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만 졸졸 쫓아가면서 희한한 궤변을 늘어놓는다. 한 번도 맨 앞에 서서 이 쪽으로 아니 저 쪽이 훨씬 낫겠다며 분명하게 결정한 후, 따르는 무리들이 우왕좌왕하지 않도록 이끈 적이 없으니 어쩌겠는가?
MBTI 성격검사 결과 지도자 유형과는 거리가 멀었다나 어쨌다나 하면서 자신의 결단력 없음을, 결정력 장애를 교묘하게 합리화하고 있는 해명이 너무 웃긴다. 그러기에 반장은 늘 남의 몫, 그 밑에서 보좌했던 부(副) 자 붙은 것 정도 경험해 본 게 전부였었던 것 같다.
장수(將帥)의 역할보다는 돕는 책사(策士)로 늘 그의 휘하에만 있다 보니 굳어져 버린 두 번째 의식, 맨 앞에서 새롭게 개척해 보겠노라는 시도조차 애초부터 포기한 건 아니었는지. 책사든 부반장이든 그 자리에서도 얼마든지 나만의 독특함을 드러낼 수 있었고 말고였는 데 말이다.
수 십억 지구 상 인구 모두가 한 줄 종(縱)으로 늘어서 순서를 정한다면야 선두는 한 명뿐임은 자명하다. 하지만 그 줄의 방향을 옆으로 돌려 횡(橫) 대를 만들면 모두가 목표를 향해 가는 주인공이자 개척자가 된다.
남이 밟고 지나간 자국에 그대로 자신의 발을 갖다 대서는 그 걸음이 끝날 때까지는 영원한 2등, 준우승으로 경기를 마칠 수밖에 없다. 굳어버린 틀에 작은 변화지만 시도하면서 자신의 발 크기에 맞게 조절해 갈라치면 새로운 방식을 최초로 시도한 인솔자가 되는 것이다.
화려한 꼬리 깃털 뽐내는 공작(孔雀)이 되겠노라며 까마귀가 여기저기서 주워 온 형형색색 깃털로 꾸민다고 그 까만 속이 가려져 화려한 공작을 제치고 1등이 될 리 만무하잖은가.
따라 하기로는 아무리 그럴싸하게 설사 싱크로율이 100%에 가까울지라도 그의 노래, 그의 글씨, 그의 삶의 아류일 뿐이기에 자신의 것으로 바꿔 내야 앞선 자의 몫을 담당할 수 있다. 그가 써 내려간 기막힌 글은 그의 삶을 투사했기에 감동을 선사하는 것이지 남의 삶을 따라 삐뚤빼뚤 거려서는 고랑에 빠질 수밖에.
단지 정한 틀에 맞추기가 쉽지 않을 뿐, 내 글이, 연주가, 내 노래가, 글이 맨 앞이 아니라는 걸 의미하진 않을 테니 써 내려갈 테다. 부를 테다. 나만의 연주를 꾸준히 선보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