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sten To Your Heart (1989)
스웨덴을 대표하는 가수라고 하면 ABBA가 가장 먼저 연상된다. 이들 못지않게 유명한 밴드가 있으니 바로 록셋이다.
공식적으로 75백만장의 음반판매기록을 보유하고 있고 ABBA보컬을 담당한 마리 프레드릭슨(Marie Fredriksson. 1958~2019), 보컬과 기타를 담당한 페르 게셀(Per Gessle. 1959~)이 1986년에 결성한 남녀 혼성 듀오밴드이다. ABBA는 1977년에 Dancing Queen으로 빌보드 1위를 단 한차레 차지하지만 이들은 4번이나 1위를 해 실력을 입증한다.
이들의 첫 싱글인 The Look은 빌보드 1위를 차지하였으며 두번째 싱글인 Listen To Your Heart 역시 빌보드 1위를 차지한다. 이듬해인 1990년에 발표한 It Must Have Been Love도 빌보드 1위, 1991년 Joyride를 마지막 빌보드 1위로 끝을 맺는다.
이들의 대표곡중 하나가 Listen To Your Heart이고 Pop Rock스타일의 이 곡은 노래도 부드럽고, 거부감이 드는 음색도 아니었다. 무엇보다 마리 프레드릭슨의 목소리가 좋다는 점이 이 곡의 매력이다.
은은하고 부드러운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렬함이 녹아있는 부분들이 듣는이의 심금을 울리게 한다. 또한 마리 프레드릭슨의 목소리가 개성적인데, 부드러우면서도 허스키함도 녹아있는 올리비아 뉴튼 존과 킴 칸스의 목소리가 녹아있는 점 또한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 프레드릭슨과 게셀은 이미 스웨덴에서 유명한 아티스트들인데다가 영어 실력도 뛰어나서 영어로 제작된 노래를 많이 만들었는데 스웨덴의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마리 프레드릭슨은 어릴어부터 자매들과 이웃 아이들과 같이 노래를 부르거나 악기 연주를 하는 등 음악과 친숙하게 지냈고 목소리도 좋아서 마치 전성기 시절의 올리비아 뉴튼 존을 연상케 하는 목소리가 강점이었다.
그래서 이미 17살때부터 동네 극장에서 공연을 할 정도의 실력을 쌓고 이후 페르 게셀과 친한 친구가 되면서 접촉을 하게 된다. 그래서 록셋을 결성하고 전세계적인 대히트를 치게 된다. 이들의 미국성공은 좀 특이한데 스웨덴으로 교환학생을 갔던 미국학생이 미국으로 돌아오면서 가져온 테이프를 통해서였다. 들어보니 상당히 좋았고 자연히 록셋의 팬들이 많아졌던 것이다.
초기 페르 게셀과 친한 친구가 되면서 같이 밴드를 구성해 일하는 것에 대해 수년간 논의를 했었다. 이에 대해 처음에는 다들 회의적이었는데 마리 프레드릭슨은 서서히 스웨덴에서 인기를 얻어가고 있는 중이었지만 게셀은 정 반대의 위치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페르 게셀은 Gyllene Tider라는 스웨덴 락밴드인 초창기 멤버였고 1976년부터 활동은 했지만 이들이 그다지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하면서 1984년에 해체되고 만다.
그 이후 솔로커리어를 걷기도 하지만 친했던 마리 프레드릭슨과 같이 활동을 하기 위해 논의를 했고, 그러다 게셀이 영어로 된 노래를 만들어보자고 제의를 했고 그래서 1986년에 둘이 힘을 합쳐 듀오로 구성을 하게 된다.
재미있는 사실은 ABBA가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음에도 1980년대까지도 스웨덴 아티스트가 영어로 노래를 부른다는 것은 매우 희귀한 일이었다. 1979년에 결성된 스웨덴 헤비메탈 밴드인 유럽조차도 초창기 기획사의 요구사항이 영어가 아니라 스웨덴어 노래였다는 점에서 이를 짐작할 수 있다.
이들은 1989년부터 1991년까지 무려 4개의 곡을 빌보드 차트 1위에 랭크시킨다. 바로 The Look (1989.04.08), Listen To Your Heart (1989.11.04), It Must Have Been Love (1990.06.16, 1990.06.23), Joyride (1991.05.11)이다. 이 4곡 모두 좋은데 특히 필자는 Listen To Your Heart (1989)이 가장 좋다.
부드럽고 록시트의 감성을 잘 살린 곡 같아서이다.
시간은 연속성을 흐르기 때문에 1989년이나 1990년이나 1991년이나 음악도 그 기조가 급격하게 바뀌지 않고 서서히 바뀌어야 옳다. 그러나 달력상의 날짜만 바뀌었음에도 1990년을 기점으로 많은 것들이 바뀌게 되는데 음악의 흐름도-정확히 그게 무엇인지는 모르지만-갑작스럽게 바뀌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 와중에도 많은 뮤지션들이 1위 차트에 이름을 올리고는 하는데 그 연속선상에 록시트가 3년 연속으로 성공적으로 안착되고 있다는 점만으로도 록시트의 실력을 알 수 있게 한다.
Listen To Your Heart의 뮤직비디오를 보면 중세의 성 같은데서 콘서트를 여는 장면이 나온다. 보그홀름성이라는 발틱해의 섬에 위치한 성에서 촬영을 했고 페르 게슬이 전에 같이 일했던 Gyllene Tider의 멤버들이 등장해 연주를 도와준다.
2000년대 들어 마리 프레드릭슨이 암 투병을 하며 많이 쇠약해졌지만 그래도 꾸준히 콘서트를 열고는 했었다. 실제로도 치료 끝에 많이 좋아졌다는 외신보도가 들려왔을 무렵. 암이 악화되어 사망하였다는 점은 팬들의 가슴을 매우 아프게 한다.
비(非) 앵글로색슨 계열 뮤지션들에게 결코 관대하지 않는 미국에서 어찌보면 ABBA보다도 더 높은 인지도와 가능성을 보여준 록시트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개인적으로는 BTS의 성공조차도 영미권 바깥의 뛰어난 아티스트들에 의해 미국시장의 문을 두드린 결과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본다. 철저한 영어-영미계의 벽에 금을 낸건 비영어-비영미계 아티스트들의 힘이 컸다)
다시는 마리 프레드릭슨의 노래를 듣지 못할 것이라는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