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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성훈 May 07. 2019

일반인이 모르는 인테리어-2

후각에 대하여

최근 먹방 신드름을 타고 그동안 조명 받지 못하던 직업 중에 하나인 쉐프가 방송에 자주 등장합니다.

그 분들 중에서도 선배격이며 중식의 대가이신 쉐프가 하던 식당이 회사 근처에 있어 회식장소로 찜했었던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얼마 뒤 예약을 맡은 직원이 예약이 너무 어렵다면서 다른 식당으로 장소를 옮기자고 해서 결국 그 쉐프의 식어도 바삭하다던 탕수육과 맛깔스럽던 고추기름이 들어간 요리를 먹어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저를 놀라게 한 것은 그 분이 오래 전 후각을 잃어 냄새를 맡지 못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요리에 있어 혀로 맛 보는 것 이상으로 코로 맡는 향은 참으로 중요합니다. 그래서, 와인을 감별하는 소믈리에가 처음 잔을 눕혀 그 컬러를 본 다음에 반드시 코로 향을 맡는 겁니다. 저 역시 아직 맛보지 못한 버섯 트러플(송로버섯) 또한 그 독특한 향을 우선으로 치더군요.
아마 그 쉐프는 오랜 경험과 부단한 노력으로 향을 맡지 못하는 결격 사유를 극복한 것일겁니다.

그렇다면. 인테리어에 있어 후각은 어떤 디자인 요소로서 작용하고 우리 생활에 반영되고 있을까요?
혹시 여러분은 딱히 메뉴를 정하지 않고 식사를 하러 나선 걸음인데 어딘가에서부터 풍기는 음식 향에 이끌려 그 식당을 들어선 경험이 없으신지요. 혹은, 짙은 커피향에 이끌려 카페를 찾고, 갓 구운 빵의 달콤함에서 오래전 빵가게에서 누군가와 마주 했던 추억의 한 장면을 떠올려 본 적은 없으신가요. 아마 있으실겁니다.


인테리어에서 특히 식당,커피숖,베이커리등 상업 인테리어에서의 후각은 이렇듯 고객을 유치하고, 장소를 정의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때에 따라서는 그 공간에서 느끼는 감상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아주 특이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사람이 좋아하는 향과 싫어해서 가까이 하지 않는 냄새는 비슷하니까요. 공간을 배치하고, 잘 다뤄서 그 공간의 목적을 성취하는데 주력해야 하는 인테리어 디자이너로서는 민감하고 호불호가 비교적 뚜렷한 사람의 후각을 잘 다스려야 합니다.


후각은 통풍과 급배기라고 하는 건축 설비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습니다. 잠시 발생한 불쾌한 냄새라면 외기로 통하는 창이나 문을 통해 통풍을 시키면 되지만 지속적이고 오랫동안 배일 가능성이 있는 냄새라면 강제 순환방식을 통해 밖으로 배출하고 외부 공기를 끌어 들여야 합니다.
그런데 기분 좋은 향이거나 장소를 부각시키는 향이라면 굳이 배출에만 역점을 둘 필요가 없어집니다.


이럴 때는 오픈 타입으로 공간을 구획해서 일정한 정도의 향이 공간 안에 머물게 해야 합니다.
실제로 제가 디자인 했던 베이커리에서는 작업공간과 매장사이를 막는 벽의 상단에 그릴을 매입해서 갖 구운 빵의 향이 매장으로 자연스럽게 나오도록 했었습니다.
카페 공간를 디자인 할 때는 로스팅 할때의 구수한 연기를 매장 전면으로 배출해서 작은 카페지만 그 강렬한 이미지를 후각에 새기게 하는 시도를 했었습니다. 이렇듯 무심하게 느끼는 소소한 감각들이 실생활에서는 우리의 선택과 행동을 좌우한다는 점이 참으로 흥미롭습니다.
그러고 보면 사람 사는 세상에서 정말 대단한 문제는 모든 사람이 그에 대응하느라 서로간의 갈등이 없지만 오히려 사소하고 미미해 보이는 사건들이야말로 각자의 감정을 자극하고 갈등을 유발해서 참사에까지 이른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닫게 하기도 합니다.

작고 단순한 것이야 말로 정말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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