조언'에 관한 글을 써보고 싶었다.


누군가 상담을 요청하면

'내가 누군가에게 이런 영향력을 줄 수 있다니!!' 에 참 많은 나르시즘을 느꼈다. '나는 너에게 꼭 필요한 존재야' 를 시작으로 터지는 열정체를 주체하지 못했다. 한번 상담을 시작하면 4~5시간을 잡아먹기 일쑤였고 이야기를 들어주고 조언하는 것들에 파워를 느꼈다.


출처 : 구글이미지

그런데 어느 날, 내가 아는 모 교수님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서비스업으로 취업하고 싶은 친구들이 있는데 잠깐 보낼 테니 상담 좀 해줄 수 있겠니?' 평소에 좋아하는 교수님의 부탁이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근처 커피숍에서 시간 약속을 하고 학생들을 기다렸다. 잠시 후, 한 학생이 왔다. 간단히 인사를 하고 오게 된 이유를 물었다.


' 저희가 지금 oo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데 달성해야 하는 미션 중 하나가 각자가 취업하고 싶은 분야에서 이미 활동하고 있는 멘토님을 만나 인터뷰를 해야 하는 일이거든요 '

' 오... 그래요? 궁금한 거 자유롭게 물어봐요.'


으쓱해졌다. 내가 멘토라니. 훗. 다 물어봐 뭐든 대답해줄게! 마음속에 오만함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었다.


학생은 다이어리를 펼쳤다. 몇 가지 질문 리스트가 보였고 1번부터 질문하기 시작했다.

" 강사님이 삶을 살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핵심가치는 무엇인가요? "

" 으... 응? 핵심가치...? "

" 네. 가치요! "

".................... "

출처 : 구글이미지

10초간 정적이 흘렀다. 대답하지 못했다. 빼곡히 적어온 질문 리스트에 사태 파악. 자신감 있고 확신에 찬 느낌으로 대답해줘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아무 말이나 주절거리기 시작했다. 그 친구에게는 참 미안하지만 참 어설프게 상담을 마무리했다. 집에 오는 길에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 싶을 정도로 나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다. 나는 삶에 중요한 가치도 없이 남들 앞에서 강의하며  살았나.. 생각의 꼬리를 물다 결국 자책이란 놈까지 만나버렸다. 심지어는 '코칭'이라는 주제넘은 단어까지 남발하며 그렇게 오만하게 '조언'이라는 걸 했다. 그때부터 '나의 가치는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나는 어느 순간 질문의 무서운 힘에 대해 느끼기 시작했다. ' 질문을 하면 생각을 하게 되고, 질문을 하면 고민에 빠지고, 질문을 하면 나도 몰랐던 의외의 답이 나오기도 한다. '라는 어디서 본 내용이 떠올랐다.

출처 : 구글이미지

그다음부터 상담을 할 때에는 ' 미리 질문 리스트를 보내주실래요? '라고 요청하게 되었다. 그리고는 그 질문에 대해 나름의 생각을 정리하여 키워드를 적어갔다. 상담시간은 짧아졌는데 우리가 나누는 이야기들은 더 알차게 채워져 갔다.

그동안 나의 상담은 '수다'에 지나지 않았다. 의미 없는 수다도 때론 필요하지만 문제는 너무 많은 사람들과 그 긴 수다 속에서 내 시간을 너무 많이 뺏겼다는 생각으로 억울함과 지침을 느끼기도 했었다는 것이었다.


그때부터 나는 시간도 잘 관리하면서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잘 대화하는 방법들을 하나하나 터득하기 시작했다. 우리의 관계를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너와 내가 대화를 잘 하기 위한 나만의 방식을 써보려 한다. 물론 이 방식이 누구에게나 다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잘 활용하시리라 믿으며..

출처 : 구글이미지
    대화시간을 너무 길게 잡지 말자.

시간이 너무 늘어질 경우 의미 없는 수다가 되어 버린다. 이야기의 핵심을 놓친다. 꼭, 이야기를 길게 한다고 해서 상담이 더 잘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말을 하다 보면 이야기가 산으로 가거나 강을 건너는 경우도 있으니 시간과 완급의 조절을 조심스레 해볼 것. 시간을 미리 정해두면 상대도 정해진 시간을 알차게 보내려는 노력을 하게 될 것이다.


(열린) 질문을 할 것.

