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물며...

by 문성훈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했던가. 내게있어 어지간해선 안가고 싶은 곳이 치과고 그 다음이 법원, 경찰서다.

황망하게 윗니 하나가 탈이 나는 바람에 들른 치과에서 생각치도 않던 부분 교정을 받기 시작했다. 총각시절에는 웃을 때 가지런한 치열이 매력적이란 소리를 제법 들었는데 언제부턴가 아랫니가 조금씩 헝클어지는 걸 느꼈다.
아직 살아 온 날만큼 더 살텐데 이참에 손을 보려 한 것이다. 왜 그런지 궁금했는데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한다. 오랜 세월 저작을 하면서 같은 방향으로 압력이 가해지니 전체 치아가 밀리면서 제일 뿌리가 약한 중간부터 조금씩 어긋나는 현상이란다.

아무튼 전체적으로 교정을 보거나 부분적으로 교정하는 방법이 있는데 비용도 배나 더 들지만 기간이 더 큰 문제다. 부분은 6개월~1년, 전체는 2년이상을 잡아야 한단다. 그냥도 지낼 판인데 2년은 너무 긴 세월이다. 그동안 겪을 불편함, 번거로움은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부분교정하느라 금속돌기를 붙이고 와이어를 연결하는 브릿지를 했는데 겉으로는 안보여도 여간 걸리적거리는 게 아니다. 이렇게 길게는 1년이상을 보내야한다니 불쑥불쑥 후회가 되기도 한다.
치과의사에게 교정의 원리에 대해 들었다. 그리고 검색해서 보충학습해보니 결국은 원래 있어야 할 자리로 아주 서서히 복원시키는 것이다. 일정한 힘을 오랫동안 주면서 서로 밀고 당기게 해서 치아를 이동시키는 거다. 그러니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하고 적응되기까지 그 압력탓에 머리가 욱신거리는 약간의 두통을 수반하는 것이다. 실날처럼 얇고 가는 형상기억합금이 지속적인 압력으로 단단한 치근을 이동시키는 것도 의외이거니와 치아의 복원력도 놀랍다.



치아가 그러할진대 단단한 뼈에 둘러싸인 뇌는 어떨까? 관념도 복원 탄력성을 가지고 있거나 교정이 가능할까?
세상이 바뀌고 이전에 가졌던 사상과 이념이 새롭게 드러나는 사실관계와 증거들로 많은 오류가 밝혀진다 하더라도 쉽사리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으로 안다.
오히려 거짓과 진실이 혼재한 가운데서 이전에 가졌던 생각에 부합하는 것만을 선별하고 발췌해서 덧씌우기 마련이다.

지나간 과거를 부정해야하고 믿었던 사실이 거짓으로 밝혀지는 것만큼 참담한 경험은 없다. 그것이 설사 자신의 삶을 더 향상시키고 더 나은 가치를 지향한다고 하더라도 쉽사리 용납하기란 어려울 것이다.
과거속에 자신의 삶이 녹아있으니 자신의 지나온 삶이 부정되기보다 과거속에 온전히 남아있기를 간절히 원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않는 이전 세대가 보이고 있는 생각과 행동을 그런 식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이미 화석처럼 굳어진 그 생각과 주장을 되돌리는데는 아주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마저도 지속적이고 일정한 압력이 있어야하는데 그것은 자신들이 인정받지 못한다는 억울하고 서운한 감정을 불러일으킬 것이고 그 불편함을 견디지 못하면 마침내 분노하고 폭발하기 십상이다.
그 불편함을 참고 견딜 수 있도록 다독이고 설득하는 우리 세대의 인내와 지혜가 필요하다.

정작 더 걱정스러운 건 어긋나서 자리잡는 다음 세대의 관념이다.
불안한 미래와 불평등하게 느껴지는 현실에 대한 불만이 결국은 자신만 위하고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은 개의치 않아도 된다는 것으로 수렴될까봐 두렵다.
이미 만들어진 세계라 믿고 그 안에 안주하고 길들여질까봐, 계급은 고착화되고 그 사다리는 오래전에 치워졌다고 믿을까봐, 출발선이 달랐으니 결승점에서의 등수는 이미 정해져있다고 여겨 전력질주하지 않을까봐 염려스럽다.

그들이 지켜보고 있다. 우리가 이전 세대에서 이어받은 바통을 다음 세대에 넘겨주기 전에 전력 질주하고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몇 단계 정도는 제끼고 치고 나가서 그들의 생각을 바꿔야 한다. 제자리로 돌려놓는 브릿지역할을 해내야만 한다.
지난 과거 세대의 잘못된 관행, 인식을 알고 있기에 기꺼이 제대로 된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는 형상기억합금이 돼야 한다. 그래서 어긋나서 자리잡는 다음세대의 관념들을 바로 잡아줘야 하는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
그리고 한동안은 일정한 압력으로 이 사회를 버텨줘야한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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