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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성훈 Aug 11. 2019

나만의 방식  3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회사를 차린다고 했을 때 지인들이 한결같이 말렸다.
"니 성격에 사업은 아니다. 다시 생각해봐라"
학교 동기들은 재수없는 예언을 했다.
"아마 독립한 친구들 중에 성훈이가 제일 먼저 망할거다" 충분히 그럴 만했다. 내가 그 사람들이라도 그렇게 말했을테니까.

대기업인 회사를 그만둘 때에도 곱게(?) 나오질 못했다.
보직은 누구나 부러워할 만했다. 디자인해서 등록된 유수의 인테리어 회사에게 오더를 내리고 감독, 검수하는 일이었다.
마음만 먹으면 한 몫(?) 챙길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런데 바로 윗상사의 평소 부당한 행태와 나중에 그런 비리를 알게돼서 급기야 사고(자세히 밝히지 않겠다. 이미지 버릴까봐...)를 치고 나왔다.
윗상사를 짜르게하고 사표를 냈는데 3개월이나 걸려 수리가 됐다. 그 기간 중에 회사에 등록된(협력사들은 나를 좋아했다) 협력회사 대표가 집요하게 설득했다. 나는 사업을 해야지 직장생활 할 사람이 아니라고...
처음에는 귓등으로 들었었는데 어느샌가 그의 말에 귀기울이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자기가 투자할테니 인테리어 회사를 차리라고 했다. 싫다고 했다.
자기 회사 건물에 사무실 한 칸을 내어주고 6개월간 운영비를 대 줄테니 나중에 갚는 조건은 어떻냐고 했다. 승낙했다.

그렇게 시작해서 두달만에 운영비 지원없이 돌아가는 회사가 됐다. 이전 직장생활에서 알게 된 모든 협력업체가 자기 일처럼 도와줬고, 일감도 가져왔다.
1년도 안돼 다른 빌딩 한개층을 쓸 만큼 규모를 키웠다. 그렇게 승승장구하다가 IMF를 맞았다. 가장 큰 거래처인 두 기업이 부도가 났다.

직장생활을 10년 정도를 했고 사업이 17년째다. 누구도 예상못했지만 학교 동기 중 아직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으로 남아있다. 안다. 내가 잘나서 그런 건 아니라는 걸...

디자인을 하는 사람은 언제나 뛰어난 아이디어를 제시해야 하고 트랜드를 쫓는데 소홀해서는 안된다. 부족함을 느끼면 자기 발전을 위한 공부가 절실해지는데 내 경험으로는 기회있을 때마다 해외에 나가 많은 것을 보고 배우고 느끼는 것만큼 좋은 공부가 없다.
유학 경험이 없는 나는 언제나 그 점이 아쉬웠고 갈증을 느꼈다. 대신 해외 전시회나 연수를 많이 다녔다. 아이러니하게도 회사를 운영하면서는 오히려 해외에 나갈 기회가 없었다. 직장생활동안 기회만 된다면 아니 기회를 찾아서 해외로 나갔다.

부하 직원이 자리를 비우는 것을 달가워 할 상사나 사장은 드물다. 정말 가고 싶은데 안보내주면 사표와 출장계획서를 같이 올렸다.
안보내줄거면 사표를 받아달라는 시위였다. 실제 사표를 받아줬다면 나는 그 길로 여행가방을 꾸렸을 거다. 지금 내가 돌이켜봐도 건방지고 경우없어 보이는 행동이었다.

한번은.....





※ 사람을 우선으로 보고 통과가 되어 작업을 맡을 양이면 다음으로 그 내용을 보게된다.
작업을 맡는 두번째 원칙은 까다롭고 요상(?)해서 쉽게 풀 수없는 것이어야 한다. 누구나 맡아서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내가 해서 더 나아질 것이 없다.
어쩔 수 없는 제약조건으로 거죽만 바꿀 수 밖에 없다든지 너무 평이한 작업이라 누가 맡아도 큰 변화를 줄 수없다면 그 원칙에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왠만해선 아파트 인테리어공사를 맡지 않는다. 구조나 큰변화를 줄 수도 없거니와 작업 여건과 가격 경쟁력, A/S의 순발력에 있어 아파트상가 인테리어업체를 따라잡을 수 없어서다. 환경개선 차원이라면 그 업체들이 나보다 낫다.

내 친가 외가만 합쳐도(처가를 빼더라도...) 16남매이시다. 자손이 2명씩(실은 더 된다)만 잡아도 30~40명은 되는데 거의 대부분 서울과 수도권에 산다.
단 한차례도 내가 작업을 해 준 적이 없다.
이사를 서너번 했고 중심가에서 제과점 두 곳을 운영하며 빌딩도 가진 사촌 누나의 요청을 여러번 거절하니 어느날 엄마를 찾아가 나를 설득해달라고 했던 적이 있다.

내가 누나에게 말했다
"누나.  내 누나가 살 집이고, 할 가게고 빌딩인데 얼마나 내가 정성을 기울이겠어. 그런데 누나도 잘 아다시피 내 성격이 보통이우? 묻고 싶을 테고 요구하고 싶은 것도 생길텐데 누나는 어련히 동생이 알아서 잘할까 말 못해 전전긍긍 할테고, 나는 나대로 최선을 다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못해 주면 속상하고 미흡하다고 느끼는 것도 생길 것 아니유.
그러니 아파트는 상가인테리어업체에 맡기고 가게는 전문으로 하는 회사에 맡기는 게 둘 다 속 편해. 대신 거기서 도면하고 견적서 받으면 내가 다 검토해줄게"
그것도 결벽이라면 결벽이다.

- 3층 거실 전경이다. 원래 있던 천정이 너무 낮아 노출천정으로 카페분위기를 만들어주고 싶었다. 도심이지만 경치를 들이기 위해 창을 넓혔고, 원목 루버로 운치를 더했다.

마지막 사진 두장은 이전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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