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중

훨훨 날기

by 박점복

그 문을 힘 있게 열어젖힌다

훌훌 털어놓을 삶의 무게 때문이리라.

한껏 가뿐해진 가방, 습관처럼 왼손에 차고

‘또 지각이야?’

핀잔 주는 이 없는 그곳을 향해

느림의 여유 맘껏 누리며 터덜터덜.

벌써 세 대째 마을버스를 그냥 보낸다

막 바뀌려는 녹색 신호에 버둥대지 않을 자신도 확인했다.

지르밟으라던 보도블록 그 틈새엔

여러 해 간택을 기다렸다는 이름 모를 풀들이 삐죽거리고.

이리 쪼루로 저리 쪼루로

꼬리 치는 강아지가 기특하단다.

한편에선 지친 어깨에 또 다른 세상 짊어지고

깜깜한 터널 속으로 줄지어 들어서는

젊은 삶들이 조잘거리고

군데군데 빼앗기지 않은 언덕

어느덧 가꾸어진 텃밭에 고추가 모종 되고

자연의 냄새까지 부끄럼 없이 드러난다.

기계로 10분의 거리를

와닿는 바람 살살 밀어내며

1시간으로 늘려 세상을 만나니

퇴근길에 터벅터벅 소리가 맛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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