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건 나였는데......

회초리 얼른 들어주세요

by 박점복
아이스끽여(께끼여)!


아이스께끼 통 둘러맨 채 " 외쳐대는 저 형아들은 얼마나 좋을까....... 원하기만 하면 아무 때나 어디서든 내가 그렇게도 먹고 싶어 하는 아이스께끼를 먹고 싶은 만큼 먹을 수 있을 테니.


희한한(?) 부러움에 한껏 들떠서는 달콤한 그 유혹에 그만 홀라당 넘어가 몰래 아이스께끼 장사를 시작한 아들 붙잡어다가 종아리에 회초리로 얼마나 야단을 치시던지. 어린 그 나이, 초등(국민) 학교 5학년 시절 영리하게 손익 계산해 봤을 리 만무인 채 말이지요.


동네 친구들과 공놀이하다 그만 주인 할머니 집 유리창을 깨뜨린 범인(?)이 큰 아들놈인 걸 밝혀냈을 때 또한 인정사정없이 혼내시던 엄마의 매운 손 그립습니다. 번듯한 제집에서 행여 깨뜨린들 서러운 잔소리 들을 일 없었을 테고. 한데 엄마가 정작 엄하게 훈육하신 건 내가 아니라 바로 당신의 부족함(?)이었답니다.


미워서 자식 놈에게 그리도 야속하게 매를 드신 거라고요? 천부당만부당입니다. 아이스께끼 하나 마음껏 못 사주는 에미의 속내가 아파 더 그러신 걸 알아 차린 게 너무 늦어버렸으니 어쩌면 좋단 말인가요? 번듯한 내 집에서 눈치 보지 않고 살았다면 행여 유리창문 좀 깨뜨린들 무에 그리 대수였을까요?


얼마나 그놈의 아이스께끼 먹고 싶었으면...... 쪼그만 동네 구멍 만 한 가게에서 떡하니 용돈 내밀며 맛있는 번데기 과자 사 먹는 친구 녀석을 얄밉기도 했을 테지만 부럽기 그지없는 눈으로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는 아들 녀석을 지켜보았을 우리 엄마 마음은 도대체 몇 갈래로 찢어지셨을까요


그렇게 못 키운 자식이기에 오히려 아픈 그 마음을, 풀어낼 곳 없는 꽉 막힌 그 속내를 그나마 뚫어낼 하나뿐인 돌출구 아니었을지요, 어머니! 얼마나 아프셨나요? 아들 녀석 종아리에 붉게 선명했던 회초리 흔적이 말입니다.




오늘따라 어머니가 아닌 '엄마'라 부르며 어리광을 맘껏 부리고 싶습니다. 매서운 엄마의 회초리가 힘없이 누워계신 초췌한 모습과 분리가 어렵게 딱 붙어서는 떨어지려 하지 않네요. 아픈 현실에 가슴이 메어지고 먹먹해집니다.


어머니! 건강하게 여생을 보내도록 지켜 드리지 못한 큰아들 놈 왔는데도 회초리를 아니 드시네요. 아니 회초리 하나를 드실 힘이 없으시다니요. 유난히도 엄마의 아프도록 매서웠던 회초리가 그립습니다.


"엄마! 유리창 깨뜨리고도 얄팍한 어린 소견에 속일 있을 알고 잔꾀를 부렸어요. 엄마의 아픈 속내도 모른 채요. 어서 회초리를 들어주세요. "엄마의 회초리를 맞고 싶어요. 아픈 자리 박차고 일어나셔서 회초리 들어주세요"


"어머니! 큰아들 내외 왔다가요" 말없이 서글픈 눈물만 뚝뚝 흘리시니 발길이 떨어지질 않아요. 매섭게 아팠던 엄마의 회초리, 그 아픈 추억이 가물가물 사라져 가려는 게 오히려 가슴 먹먹한 밤입니다. 종아리 걷어든 채 회초리 준비해 두었습니다, 어머니!


지금은 세상 짐 다 내려놓으시고 고통과 슬픔 없는 그곳, 하늘나라에서 편히 계실 어머니 그리워하며 추모공원 유골함을 말없이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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