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카페풍경

by 문성훈

오늘처럼 바람이 불고 비가 오는 날은 카페에 앉아 책을 읽기 좋은 날이다.

2인용 테이블이 적격인데 다 차있어 할 수없이 4인용 테이블에 앉았다.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들어 카페 직원을 흘깃 쳐다보게 된다.
마주 보이는 다인용 테이블에는 한 무리의 아줌들이 열띤 대화를 나누고 있다. 등 뒤에는 고등학생일까 영어단어가 깨알처럼 박힌 조그만 단어장을 펼쳐놓고 스카트폰 게임에 여념이 없다.



커피를 주문했다.
"오늘은 늦으셨네요?"
"네... 안나오려다..."
"항상 드시던 걸로 준비해드릴까요?"
"네"
그녀는 내가 더운 날에는 무엇을 주문하고 오늘처럼 서늘한 날엔 또 무엇을 주문하는지 안다. 알려주지 않았는데도 나와 아내가 부부인것도 알고 있다.
작은 규모의 프랜차이즈 카페인데 꽤 오래 매니저를 하고 있는 친구다.

언젠가 같은 로고의 티셔츠를 입은 젊은 남자와 심각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얼핏 '..대표님..."이란 단어가 들렸다.
그녀가 주문을 받느라 잠시 자리를 비웠을 때 그 테이블로 갔다.
"안녕하세요. 여기 ooo카페 대표님이신가요?"
"아 네...그렇습니다만..."
"잠깐 말씀을 드릴게 있는데 앉아도 괜찮겠습니다"
"그럼요"
"저는 여기 oo아파트 사는 주민인데 이 카페에 자주 옵니다...."
매니저가 참 괜찮은 직원이라고 말해줬다. 나같은 사람은 이렇게 아파트 단지 근처 카페라면 저런 친구가 여기를 찾는 이유가 된다고도 했다.
괜히 오지랖을 떠는 것만 같아 카페 인테리어에 아쉬운 부분을 얘기하며 팁을 알려주는 것으로 대화를 마무리했었다.



노트북을 켜고 책을 펼쳤는데 진동벨이 소스라치듯 몸을 떤다. 커피를 받아와 앉았다.
여전히 앞 테이블 아줌아들의 열변이 그칠 줄 모른다.
" ....고대와 서울대가...."
"그러니까 입시전형 자체가..."
"아니라니까 내 조카는 영어를 잘 못했는데도..."
귀를 기울이지않아도 고저장단을 맞추는 판소리처럼 귀에 박힌다.
집중이 안된다. 등뒤에는 조용히 단어장을 펼쳐놓은 채 스마트폰에 코를 박은 고등학생이, 앞에는 주변에 아랑곳하지않는 큰목소리로 자녀의 대학입시와 최근 정국이 뒤섞인 대화를 나누는 한 무리의 아줌마들이 에워싸고 있다.

커피 한모금을 삼키고 잠시 바람을 쐬러 나갔다.
아까 넘어진 지주간판과 그 밑에 깔렸던 자동차는 어떻게 됐을까 궁금했다. 간판은 넘어진 채였고 자동차는 치워졌다.
'배상은 건물주에게 받는 것일까? 보험사에서 먼저 처리해주고 청구하겠지?'
부질없는 상념에 잠겼는데 아줌마들이 우르르 몰려 나온다. 자리로 돌아오니 뒷편 학생도 주섬주섬 가방을 챙긴다.

아직 많은 사람이 있는데도 일시에 조용해졌다. 음악에 묻혀 조곤조곤 백색 소음만 들려온다.
비로소 내 시간을 알리는 종소리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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