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금야금 고치에서 곶감 빼먹듯 할부금 청구는 결석 한 번 하질 않는다. 손꼽아 기다리긴커녕 넌더리 치며 그만 좀 왔으면, 빨리 끝났으면 해도 뜻대로는 되질 않는다. 없는 집 제사 돌아오듯 인정사정 봐주지 않고 꾸역꾸역 밀고 들어오는 것도 비슷하고.
그래도 현역 시절, 매달 15일은 떠미는 이 없었지만 마음은 이미 그날에 바짝 다가가 목 길게 뺀 채 기다렸던 세월을 산 게 불과 몇 년 전이었잖은가. 이력이 날만 했을 즈음 꽤나 덤덤하게 맞기도 했었던가?
월급 대신 연금이, 15일 에서 25일로 옮겼다며 유일한 낙으로 날 찾을 즈음이면 숨길 수 없는 반가움에 문간까지 버선발로 뛰어 나가 안부를 묻고 있다.
호들갑 없이 덤덤하게 받아들일 날 곧 닥칠 테다. 감격과 감흥마저 사라질 즈음이면, '이제나 올까? 저제나 올까?' 명절 손주 기다리며 동네 어귀까지 나와 서성이시던 할머니의 애절함처럼 손꼽을 게 남아 있긴 할 건지.
'이번 생일 선물은 뭘까...... ' 기대에 부푼 순수가 그래도 남아 있다, 아직은. 콩닥콩닥 설레며 인생 반쪽을 기다리던 젊음도 훌쩍 떠나 손꼽아 기다릴 목록에서 빠진 지 한참 되었고.
세뱃돈 고대하던 어린 시절 그때로 행여 되돌릴 수는 있을지...... 꿈이라도 맘껏 눈치 살피지 않고 꿀 수 있을 날을 하염없이 그리고 은근히 기다리고 있다. 더 이상 오지 않는다 해도.
손꼽아 기다릴 날이, 간절히 만나길 바라마지 않는 것들이 얼마나 남았는가? 더는 저절로 찾아 오진 않는단다. 비슷한 세월을 살아 낸 이들과 위로하며 나누는 게 최상의 방법 이리라. 그들 또한 정성껏 준비한 것으로 되돌려 줄 터. 과부 마음 홀아비만큼 알아줄 사람 없다잖은가.
그런 친구들을 만나고 싶어 기다리며 손을 꼽는다. 깊은 속내를 거리낌 없이 주고받을 형을, 아우를 빨리 만나고 싶다. 창가에 턱 괜 채 기다리고 있을 저들과 어우러질 시간을 말이다.
'난 그러지 않을 거야!' 건방을 떨던 시절, 우리 미래를 앞서 사셨던 이들의 소중한 경륜을 몰라도 그렇게 모를 수가. 겸허히 받아 늦게나마 깨우친 어리석음을 털어놓을 벗들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아직은 띠 띠고 기운 차려 돌아다닐 수 있는 낮이니, 깜깜한 밤이 사정 봐주지 않고 닥치기 전, 헤치며 어깨 걸고 나설 그때와 그곳을 그리고 그대를 손꼽아 기다려 볼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