출처 : 구글 이미지

그리고는 열린 질문이다. ‘ 그때는 왜 그런 감정이 들었어요? ’ ‘ 이런 방식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 열린 질문을 통해 상대방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의도치 않게 관점이 바뀌고 긍정적 정서 상태로 의미 있는 답변을 하기 위한 생각을 하기 시작한다. 나는 그저 상대방이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게끔 돕는 역할만 한다.


잘 찾아보면 답이란 건 다 우리 안에 있다. 특히나 성인은 더 그렇다. 답정너라 하지 않는가? 나의 경우에도 이미 답을 내린 상황에서 확인받고 싶어 상담을 요청한 경우도 있었고. 아! 혹시 그런 분들을 만났다면 내가 해주는 이야기가 크게 와 닿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 그저 잘 들어주시는 것만으로도 오케이. 이렇게, 스스로 찾아야 하는 것들에 대해 질문하시는 분들도 있고 혹은 어떤 질문을 해야 할지조차 모르는 분들도 많기 때문에 상담자가 역으로 질문하는 방식은 꽤 유용했다.


    열어보지 않고 상대를 판단하지 말 것.

출처 : 구글 이미지


상담 중에는 상대를 함부로 판단하지 않으려 한다. 자칫 잘못하면 커뮤니케이션에 제약이 온다. 뻐꾸기 같은 대답이 자동적으로 나간다. " 그래요. 그랬군요. 충분히 알죠. 나도 같은 경험이 있어요 " 이렇게만 이야기해주어도 상대의 마음에 탑승이 가능하다. 그것이 공감이다. 상담을 많이 하는 사람들의 오류는 자주 듣는 이야기들에 대한 급한 판단과 빠른 결정이다.


이 부분은 회사생활을 하면서 직원과 고객과의 관계에서 많이 접할 수 있었다. 직원의 입장에서는 늘상 듣는 컴플레인지라 고객이 화가난다고 이야기 하는 상황에서도 바로 "보상해드릴께요" 부터 나가지 않는가? 끝까지 들어보자. 그동안 많이 들어왔던 이야기라도. 그때 그 사람이 아니다. 전혀 다른 세계의 사람이 온 것이다.


답을 내려주려 하지 말 것.

출처 :  구글이미지

그 혹은 그녀가 겪은 인생의 과정과 환경은 모두 다 다르기 때문에 같은 고민이라도 느끼는 바도 다르고 해결할 수 있는 방편도 달라진다. 편견과 선입견은 내려두고, 내가 정답을 내려 주려함을 늘 경계한다.


마음의 틀이 많은 사람은 내가 정한 기준에서 벗어난 행동들에 대해 ‘잔소리하고 싶음’이 늘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조언을 해준다는 것은 ‘내가 너보다 훨씬 더 우월해'가 바탕으로 깔려 있을 가능성 많다. 나 역시 이 오만함을 통제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한다. ‘ 내가 당신보다 나은 사람이니 조언을 해줄게요 ‘가 아닌, ‘ 우리 같이 고민해볼까요? ’ 혹은 ' 저의 경우는 이러이러했어요 ~ ’로 이야기해보는 것이 어떨까?


삶의 질은 참 좋아졌는데 먹고 살기는 더 힘든 이런 역설적인 세상에서 살아가는 우리들.. 우린 지금 다 힘들다. 안 그래도 힘든데 직접적으로 조언하는 것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스스로에 대한 무능함으로 정의 내리게 하거나 나와의 괴리감으로 더 이상 대화하고 싶지 않은 상황으로 정리될 수 있다. 그 사람은 현재 나의 우월감을 받아줄 만한 여유 있는 상황이 아닌 것이다.

출처 : 구글 이미지

누군가에게 조언을 구하고 나서 ‘정말 말하길 잘했다.’의 상황이 있는 반면, 오히려 더 자존감만 낮아지고 되려 탈탈 털린 것 같은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 참 아이러니하지. 내가 조언을 요청했는데 기분이 상해서 끝나다니. 이런 힘들었던 경험이 조언을 구하는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늘 그렇듯 경험이 스승이다. 조언을 할 때에는 무슨 말을 해주느냐 보다, 어떻게 말해주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느낀 뒤로부터는 크게 답을 내려주려 애쓰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내가 좋아하는 명언 투척하고 훠이훠이..

" 친절하라. 당신이 만나는 사람의 대다수는 지금 힘겨운 싸움을 하는 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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