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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길 봐도 저쪽 또한 온통 콘크리트 딱딱한 덩어리인 아파트, 탁 트인 여유 공간 '자연'은 단지 구색 맞추는 용도쯤으로 전락, 겨우 한쪽 구탱이 쪼그리고 앉아 훌쩍거린다.
다닥다닥 붙어 숨 막힐 것처럼 답답한 데도 용케 버티고는 있다. '몇 평짜리?'는 왜 또 그리 대단한 계급인 양 위세를 떠는지. 상대적 박탈감 유발하는 신비한 힘, 공공연한 비밀이 된 지 오래다.
저만큼 높은 곳 만일 누군가 내려다본다면 도대체 어떻게 보일는지...... 혹시 엄청나게 큰 닭장? 아니면 이름 대신 번호가 행세하는 이상한 곳 취급은 안 받을지. 어쨌든 문패는 없다.
그거 하나 장만해 보겠다고 뼈 빠지게 애쓴 자랑스러운 전리품이건만. 번듯하게 새겨진 그게 보이질 않는다. 대신 수백, 때론 수천 단위의 숫자 조합만 즐비하다.
104동 2904호, 1808동 907호, 난수표 번호처럼
"졸망졸망 우리 6남매와 성실한 어머니 아버지가 함께 살던 집" 소유권을 뜻하는 문패 번듯하게 달아본 적은 없다. 우리 집이 아니었으니. 청승 떨고 싶진 않은데 의도찮게 과거는 자꾸 아픈 쪽을 향해 간다.
고급 요리 제공되는, 번듯하게 차려입은 상류층들 발걸음 한다는 "○○각(閣)" 이야 떡하니 걸맞을 테지만. "문패도 번지수도 없는 주막"처럼 내가 살던 거처는 이름 석자 걸 수 없는 남의 집, 설움만 안타깝게 서려있을 뿐이다.
그렇게 추억 속 동경해 마지않던 문패, 얼핏 만난 게 도대체 얼마만이었던가? 그것도 부부 이름 나란히 박힌. 물론 그냥 얻어진 건 없다. 남자 이름만, 아버지 이름만 새기던 세월 거치고 지나. 아련한 추억 끄집어내기 충분했다.
문패 속 "박○○/신□□"와
104동 2105동 아파트가 오버랩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