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좋으시죠
손주를 떡하니 품에 안겨 준 이 기쁜 소식,
딸에겐 할머니 할아버지요, 내겐 어머니 아버지이신 당신들께 알리지 않고 그냥 넘어갈 순 없는 역사적 사건이고 말고 지요. 앞서거니 뒤서거니 태어난, 그리고 곧 3월에 태어날 새 생명에겐 증조(曾祖) 할아버지, 할머니 되시잖아요. 아직 실감 일(壹)도 안 나지만 당신 아들 부부에게도 자동 할머니 할아버지로 자리가 옮겨졌습니다.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가며 맞벌이한다는 우리 대신 보살펴 키운 손녀딸 출산 소식인데 왜 아니 기쁘시겠습니까? 세상에 안 계시다는 사실이 더 슬프고 가슴이 아립니다. 누구보다 좋아하셨을 모습 눈에 선하구요.
그때 그 사고만 아니었더라도...... 수원 연화장을 찾아왔습니다. 증손자 품에 안으시고 세상 다 얻은 듯 기뻐하실 모습은 왜 이렇게 또렷한지요.
"증손자 왕무(태명) 건강하게 태어났습니다" 왕무 엄마(어머니의 손녀)도 "할머니 보고 싶다"며 글썽 글썽였습니다. 이렇게 좋은 소식 전하는 데 왜 마음은 많이 먹먹한지.
자손들 둘러보시며 부러울 것 없다던 부자 우리 어머니, 사진 속 생전 모습 쓰다듬어 봅니다. 이렇게라도 증손자 만나게 해 드리고 싶어요. 함께 계신 아버님은 또 뭐가 그리 급해 큰 아들 결혼도 못 보시고 서두르셨는지.......
고생으로 찌든 모습과 검게 그을린 얼굴색, 바로 쳐다보는 것조차 쉽지 않습니다. 그때 눈치라도 좀 챘었더라면, 경제적 여건이라도 되었다면. 연신 후회막급입니다.
병색이 있었고 점점 나빠지는 중이었지만 가장이라는 막중한 무게에 눌려 본인의 건강 돌아볼 여유조차 없으셨으니. 원망스러운 눈물만 앞을 가립니다.
그래도 당신의 아들과 며느리에게 손자를, 어머니 아버지께는 증손자를 만나게 해 주니 다만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 소식 전하지 않는 불효, 결코 저지를 순 없지요. 쓰리고 아픈 마음 감당할 수 없을 테니까요.
"기쁘시죠? 좋으시고"
한 번도 빼놓지 않고 새벽마다 기도하셨듯 그곳에서도 그래 주실 거죠? 그 쌓은 기도 덕 감사하게 받아, 애지중지 키웠던 손녀를 통해 이 땅에 온 증손자 엄니가 하셨던 것처럼 늘 기도하며 사랑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