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
비 예보가 있었다. 오후 3~4시 사이 쏟아부을 거란다. 아직은 바람까지 살랑살랑 불어대는 게 며칠째 이어오던 후텁지근 짜증까지 날려 주는 맑고 뽀송뽀송한 날씨인데.
워낙 손에 뭘 줄래 줄래 들고 다니는 걸 마뜩잖아하는 데다 어째 예보를 믿고 싶지 않은 이상한 반항심(?)까지 발동해서는 챙겨 가라는 아내 말씀(?)에 구시렁구시렁이다.
그렇게 손에 들린 우산이 온전하길 정말 간절히 바라마지 않는다. 더군다나 우산도 보통 것이 아니라며. 딸아이 다니는 회사 로고가 찍힌, 기념의 의미를 담고 있다나 어쨌다나. 돈 들여 구입한 것과는 사뭇 다르니 특별히 더 신경을 쓰라며 꼭 붙어 있게 하랜다.
"걱정하지 마! 한두 살 먹은 애도 아니고....."
그럼에도 마음 한 구석 켕기는 게 없진 않다. 아직은 얌전히 내 옆을 잘 쫓아다닌다. 문제는 우산이 아니라 나(我)이기 때문에 걱정이다.
버스로 이동 중인 지금도 비는 감감무소식. 우산이 연신 눈치를 보는 듯한데 안심을 시킨다.
'걱정 붙들어 매!' 입방정? 아니면 정확한 일기 예보?
버스에서 내리니 후드득 다시 쏟아진다, 비가. 다행일까? 비 오는 게 우산 잃어버릴 일 없으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해 역시 만만찮게 점점 불어나고 있으니 멈춰 주길. 까짓 놈의 우산 좀 잃어버리는 게 뭐 그리 대수라고. 졸지에 입은 엄청난 슬픔과 나란히 하기엔.
듣을세라 얼른 입에 손을 가져다 댄다. 녀석들을 떠나보냈던 꽤나 잦았던 이별의 상흔이 이젠 굳은살처럼 딱딱해져 무덤덤해질 만큼 돼버렸으니.
내 손에서 떨어져 황당해(?) 하며 여기저기 기웃거리지 않게 하려면 계속 비가 내리는 수밖에. 다행히 안도의 큰 숨 뱉어내며 현관문을 열어젖힌다. 여전히 뚝뚝 바닥에 떨어지는 빗방울 조심조심 털어내며.
와우! 무사히 녀석을 떨구지 않고 함께 일과를 접었네.
[2026년 4월 10일: 비 예보 때문에 우산을 들었다. 한데 언제 그랬냐며 전형적인, 따사로운 봄 날씨 자랑이다. 아직 우산은 옆에 잘 있다. 다행이다.]
[작년 여름 즈음 썼던 글, 언제 세상 밝은 빛 한 번 보게 해 줄 거냐며 성화길래 문득 옆에 들고 나온 우산 다시 한번 쳐다보고 무사한 하루 함께 보내길 바라면서 꺼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